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약물이 바꿔놓은 다이어트의 풍경은 놀라울 정도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삭센다’ ‘위고비’에 이어 지난 8월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 ‘마운자로’가 합류하며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이들 약을 맞은 사람은 체중계 숫자가 작아지고 옷이 한 사이즈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진료실에서는 ‘살은 뺐는데 얼굴이 더 늙어 보인다’는 말이 더 많이 들려온다.
빠른 감량으로 피부 아래 지방층이 깎여나가 얼굴 볼륨을 잃고, 지지 구조가 약해지면서 턱선과 팔자주름, 처짐이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다.
위고비의 당뇨 약 상품 이름은 오젬픽이다. 서구에선 이 이름을 빌려 ‘오젬픽 페이스’ 라는 표현이 유행할 정도다. 감량 폭이 클수록 변화는 심해지고, 더 강한 효과가 있다는 마운자로 등판 이후 같은 현상을 호소하는 환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피로감까지 동반한다는 점이다. 또 목표 체중을 달성해도 거울 속 인상이 퀭해 보이면 ‘어디 아프냐’는 주변의 말이 상처가 되기도 한다. 체중 감량이 외모 만족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체중을 유지할 동기도 약해진다.
따라서 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숫자만 보는 데서 벗어나 피부·볼륨·탄력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체중 감량 중간중간에 얼굴 지방 분포와 탄력도를 평가해 무리하지 않도록 감량 속도를 조절하고, 단백질과 수분 섭취, 수면, 자외선 차단과 보습 같은 기본기를 철저히 지키면, 그런 피부 꺼짐과 건조를 줄일 수 있다.
의학적 보완은 개인 변화에 따라 단계적으로 접근한다. 처진 얼굴 피부는 고주파·초음파 리프팅으로 콜라겐 리모델링을 유도한다.피부 장벽이 흔들리면 스킨 부스터, 콜라겐 촉진 주사로 결을 다듬는다. 볼륨 손실이 분명하다면 필러로 꺼진 부위를 보강하거나, 때에 따라 콜라겐 촉진 주사를 통해 볼륨을 더하기도 한다.
체중은 줄었는데 복부·옆구리에 지방이 남았다면 냉각·고주파 기반의 체형 장비로 라인을 정리한다. 중요한 건 ‘한 번에 끝’이 아니라, 감량 과정 전반을 따라가는 맞춤형 타이밍이다.
위고비 사용 실패 사례는 1단계 결과에 실망해서 중단하거나, 너무 일찍 2단계, 3단계로 올려 심각한 부작용을 겪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덧붙이고 싶다. 누구나 비만 약을 시작할 필요는 없다. 의료진과비만 치료 적응증과 위험도를 충분히 상의하고, 감량 목표와 기간을 현실적으로 잡아야 한다. 근육량이 적은 체형일 경우 급격한 감량이 더 큰 노화를 부를 수 있다. 체중 1㎏당 단백질 1~1.2g 섭취하고 주 2~3회 저항성 운동을 병행하면, 꺼짐을 줄이고 회복 속도를 높일 수 있다. 4~6주 간격으로 얼굴 사진과 인바디, 피부 수분·탄력 지표를 함께 기록하면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다. 특히 건조해지기 쉬운 9월 이후에는 보습과 장벽 관리의 우선순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이 좋다.
결국 관건은 ‘속도’와 ‘균형’이다. 체중을 빨리 줄이는 도구가 이제 막 손에 들어왔지만, 인간 피부는 시간이 필요하다. 병원도 환자 생활 리듬과 예산을 고려해 계획표를 제시해야 한다. 예측 가능한 결과와 부작용에 대한 투명한 설명, 전후 사진으로 확인하는 피드백이 신뢰를 만든다.
비만 치료는 뜨거워지고 있고 그런 시장일수록, 유행을 좇기보다 ‘나에게 맞는 균형’을 설계해야 한다. 체중과 탄력, 건강과 이미지가 균형을 찾을 때 다이어트는 숫자 이상의가치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