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리더는 대체로 열심히 일한다는 데 이론은 없다. 그러나 구성원의 상태를 구분하지 못한 채 획일적 방식으로 관리한다면 그 리더는 효과적으로 일하는 리더라고 볼 수 없다. 리더 스스로 이제는 구성원의 차이를 관찰하고, 이에 맞게 직원이 개별화된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미지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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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좋아했던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 감독에게 별 관심이 생기지 않는다. 그 감독은 그렇게 어렵다는 월드컵 본선 1차전에서 강호와 선전을 펼쳐 승점을 챙겼는데도, 그 뒤에 있었던 경기에서 스타일이 다른 상대 팀에도 동일한 전술에서 거의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계속 보였다. 

다수의 리더는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많다. 그래서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인재를 관리하는 일에 대해 놀라울 만큼 획일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이 많은 게 현실이다. 인사부에만 맡기거나, 외부 강사가 진행하는 대규모 강좌·과정에 직원을 보내는 것으로 교육을 대신한다. 부모가 자녀 교육을 전적으로 학원에만 맡기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리더십의 핵심은 구성원의 성과를 끌어올리고, 역량을 키우는 일이다. 리더가 스스로 구성원을 관찰하고 맞춤형 코칭을 하지 않는다면, 조직의 잠재력은 절대 발휘되지 않을 것이다. 최근 글로벌 HR 트렌드가 강조하는 것도 ‘개별화된 성장 경험(individualized growth experience)’이다. 

똑같은 잣대의 인사관리는 안 돼

선두 기업, 맞춤형 인사로 잘나가

리더 스스로 구성원 차이 살펴야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 조직 구성원

비즈니스 지역과 산업계를 불문하고 조직 구성원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 첫째, 성과도 높고 태도도 긍정적인 사람 △ 둘째, 성과는 높지만, 태도가 부정적인 사람 △ 셋째, 성과는 부족하지만, 태도는 긍정적인 사람 △넷째, 성과도 저조하고 태도도 부정적인 사람이다. 

문제는 많은 리더가 이 유형을 무시하고, 모두를 똑같은 잣대로 직원을 다룬다는 점이다. 내과·외과·소아과 환자가 각기 다른 증상과 건강 상태를 보이고 있음에도 모두에게 같은 약을 처방하는 것과 같다.

‘성과와 태도가 모두 우수한 인재’는 조직의 성장 엔진이다. 핵심 인재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리더가 ‘(인재는) 잘하니까 그냥 둬도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들은 성장 기회를 잃었다고 느껴 조직을 이탈할 수 있다. 이들에게는 단순 칭찬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피드백이 필요하다. 더 도전적인 프로젝트, 더 넓은 권한 위임, 커리어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글로벌 기업이 핵심 인재에게 ‘도전적 과제(stretching assignment)’ 를 부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성과는 높지만, 태도가 부정적인 직원’은 조직에 있어 양날의 검이다. 좋은 실적을 내긴 하지만 동료의 사기를 꺾고, 협업을 방해할 수 있다. 대체로 원인은 두 가지다. 첫번째는 역할과 기대치의 불일치다. 능력 대비 지나치게 쉬운 업무나 커리어와 무관한 과제가 주어졌을 때 태도가 삐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관계 갈등이다. 이런 직원의 특징은 인정 부족이나 상사·동료와 불화가 태도로 표출된다는 점이다. 리더는 관찰자이자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개별 인터뷰와 협상력을 발휘해 환경을 재설계하고, 맡은 일이 왜 중요한지 지속적으로 인식하게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업무 조정도 고민해야 한다. 

‘성과는 부족하지만, 태도는 긍정적인 직원’은 착하다는 이유로 조직 내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다른 직원이 볼 때 이 직원의 방치는 팀 전체 균형을 무너뜨리는 일이 될 수 있다. 해당 조직에는 구체적인 역량 기반 피드백이 필요하다. KSA(KnowlEdge, Skill, Attitude·지식, 기술, 태도) 관점에서 부족한 점을 짚어야 하며, 어떤 활동을 제거하고·줄이고·늘리고·새롭게 할지 결정하는 ERRC(Eliminate·Reduce·Raise·Create) 접근법으로 구체적인 행동 변화를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반드시 데드라인과 정기 점검을 병행하는 것이다.

‘성과도 저조하고, 태도도 부정적인 직원’ 은 가장 두통을 유발한다. 리더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현재 성과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직원에게 전달하고, 성과 개선 프로그램(PIP·Performance Improve-ment Plan)을 운용해야 한다. 짧은 주기로 직원을 점검하고, 명확한 개선 목표를 설정해 주는 일이 필요하며, 개선이 없으면 보직 전환이나 조직과 이별까지 고려해야 한다. 안쓰러운 마음에 근거 없는 칭찬이나 방임은 독약이 될 뿐이다.

분기마다 직원과 성장 대화하는 MS

마이크로소프트(MS)는 관리자가 분기마다 팀원과 ‘성장 대화(Growth Conversa-tion)’를 하는 제도가 있다. 직원에 대한 단순 평가가 아니라, ‘무엇을 배우고 싶은가?’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에 도전하고 싶은가?’를 직원에게 묻는 맞춤형 코칭 시간이다. 이를 통해 직원은 여러 명이 모여 받는 집합 교육이 아닌, 자기 상황에 맞는 성장을 경험할 수있게 된다. 

삼성전자는 사내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선배 리더와 후배 직원이 일대일 또는 소그룹으로 경험을 나누도록 권장하고 있다. 사내 멘토링 프로그램은 각 개인의 과제와 필요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며, 동일한 프로그램이라도 구성원은 서로 다른 배움을 얻는다. 천편일률적 교육의 한계를 넘어서는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가는 기업은 공통적으로 ‘리더의 직접 개입과 역할 확장’을 강조한다. 관성적인 강사 중심의 역량 개발이 아니라, 구성원 개개인의 맥락을 이해하고 맞춤형으로 지도하는 것이 성과와 몰입을 동시에 높이는 길임을 보여준다.

한준기 동명대 Busan
International College 교수-
고려대, 한국외국어대 경영학
박사, 전 IGM 세계경영연구원
전임교수, 전 성균관대 글로벌
MBA 스쿨 겸임교수, 전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인사총괄임원
한준기 동명대 Busan International College 교수- 고려대, 한국외국어대 경영학 박사, 전 IGM 세계경영연구원 전임교수, 전 성균관대 글로벌 MBA 스쿨 겸임교수, 전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인사총괄임원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구분하는 지혜’

한국 기업 리더는 대체로 열심히 일한다는 데 이론은 없다. 이들은 게으름을 잘 피우지도 않는다. 그러나 구성원의 상태를 구분하지 못한 채 획일적 방식으로 관리한다면 그 리더는 효과적으로 일하는 리더라고 볼 수 없다. 

리더 스스로 이제는 구성원의 차이를 관찰하고, 이에 맞게 직원이 개별화된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는 용기, 바꿀 수 없는 것은 내려놓는 평온함 그리고 둘을 구분하는 지혜, 이 세 가지가 지금 기업 리더십에 어쩌면 절실히 요구될지 모른다. 

한준기 동명대 Busan International College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