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란 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로봇 관련주가 급등했다. ‘로봇은 파업하지 않는다’는 논리와 결합하면서 로봇 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 기대로 이어진 것이다. 대표적 사례가 중국의 ‘로봇 굴기’다.
중국 대표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중 하나인 전기자동차 업체 샤오펑(小鵬)은 전 세계 가정에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를 보급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밝혔다. 이제 로봇이 인간 노동을 대체하며 경제와 사회 전반에 걸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로봇이 인간 삶에 들어오면, 인간이 독차지했던 공간인 부동산은 어떻게 바뀔까. 로봇으로 바뀌는 모습이나 트렌드를 면밀히 관찰하고 부동산 투자 전략 수립에 참고해야 할 듯싶다.
주택, 로봇 시대 최대 수혜 자산
인간 경험 중심 자산도 희소성 인정
관련 법 변화, 투자 앞서 주목해야
공간 개념 바꾸는 로봇 시대
로봇은 단순·반복적인 노동을 대체하며 무인 시스템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주거· 상업·산업 등 모든 부동산 공간의 인력 구조와 운영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주변에 우후죽순 늘어나는 무인점포, 로봇 카페 그리고 최첨단을 달리는 초대형 물류센터, 건축 모듈러 공장 등 부동산 공간의 모습이 바뀌어 가고 있다. 사람은 보이지 않고, 쇳덩이가 공간을 차지하면서 인건비 절감뿐 아니라 노동자의 안전사고 위험을 현저하게 줄이고 있다. 게다가 주 52시간을 적용받지 않고 24시간 내내 작업하거나 영업할 수 있으니, 이로 인한 인건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은 가위 획기적이다. 한 석학의 말처럼, 인구 감소는 로봇 시대에 오히려 축복일 수 있다.
근(近)미래의 주택은 로봇이 가사 노동을 대체하고, 사물인터넷(IoT)과 결합해 헬스케어, 보안 등 주거 편의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일부 가구에서는 돌봄에 특화된 휴머노이드가 인간 집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로봇은 단순 가사 노동을 줄이는 데만 그치지 않고, 인간의 심신을 단련하고, 정서적 교감도 나누는 반려 로봇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인간은 새로운 공간을 오감으로 느끼고 활동하며 경험으로 지식을 쌓는다. 그러나 로봇이 인간 활동 상당 부분을 대체할 미래에는 인간이 체험적 가치를 누릴 기회를 많이 잃을 것이다. 때문에 체험적 가치의 희소성은 지금보다 더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이 대체하지 못하는 체험·교류 공간에 대한 수요는 미래 상업용 부동산의 핵심 가치로 부상할 것으로 예측된다.
로봇, 부동산 뉴노멀 이끈다
부동산 시장을 주거·상업·물류·업무 부문으로 나눠 로봇 시대의 영향을 간략히 전망해 보면, 먼저 주거 부문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심화한 주거의 다양한 기능(숙식·업무·운동·취미 등)이 고도화된 스마트홈 시스템과 결합해, 진화한 주거 공간이 등장할 것이다. 가사·돌봄 로봇이 집안을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만들고,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주거 공간 가치가 높아진다는 얘기다. 특히, 로봇 수요가 높은 1인 가구(사회 초년생, 고령층 등)에 적합한 소형 주택이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로 여겨질 것이다.
상업 부문은 인건비 상승과 인공지능(AI) 자동화 기술 발달, 비대면 수요 증가 등으로 로봇이 운영하는 무인점포가 뉴노멀로 등극할 전망이다.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 전 세대는 유인 서비스를 선호하나, MZ 세대 이후는 무인 서비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하지만 로봇 도입으로 인한 인건비 절감이 부동산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무인점포 간 치열한 가격 경쟁과 온라인 시장과 생존 싸움으로 무인점포 차별성은 다소 약하다.
오히려 무인점포 범람으로 사람들이 서로 체험하고 오감을 같이 느끼는 커뮤니티 기반 상업 공간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면, 로봇이 대신해 주지 못하는 스포츠·엔터테인먼트·예술·관광·게임 등의 공간이다. 로봇은 일하고 인간은 여가를 즐기는 데 대부분 시간을 할애한다면, 그 여가는 인간 간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공간에서 빛을 발할 것이다.
물류 부문은 로봇과 드론 기술의 발전으로 물류 시스템의 속도와 정확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또 라스트 마일(상품이 고객에게 전달되는 마지막 배송 단계)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도심에 근접하거나 도심 내 소규모 물류센터 공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무인점포와 다크 스토어(소비자에게는 공개되지 않고, 온라인 주문 상품의 배송만을 전담하는 물류센터 겸용 매장)가 융합된 형태도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 무인 편의점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현재 전국 5만 개 이상의 편의점 인프라가 지역 배송 거점 임무를 수행하면서 무인 판매 기능도 겸하게 된다.
업무 부문은 로봇 확산으로 일자리와 사무 공간 축소가 불가피하다. 특히, 고도화된 스마트홈 시스템을 기반으로 재택근무가 미래 업무의 표준으로 자리할 경우, 업무 공간은 더 위축될 것이다. 다만, 지능형 로봇을 제조하는 공장과 그들이 전기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하는 데이터센터 수요는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 시대 부동산 투자, 가치와 경험에 집중해야
투자에 있어 로봇 시대에 수혜 자산과 그렇지 않은 자산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로봇 시대의 최대 수혜 자산은 주택이다. 집은 삶의 질을 가장 크게 향상하는 공간이자, 인간이 일상에서 로봇과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될 곳이어서다. 특히, 향후 대규모 커뮤니티를 갖춘 대단지 아파트는 로봇 친화형 설계로 계획돼, 지금처럼 선호도가 높은 투자 상품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로봇 인프라 구축이 어려운 지방 주택이나 공장·상가는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과 지방 간 양극화는 로봇 시대에 더 심화할 수 있을 것이다.
로봇 수혜 자산뿐 아니라, 역설적으로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경험 중심 자산도 희소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인간 감정을 자극하는 문화와 콘텐츠를 담은 차별화된 공간은 인간 커뮤니티 관계 아래 지속적인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한다.
마지막으로 로봇 및 AI와 연계된 관련 법제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규제가 완화되는 분야가 있는 반면, 강화되는 분야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드론 배송, 로봇 주차 시스템 도입을 촉진하기 위해 도시계획, 건축, 주차 관련 법령 등은 완화될 것이고, 로봇 오작동이나 스마트홈 시스템 해킹 등을 방지하기 위한 산업 안전, 정보 보안 관련 법령 등은 강화될 것이다. 결국, 기술 발전이 앞서더라도 법령과 제도가 정비된 환경에서 부동산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