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9월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며 주목받았다. 참석 인사 면면도 이번 행사의 성격을 드러냈다. 세 정상 외에도 베트남·라오스·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몽골·파키스탄·네팔·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 등 중·러와 긴밀한 관계의 아시아 및 유라시아 국가 정상이 참여했다. 반면 미국과 유럽 주요국 대표단은 공식적으로 불참했고, 미국은 데이비드 퍼듀 주중 대사만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에서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참석했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행사에 참석하지 않으며 행사에 일정한 거리를 뒀다. 10년 전인 2015년 전승절 70주년 열병식에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했었다. 이번 전승절은 ‘반(反)서방 연대’ 성격이 두드러졌다. 북·중·러 정상 동반 참석은 미국 중심 질서에 맞선 결속의 상징으로 해석됐다. 중국은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정상에게 경제협력 확대 메시지를 던지며 “중국과 함께하면 이익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국내 혼란에도 불구하고 참석해 중국 주도 외교에 합류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전승절 열병식 직전인 8월 31일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이하 모디)가 참석해 중·러·인도 정상이 함께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모디는 미국의 인도에 대한 50% 관세 부과에 불만을 표시하는 방편으로 7년 만에 중국을 찾아 밀착 행보를 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모디는 열병식에 참석하지는 않았다. 필자는 지금 세계를 ‘G-제로(Zero) 세계’라고 규정하며, 트럼프발 ‘미국 신뢰도 저하’가 각국으로 하여금 새로운 선택지를 찾게 한다고 진단한다.
9월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성루에서 김정은(앞줄 오른쪽) 국무위원장이 시진핑(앞줄 가운데) 중국 국가주
석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9월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성루에서 김정은(앞줄 오른쪽) 국무위원장이 시진핑(앞줄 가운데) 중국 국가주 석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나란히 섰다. 그러나 이 장면을 곧바로 ‘새로운 세계 질서’ 탄생으로 해석하는 것은 성급하다. 시 주석은 세계 질서를 주도할 위치에 있지 않다. 다만 그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변덕이 빚어낸 글로벌 리더십의 공백을 예리하게 감지하고, 이를 기회로 활용하려 한다.

실제 중요한 장면은 열병식이 아니라, 열병식 직전에 열린 ‘SCO 정상회의’에 참석한 지도자다. 2001년 창설 이후 최대 규모로 열린 이번 회의에는 20여 개국 지도자가 모였다. 이들은 대체로 아시아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출신으로, 공통점은 미국으로부터 거리를 두려고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공화당의 일방주의적 태도가 각국 정상을 SCO 정상회의로 끌어내는동력으로 작용했다.

나는 이런 흐름을 G-제로(Zero) 세계라고 부른다. 어떤 나라도 글로벌 규칙을 세우려 하지 않고, 미국은 점점 예측 불가능할 뿐 아니라 신뢰할 수 없는 존재로 여겨지는 시대다. 이 상황에서 ‘선택지’의 가치가 급격히 높아졌다. 여기서 ‘예측 불가능성’과 ‘신..

이코노미조선 멤버십 기사입니다
커버스토리를 제외한 모든 이코노미조선 기사는
발행주 금요일 낮 12시에
무료로 공개됩니다.
멤버십 회원이신가요?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