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토록 많은 사람이 잘못된 행동에 가담하는가

우리는 어떻게 공범이 되는가

맥스 베이저만│연아람 옮김│ 민음사│2만원│488쪽│9월 5일 발행

퍼듀 파마의 마약성 진통제 ‘옥시콘틴’/사진 로이터연합
퍼듀 파마의 마약성 진통제 ‘옥시콘틴’/사진 로이터연합
1996년 미국 제약사인 퍼듀 파마는 오피오이드 계열의 마약성 진통제인 ‘옥시콘틴’ 을 출시하면서, 중독성이 약하고 안전하다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퍼듀와 이 회사를 소유한 새클러 가문은 막대한 부(富)를 축적했다. 그러나 실제 옥시콘틴은 ‘헤로인’처럼 중독성이 강한 약물로 밝혀졌다. 그 결과, 미국에서는 지난 20년간 약물 오남용으로 약 40만 명이 사망했다. 이 약물이 널리 퍼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더 많은 용량을 더 많이 처방하는 약국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라’는 마케팅 방법을 알려준 컨설팅 회사 맥킨지와 퍼듀 파마를 소유한 새클러 가문, 옥시콘틴을 처방해 환자를 중독에 빠지게 한 의사, 옥시콘틴을 공급하는 병원과 약국의 공모가 있었다. 

죽음의 마약성 진통제인 옥시콘틴 사태는 국경을 넘어 전 세계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 최악의 제약사 공모 범죄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맥스 베이저먼 교수가 쓴 책은 의사결정론과 행동윤리학 차원에서 ‘왜 평범한 사람이 불법 행위 공모에 가담하게 될까’를 진단한다. 저자는 잘못된 것을 인지면서도, 침묵하는 불법적 공모 행위야말로 조직은 물론 사회를 병들게 한다고 꼬집는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공모로 인한 피해는 전 세계 곳곳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 바이오 벤처기업 ‘테라노스’를 창업한 미국 스탠퍼드대 재학생이었던 엘리자베스 홈스는 2014년 주삿바늘 없이 채취한 단 몇 방울의 피로 200여 가지 질병을 진단하는 키트 ‘에디슨’을 개발했다고 발표했고, 유명 인사들로부터 투자받으면서 90억달러(약 12조4300억원) 가치의 미국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약국 체인 월그린은 테라노스 기술에 제기된 반대를 무시하고 혈액검사 키트를 입점시켰다. 하지만 테라노스 기술은 실체가 없었고, 창업자는 사기꾼으로 전락해 징역 11년을 선고받았다. 또 다른 사건도 있다. 미투 운동을 촉발한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 회사와 할리우드 영화계에는 와인스타인의 성범죄에 협조하거나 침묵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었다.

'명백한 공모'보다 더 무서운 건 '일상적 공모'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범죄가 일어나는 것은 한두 명의 범죄자가 아니라 그것에 동조하는 공모자가 있어서 가능하다는 게 저자 진단이다. 그는 공모를 ‘명백한 공모’와 ‘일상적 공모’ 두 가지로 분류한다. 공모자가 타인의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위에 가담하는 이유에는 복잡한 심리가 작동한다. 악행에 적극 가담하거나 협력하는 공범도 있지만,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잘못된 신념을 품은 경우, 기존 관행에 순종하는 경우, 부도덕한 행위를 묵인하는 분위기가 만연한 경우까지, 자기도 모르게 범죄나 부정행위에 연루되는 일은 생각보다 빈번히 일어난다. 의도가 확연한 명백한 공모자는 공감받기 어렵지만, 고의성이 분명치 않은 일상적인 공모는 별다른 죄책감 없이 흔하게 일어나기도 한다. 여기에는 복잡한 인간의 행동윤리학적인 요소가 들어 있다. 인간은 복잡한 사건에 단순한 설명을 원하는 경향이 있고, 간접적으로 해악을 일으킨 사람에게 온전한 책임을 묻지 않으려 하고, 부도덕한 행위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면 이를 더 쉽게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에 해악을 미치는 사람은 언제나 공범이 돼 주는 평범한 사람이 필요하다. 현대사회에서 공모자가 되는 일을 온전히 피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기대일 수 있다. 인간은 미래 행동을 계획할 때는 도덕적인 선택을 더 많이 하지만, 실제로 행동해야 하는 순간에는 자기에게 이로운 선택을 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공모의 위험성을 이해하고 자기 경험과 생각을 신중히 돌아봄으로써 잘못을 조장할 가능성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생태계부터 상거래까지 디지털 화폐가 이끌 금융의 미래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용설명서

민병덕, 조재우, 윤민섭 외 8명│ 여의도책방│2만3000원│360쪽│ 9월 11일 발행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투자시장에 빠르게 퍼지며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통해, 금융 패권을 장악하고 우리 경제의 미래를 결정짓는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란 무엇이며 기업과 개인, 금융권이 이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다뤄야 상용화 가치를 더할 수 있는지 제안한다. 

치열하게 살았는데  왜 이토록 허무한가

공허의 시대

조남호│웅진지식하우스│ 1만8500원│236쪽│ 9월 5일 발행

현대인에게 ‘공허’는 개인감정이 아니라 사회구조가 만들어낸 증상이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치열하게 살았는데도 공허함을 느끼는 이유는 목적주의를 따르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목표를 설정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만으로 성취가 보장되는 듯 보였지만, 실제로는 구조적인 성장 덕분이었다. 저자는 목적주의의 새로운 대안으로 ‘충만주의’라는 삶의 철학을 제시한다.

현대 금융의 판도를 바꾼 돈의 제왕들 

월스트리트의 유대인들

대니얼 슐먼│민태혜 옮김│ 생각의힘│3만8000원│356쪽│ 9월 26일 발행 예정

독일계 유대인 금융가가 월스트리트의 금융 권력으로 부상하는 과정을 남북전쟁, 파나마운하 실패, 러일전쟁, 제1차 세계대전, 수차례의 금융 위기와 대공황 등 다채로운 역사와 함께 풀어낸다. 독일에서 미국으로 온 유대인 이민자는 주변 상인의 어음을 사들여 융통하며 은행가로 변모했다. 이들은 미국의 산업 기업에 자본을 공급하며 미국을 금융 초강국으로 바꿔놓았다. 

시대 관찰자가  제시하는 미래

시대예보: 경량문명의 탄생

송길영│교보문고│2만2000원│360쪽│9월 11일 발행

‘핵개인’이라는 키워드로 개인에게 초점을 맞춰 우리 사회 변화를 알린 저자가 세 번째 ‘시대예보’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경량문명의 탄생’을 선언하며, 우리 사회의 모든 ‘조직’ 단위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섬세한 표현으로 소개한다. AI로 촉발된 기술·산업적 변화가 핵개인화라는 사회적 변화와 맞물리면서 생산 법칙이 바뀐다는 것이 저자 의견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개인의 창의성이 중요하다. 

프랑스혁명에서 냉전 종식까지

불평등의 담론

브랑코 밀라노비치│ 이혜진 옮김│세종연구원│ 2만4000원│484쪽│ 8월 31일 발행

불평등 문제에 대한 견해는 시대마다 바뀌기 마련이다. 불평등 연구 분야에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와 더불어 저명한 세르비아계 미국인 경제학자인 저자는 프랑수아 케네를 시작으로 애덤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도, 카를 마르크스, 사이먼 쿠즈네츠에 이르기까지, 근대 경제학사를 대표하는 여섯 사상가를 각 장으로 나눠 지난 200년간 불평등에 대해 어떻게 사고해 왔는지를 조명한다.

브레이크넥: 미래를 설계하려는 중국의 탐구(Breakneck: China’s Quest to Engineer the Future)

댄 왕(Dan Wang)│W. W. 노턴 앤드 컴퍼니│31.99달러│288쪽│8월 26일 발행

스탠퍼드대 후버역사연구소 연구원인 저자는 미국·중국 패권 경쟁 구도 속에서, 미국과 중국의 유사성과 다른 면을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중국은 거대한 프로젝트를 끊임없이 추진하는 ‘공학적 국가’인 반면, 미국은 반사적으로 막아서는 ‘변호사처럼 따지는 사회’ 라는 진단을 내린다. 저자는 중국은 미국의 다원주의를 배우고, 미국은 중국 같은 공학적 접근법을 수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장윤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