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와 코드 자동화 툴의 발전으로 공동 창업자 없이도 1인 창업자가 초기 MVP(고객이 쓸 수 있을 정도로 <br> 최소한의 기능을 갖춘 제품)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는 1인 창업자가 불필요하게 지분을 나누지 않고도 <br>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하며 추후 필요할 때 적합한 기술 인력을 영입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여전히 ‘1인 창업자’ 에 대한 편견이 있다. 투자자는 1인 창업자 기업보다는 공동 창업자(co-founder)가 있는 기업에 투자하기를 선호한다. 세계적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 육성 기관) 벤처캐피털(VC)도 이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인도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투자 VC ‘블룸벤처스’의 파트너인 사지스 파이(Sajith Pai)는 이를 “실리콘밸리의 가장 큰 편견”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최근 자신이 쓴 칼럼에서 1인 창업자 수가 2015년 스타트업의 17%에서 2024년 35%까지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1인 창업자가 늘어나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자금 조달은 여전히 더딘 이유가 바로 VC의 뿌리 깊은 편견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파이는 “여전히 80~90%의 VC가 1인 창업자에 대해 편견이 있다”고 진단한다.

그럼에도 그는 1인 창업이 결코 잘못된 선택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인공지능(AI)과 코드 자동화 도구 덕분에 기술 공동 창업자 없이도 초기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고, 필요할 때 적절한 인재를 영입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파이는 “1인 창업자의 강점은 빠른 의사 결정과 단일한 방향성”이라며 1인 창업자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파이는 “언젠가는 1인 창업자가 만든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하며, 예비 창업자에게는 자문단 확보, 인재 유인을 위한 ESOP (Employee Stock Ownership Plan·우리사주신탁제도) 설계 그리고 핵심 팀원을 추후 공동 경영자로 격상시키는 전략을 조언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1인 창업자에 대한 칼럼을 쓰게 된 동기는.

“현재 ‘Product Market Fit(제품·시장 적합성)’에 관한 책을 집필 중이며 완성된 챕터를 온라인에 차례대로 공개하고 있다. 최근 공개한 챕터는 ‘The Pick(문제를 고르는 법)’ 이었고 그 안의 소주제로 공동 창업자 선택이 있었다. 이를 쓰는 과정에서 공동 창업자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며, 혼자 시작해도 가능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내가 투자한 몇몇 스타트업을 보니 공동 창업자가 중도에 나가도 회사가 잘 성장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를 보며 공동 창업자에 대한 필요성이 사실은 일부 VC의 편견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1인 창업자가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이 아님을 알려주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다.”

그렇다면 지금 진정한 1인 창업자의 시대에 들어섰다고 봐도 되나.

“반드시 그렇다고 보지 않는다. 1인 창업자가 늘고 있지만 그만큼 자금이 투입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YC 공동 창업자 매칭(세계적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와이 콤비네이터 ‘Y Combinator’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나 기업가 우선(Entrepreneur First) 프로그램 덕분에 공동 창업자를 찾는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따라서 1인 창업자 자금 조달이 뚜렷하게 증가하는 추세는 아니라고 본다.”

여전히 VC가 1인 창업자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고 평가하나.

“지금도 80~90%의 VC가 1인 창업자에 대해 편견이 있다고 본다. 일부는 열린 태도를 보이지만 변화 속도는 아직 느린 편이다.”

VC가 앞으로 1인 창업자에게 점점 더 투자할 것으로 전망하는가.

“점진적으로 변할 것으로 본다. 아직은 VC가 1인 창업에 대한 편견이 강하지만, 내가쓰고 있는 글과 지금 하는 인터뷰 같은 논의가 VC의 편견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AI와 자동화가 1인 창업의 실현 가능성에 어떤 변화를 주었나.

“AI와 코드 자동화 툴의 발전으로 공동 창업자 없이도 초기 MVP(고객이 쓸 수 있을 정도로 최소한의 기능을 갖춘 제품)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창업자가 불필요하게 지분을 나누지 않고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하며, 추후 필요할 때 적합한 기술 인력을 영입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다.”

1인 창업자의 강점은.

“속도다. 의사 결정이 빠르고 방향성이 단일하다. 공동 창업자와의 갈등이나 조율에 쓰이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1인 창업으로 시작해 글로벌 기업이 된 줌과 아마존 같은 성공을 어떻게 평가하나.

“두 기업 모두 시기적 타이밍과 강력한 제품-문제 적합성을 확보했다. 줌은 기술적으로 강력한 제품을 바탕으로 빠른 성장을 이뤘고, 아마존은 소비자가 경험하고 바로 매력을 느낄 만큼 품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 시장을 선도했다.”

1인 창업자가 회사 확장 후에도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을까.

“반드시 창업자가 CEO를 계속해야 하는 룰은 없다. 어떤 경우에는 창업자가 CEO를 이어가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전문 경영인에게 넘기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창업자 곁에 강력한 이인자, 즉 실행력이 뛰어난 리더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스티브 잡스와 팀 쿡, 일론 머스크와 그웬 숏웰, 래리 엘리슨과 사프라 캐츠 같은 사례에서 볼 수 있다.”

향후 1인 창업의 비율은 계속 늘어날까.

“1인 창업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다만 그들에게 자금이 얼마나 흘러갈지는 두고 봐야 한다. 개인적으로 언젠가는 1인 창업자가 만든 유니콘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

예비 1인 창업자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한다면.

“우선 믿을 만한 탄탄한 자문단을 꾸리고, 지분을 많이 보유하는 것이 좋다. 초기 인재를 더 잘 유치하려면 ESOP 비율을 15~20%로 넉넉히 잡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능력 있는 인재들이 잘 성장한다면, 이들을 초기 공동 창업자나 공동 경영자로 승격시키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앞으로 1인 창업자에 대한 VC의 투자도 점차 늘어나리라 기대한다.” 

Plus Point

인재 확보 위한 지분 보상, 세 가지 선택지

이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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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타트업과 중견기업 사이에서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임직원 보상 수단으로 ‘ESOP, 스톡옵션, 우리사주조합’이 주목받고 있다. 세 가지 제도 모두 ‘성과와 주인의식’을 공유하는 장치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구조와 효과는 다르다. 

스톡옵션은 스타트업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는 제도다. 회사가 임직원에게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일정 기간 이후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주가가 오르면 차익을 실현할 수 있어 직원에게는 강력한 유인책이 된다. 다만 기업 가치가 기대만큼 상승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ESOP는 ‘임직원 지분 참여 제도’로, 기업이 자사 주식을 신탁·펀드 형태로 보유한 뒤 이를 일정 기준에 따라 임직원에게 분배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회사가 직원에게 주주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제도다. 미국에서는 ESOP가 퇴직연금 제도의 일환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직원이 퇴직 시점에 회사 지분을 처분해 노후 재원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법적·제도적 기반이 미국과 달라 ESOP를 스톡옵션을 포함한 ‘광의의 주식보상제도’로 보는 경우가 많다. 

우리사주조합은 근로자가 조합을 결성해 회사 주식을 직접 취득·보유하는 제도로, 대기업과 상장사에서 장기 보상 및 노사 협력 수단으로 활용된다. 직원이 회사의 주주로서 배당과 시세 차익을 공유할 수 있지만, 시장 변동성에 따른 위험도 함께 감수해야 한다.

이신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