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연구개발 효율화’ 아이템 발굴 <br> 오픈 소스 커뮤니티 평판이 도움 <br> 재택근무로 회사 운영비 최소화
신정규 래블업 대표 - 포스텍(포항공대) 물리학·컴퓨터공학, 포스텍 물리학 석·박사, 현 구글 개발자 전문가, 현 한국통신학회 이사, 전 미국 미시간대 의대 방문 연구원, 전 한양대 ERICA캠퍼스 소프트웨어학부 겸임 교수
신정규 래블업 대표 - 포스텍(포항공대) 물리학·컴퓨터공학, 포스텍 물리학 석·박사, 현 구글 개발자 전문가, 현 한국통신학회 이사, 전 미국 미시간대 의대 방문 연구원, 전 한양대 ERICA캠퍼스 소프트웨어학부 겸임 교수

“연구자가 겪는 불편을 해결해 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인공지능(AI) 시대의 인프라 관리 운영체제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이어졌다.”

2015년 1인 기업으로 창업한 신정규 래블업(Lablup) 대표는 ‘AI 인프라’ 관리 플랫폼을 통해 기업과 연구소의 비용 절감과 효율화를 돕고 있다며 창업 배경을 이같이 소개했다. 그는 박사과정에서 연구하며 ‘AI 연구개발(R&D) 과정의 효율화’라는 사업 아이템을 정했고, 이후 오픈 소스 커뮤니티 인연을 통해 만난 전문가와 회사를 성장시켰다. 그는 창업 초기 합류한 이들을 공동 창업자로 불렀다. 

래블업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유일하게 엔비디아 AI 슈퍼컴퓨터 ‘DGX‘를 지원하는 운영 소프트웨어로 검증받은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52억원, 창업 이후 누적 투자 126억원을 기록했다. 신 대표는 구글 개발자 전문가 출신으로, 현재 구글 스타트업 프로그램 멘토로도 활동 중이다.

신 대표는 1인 창업자가 어떻게 기술과 팀, 개방형 전략을 통해 생존과 성장을 모색할 수 있는지 이야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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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창업으로 래블업을 시작한 계기는.

“박사과정에서 연구실 내 AI 연구를 하며 인프라 관리의 난도와 성장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다. 연구자가 겪는 불편을 해결해 보자는 마음으로 창업을 결심했고, 2015년 4월 ‘연구실을 업그레이드하자’는 뜻을 담아 래블업을 설립했다. 사실상 1인 창업으로 시작했으며, 사업 아이템은 AI R&D 과정의 효율화였다. 앞으로 AI 분야에서 연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을 예상했고,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컴퓨팅 자원 부족 문제가 심각해질 것으로 봤다. 하지만 5~6년 안에 그 문제를 풀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초기 자본은 개인 투자로 마련했고, 재택 근무하며 최소 비용으로 회사를 꾸렸다. 이후 디캠프 경진 대회에서 우승해 공간을 지원받았고, 네이버 D2SF(스타트업 투자 조직)와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 입주해 제품을 개발했다. 2016년 알파고 열풍으로 AI 수요가 폭증하자, 2017년 카카오벤처스(당시 케이큐브벤처스) 등으로부터 20억원을 투자유치해 본격적으로 서비스화를 시작했다.”

이후 공동 창업자를 만나 함께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나.

“래블업은 창업 초기, 오픈 소스 활동을 통해 인연을 맺은 동료와 함께 시작됐다. 대학 시절 ‘텍스트큐브’라는 블로그 소프트웨어 오픈 소스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활동했는데, 그 과정에서 KAIST 컴퓨터공학 박사과정 중이었던 김준기 최고기술책임자(CTO), 포스텍 생물물리학 박사 출신 연구자인 박종현 공동 창업자가 래블업 비전에 공감해 합류했다.”

래블업의 핵심 기술과 사업 모델은 무엇인가.

“래블업의 핵심은 AI 인프라 관리 플랫폼, 즉 ‘AI용 운영체제’다. 주력 제품인 ‘Backend. AI’는 GPU 서버를 묶어 거대한 가상 AI 클러스터로 만들고 운영·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다. 2017년 오픈 소스로 공개한 뒤 엔터프라이즈 버전으로 확장했다. 사업 모델은 세 가지다. 첫째, 오픈 소스 버전으로 개발자 커뮤니티를 확보한다. 둘째, GPU 수 기반 라이선스 구독 모델을 도입한 엔터프라이즈 버전을 연간 구독 방식으로 판매한다. 셋째,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와 협력해 플랫폼을 빌려 쓰는 PaaS(Platform as a Service) 형태로 제공한다. 고객과 기관은 Backend.AI를 통해 비용 절감과 관리 단순화 그리고 AI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효용을 얻는다.”

창업 후 초기 단계에서 매출을 일으키기까지 가장 어려웠던 과정은 무엇이었나.

“가장 어려웠던 것은 시장 타이밍을 맞추는 일이었다. 2015년 창업 당시 AI 인프라 플랫폼의 필요성을 시장이 크게 느끼지 못했고, ‘이게 돈이 되겠나’라는 회의적인 시선을 받았다. 그래서 초기 2년은 생존 전략이 필요해 ‘코드온웹(CodeOnWeb)’이라는 클라우드 코딩 서비스를 만들어 수익을 이어갔다. 이 서비스로 2016년 디캠프 경진 대회에서 우승하며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2016년 알파고 대국, 2017~2018년 거대 언어 모델(LLM) 경쟁으로 AI 수요가 폭발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의미 있는 매출은 2019년 국민대가 Backend.AI를 도입하며 시작됐다. 이후 대기업 연구소와 대학으로 확산하면서 매출이 본격화했고, 2020년부터 AI 인프라에 대한 문의가 쏟아졌다.”

한국에서 1인 창업자가 스타트업을 운영하기에 특히 어려운 환경은 무엇이라 보나.

“가장 큰 어려움은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는 점이다. 스타트업 초기에 개발, 영업, 재무까지 모두 떠안아야 하는 팔방미인이 되어야 했고, 당시 복잡한 행정절차는 큰부담이었다. 세무 처리조차 알지 못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었고, 본업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지금은 1인 창조 기업 지원 센터나 예비 창업 패키지 등 제도가 늘었지만, 여전히 대표가 팔방미인이 되어야 하는 구조적 어려움은 남아 있다고 본다.”

1인 혹은 소규모 창업자가 투자 유치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점은.

“초기 투자자는 결국 사람을 본다. 팀이 작더라도 똑똑하고 실행력 있는 사람이 모였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창업자는 자신의 전문성과 역량을 입증해야 하고, 공동 창업자를 빠르게 영입해 팀의 전문성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또 비전과 시장성의 균형이 필요하다. 지표가 미미할 수밖에 없는 초기에는 창업자가 보는 문제의 크기와 해결 방법의 혁신성을 강조해야 한다. 아울러 재무, 지식재산, 고객 피드백을 철저히 정리하는 습관이 투자자의 신뢰를 얻는 데 큰 도움이 된다. 100원 단위 지출까지 기록했던 것이 2017년 첫 실사에서 효과를 발휘했다.”

투자자가 바라보는 1인 창업자나 소규모 창업에 대한 편견을 어떻게 극복했나.

“투자자는 팀 규모를 리스크로 본다. ‘팀원이 더 필요하지 않나’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이에 팀 빌딩 속도가 느린 이유와 앞으로 계획을 설명했다. ‘소규모 창업팀이지만 자금 확보 후 어떤 인재를 더 합류시킬지’를 공유했다. 오픈 소스 커뮤니티 평판도 도움이 됐다.”

생성 AI와 자동화 기술 확산이 스타트업에 주는 기회와 위협은.

스타트업은 소규모 인력으로도 글로벌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고, 오픈 소스와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덕분에 작은 기업도 혁신을 시도할 수 있다. Backend.AI도 오픈 소스로 전 세계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개방형 생태계가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 그러나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는 막대한 자원이필요하고, 모델 개발사가 직접 애플리케이션 시장에 진출하며 스타트업을 위협한다. 무리한 경쟁은 결국 치킨게임으로 이어진다. 해답은 오픈 소스와의 협업에 있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필요한 변화가 있다면.

“우선 창업 초기 절차 간소화가 필요하다. 현재 지원 프로그램이 많지만, 1인 창업자가 체감하기엔 절차와 요건이 까다로운 경우가 많다. 아이디어 검증이나 시제품 제작을 위한 과정에는 소액이더라도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다. 둘째,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 촉진 정책이 필요하다. 초기 레퍼런스 확보가 어려운 국내시장에서, 공공 조달과 대기업 과제에서 스타트업의 참여 기회를 보장하는 방법을 늘려야 한다. 셋째, 인재 유입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 스톡옵션 세제 혜택을 확대해 인재가 스타트업에 와도 손해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넷째, 글로벌 진출 지원이 필요하다. 많은 스타트업이 처음부터 해외 진출을 목표로 하지만, 정보와 네트워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마지막으로 오픈 소스 및 R&D 생태계 지원이 있어야 한다. 기술 창업의 토대는 공개된 기술과 연구이며, 오픈 소스 기여자나 연구자 창업을 위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가 직접 해외로 나가는 것보다 제품이 스스로를 설명하고 증명하게 하는 것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이신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