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단기간 해외에 인정받을 수준의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장치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곤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김법민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이하 사업단) 단장(고려대 교수)은 최근 국내 의료 벤처 브라이토닉스이미징이 개발한 두경부 PET 장비가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받았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브리이토닉스이미징은 사업단으로부터 제품 개발 예산부터 FDA 승인까지, 사실상 전 주기 지원을 받았다. PET 장비는 암의 조기 진단, 치료 효과 판정, 뇌신경과 심혈관 질환 진단에 유용하게 사용되지만, 개발비가 너무 많이 들어 웬만한 기업도 국산화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김 단장은 “아직 국내에는 PET처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의료 기기가 꽤 많다”며 “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국산화가 진행 중인 혈액투석기와 에크모(ECMO·체외막산소공급)의 성공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한국은 의료 기기를 늦게 시작했지만, 제조 분야에 충분한 장점이 있다”며 “진취적이고 자신감을 가지고 참여한다면, 의료 기기 분야에서 K-브랜드가 충분히 경쟁력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단장과 일문일답.

의료 기기 상업화는 왜 어렵나.

“의료 기기는 혁신적일수록 시장 진출이 어렵다. 의료 기기를 개발해도 현장 적용이 어려운 사례가 많다. 워낙 종류가 많고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우리는 인허가를 받은 의료 기기는 기본적으로 시장에 빨리 진입시켜 활용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공공과 민간 간에 인식 격차가 큰가.

“아직 정부 규제기관이 의료 신기술 도입에 대해 보수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은 있다. 환자 안전과 국민 세금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하는 바람에서 그렇게 보는 건 당연하다. 그렇지만 최근 많은 것이 바뀌고 있다. 인허가 속도도 빨라지고 규제 문제 같은 기업 애로도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 등을 통해 잘 처리된다.”

디지털 치료 기기, 의료 인공지능(AI)에 관해 관심이 많다.

“사업단은 뇌졸중 후유증을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 기기를 만드는 뉴냅스와 치매 전 인지 장애를 관리하는 디지털 치료 기기를 개발하는 이모코그를 처음 10대 대표 과제로 선정했다. 두 제품은 매우 독특하고 시장에서 반응이 좋다. AI는 의료 기기 산업에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대표과제 30개 중 6개가 AI 의료 기기다.”

사업단 10대 과제에 선정된 기업 제품은 얼마나 활용되고 있나.

“2023년부터 매년 10개씩 대표 과제를 선정했는데, 일부는 이미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다. 국산화된 혈액투석기는 필터 11종이 이미 허가받아 사용되고 있고 메디인테크의 소화기 내시경은 수출되고 있다.”

의사가 많이 써줘야 할 것 같다.

“대한의학회와 함께 ‘미충족 의료 수요 기반 의료 제품 설계서’라는 걸 만들었다. 현장 수요, 의사 요구를 확실히 반영하기 위해서다. 한 명이 아닌 다양한 배경의 다수 임상 의사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기술 우수성도 중요하지만, 의료진이 외면하는 기술은 결국 성공할 수 없다.” 

사업단의 큰 성과를 꼽는다면.

“다양한 사업이 6년간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노하우가 축적된 것은 중요하다고 본다. 후속 사업이 중단 없이 이어진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신약 사업이 중간에 단절이 생기면서 고충을 겪은 전례가 있다. 의료 기기 사업 예비타당성이 확정되면서 기업이 계속해서 지원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점은 다행이다.”

박근태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