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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불안하다. 문제는 그 불안이 내 생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느냐다. 있냐 없냐의 문제가 아니라 불안의 강도가 문제다. 정신과 외래 진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 중에 가장 흔한 질환이 우울증과 불안증이다. 우울증은 비교적 단순한 질환에 속하지만, 불안증은 복잡하다. 정신과 진단명이 복잡한 이유 중 하나도 불안의 다양성 때문이다. 정신의학에서 불안을 어떻게 분류하는지 알고 있으면 내 불안, 또 타인의 불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불안은 크게 다섯 가지 진단으로 구분하고 있다. 첫째는 공황장애다. ‘공황’이란 극심한 불안이라는 뜻이다. 갑자기 특별한 이유 없이 죽을 것 같은 강렬한 불안 상태에 빠진다.심장도 쿵쾅거리고 호흡도 가쁘고 온몸이 벌벌 떨릴 정도로 극도의 공포감에 빠진다. 

다음은 특정 공포증이다. 특정 대상에 대한 심한 불안이다. 공황장애가 어떤 대상에 대한 불안이 아니라, 이유 없이 무작위로 나타나는 불안이라면, 특정 공포증은 두려워하는 대상이 명확하다. 비행기 공포증, 고소 공포증, 뱀 공포증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중에는 사람에 대한 공포증도 있어서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에 가면 발생하는 광장 공포증,또는 여러 사람 앞에 서면 생기는 무대 공포증이 그런 경우다. 발표 불안증도 무대 공포증의 하나다. 

세 번째는 강박 장애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강박 장애를 불안 장애에 포함하는 데 이견이 있지만, 강박증도 불안증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한 가지 생각에 꽂혀 불안에 휩싸인다. 가령 손에 균이 묻어서 병에 걸리면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에 집착해 하루 백번씩 손을 씻는다. 

네 번째는 범불안 장애로, 매사에 쓸데없이 불안해하는 증상이다. 하늘이 무너질지걱정하는 ‘기우’가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내 아이가 학교에서 왕따당하면 어떻게 하나, 운전하다 교통사고 나면 어쩌나 하는 별별 불안에, 괜한 걱정이 범불안 장애의 전형적인 사례로 꼽힌다. 

다섯 번째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도 대표적인 불안증에 해당한다. 큰 사건이나 사고를 겪은 후 유사한 상항에 노출되면극심한 불안에 빠지는 것이다. TV, 신문에서 자신이 겪은 유사한 상황만 접해도 당시 불안이 재현된다.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엄마 심리 수업’ 저자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엄마 심리 수업’ 저자

정신의학에서 구분한 이 다섯 가지 불안 외에도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막연한 불안증도 있다. 진단명은 다르지만, 속성은 비슷하다. 불안은 두 가지 측면에서 봐야 한다. 하나는 심리적인 면이고 또 하나는 신체적인 면이다. 마음이 불안해지면 사실은 몸도 불안해진다. 불안한 마음과 함께 심장이 쿵쾅거리고 호흡이 빨라지고 몸이 긴장되고 떨린다. 신체 반응이 강하게 나타나면 심리적 불안도 커지면서 악순환이 된다. 

불안 치료는 마음뿐 아니라 몸의 반응도 다스려야 한다. 몸의 변화는 자율신경계의 항진 때문이다. 항불안제라고 하는 것은 결국 자율신경계를 안정시키는 약이다. 모든 불안 치료법은 동일하다. 우선 몸의 불안을 안정시키고 그다음에 불안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불안은 근본적으로 죽음과 연결된다. ‘이걸로 죽지 않는다’ ‘괜찮다’는 편안한 마음을 갖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불안을 피하려고 하면 더 심해진다. 약간은 불안에 익숙해져야 오히려 불안이 줄어든다. 불안 치료의 아이러니다.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