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에게 세 사람의 인생을 소개한다. 30여 년 전에 자주 들르던 단골 이발소가 있었다. 당시 마흔이었던 한 이발사는 중학교 졸업 후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변두리 이발소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이후 단골이 늘면서 이발소를 인수했다. 하지만 이발사는 배우지 못하여 사람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열등감이 있었다.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이발하러 오는 공무원이나 대기업 직원을 보면 부럽다고 했다.
최근 우연히 서울 시내 호텔 사우나에서 이발 일을 하는 나이 일흔의 그분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동안 열심히 일한 덕분에 서울에 5층짜리 건물도 하나 장만하고, 자식들도 대학을 졸업하여 한을 풀었다고 했다. 이분의 성실함을 높이 산 한 단골이 본인이 인수한 호텔 사우나에서 이발 일을 하면 어떠할지 제안했다고 한다. 따로 권리금이나 세를 받지 않는다고 해 그보다 더 좋은 일자리는 없었다. 이제는 퇴직 공무원이나 은퇴한 대기업 임원이 자기를 부러워한다고 했다. 무엇이 이분을 행복하게 하였을까. 배우지 못했고 특별한 재능도 없었다. 해야 할 일에 부지런히 정성을 다했을 뿐이다. 근면·성실이 일군 행복한 인생이다.
두 번째로 소개할 사람은 나이 예순이 넘은 마크 엘리슨(Mark Ellison)이라는 미국 목수다. 아버지는 사회학 박사이자 목사이며 어머니는 의사인 가정에서 2남 2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이분은 훌륭한 부모와 좋은 교육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학교교육이 자기에게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겠다는 제안을 그의 부모님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 후로 온갖 궂은일을 하다가 목수 일이 자기에게 맞는 일임을 깨닫게 되었다. 예술 쪽에 재능이 있어서 부자가 원하는 창의적이고 고급스러운 집을 그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뉴욕의 가장 비싼 건물의 펜트하우스 인테리어는 이분이 도맡아 하게 되며 자연스레 뉴욕 최고 목수가 되었다. 이분은 학교를 자퇴했지만, 현장에서 자기 재능에 맞는 일을 찾아 행복한 인생을 만들었다.
이분께 인테리어 일을 맡긴 부자와 연예인들은 늘 불안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항상 남들보다 더 돋보이는 인테리어를 요구했다. 자본주의는 사람을 경쟁과 과시에 빠지게 한다. 돈과 명성은 화려하게 보이게 할 수 있으나 가슴 충만한 기쁨을 주지는 못한다.
나는 65년 전 농촌 마을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두 분 다 학교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자식 교육에는 진심이었다. 나는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국내 대학에서 공학을 공부하고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독일· 일본의 국립 연구소에서 연구한 후 교수로 일했다. 나이 마흔에 창업한 후 교수를 그만두고 고향에 공장을 세웠다. 덕분에 고향에서 부모님의 노후를 돌봐 드릴 수 있었다. 그리고 사계절 고향 풍경을 보면서 늘 설레는 마음으로 들판의 공기를 가로질러 출근하고 있다.
앞에 소개한 세 분은 모두 60세 이후에 인생의 꽃을 피웠다. 그리고 스스로 설계한 삶을 꾸준히 계속했다. 청년들이여, 남들보다 빨리 성공하기 위해 조급해하지 말길 바란다. 설사 그런 성공은 오더라도 단단히 여물지 않아 작은 고난에도 거품처럼 흩어진다. 일흔의 이발사처럼, 뉴욕의 목수처럼 학교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자기에게 맞는 일을 찾아 행복해질 수 있다. 그리고 나처럼 열심히 배운 것을 제 방식대로 실천하며 행복할 수도 있다.
청년들이여, 여러분은 남의 눈치를 살피며 남의 방식을 따라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 남과 비교하는 인생은 불행하다. 인생은 자기를 창조하는 과정이다. 스스로 설계한 삶을 자기가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꾸준히 계속하면 누구나 행복한 인생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