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문명의 그늘
차이나별곡
유광종│책밭│1만7000원│342쪽│8월 29일 발행
“반중(反中)도, 진부한 친중(親中)도 아닌 지중(知中)이다.”
저자는 “이 책은 중국을 단순히 비판하거나 찬양하지는 않는다”라면서, 이렇게 말한다. 2018년부터 조선일보에 연재돼 온 칼럼이 책으로 나왔다. 중국 문명 연구에 천착해온 언론인 출신인 저자는 신문에 연재된 100여 편을 꼽아 새롭게 가다듬고, 현장 취재와 연구를 덧붙여 내용을 보강했다.
책은 강대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의 숨겨진 이면을 통찰했다. 고대 손자의 병법과 바둑, ‘삼국지연의’ 같은 영웅 서사에서부터 현대 공산당 권력, 통제된 일상, 언어와 외교 전략에 이르기까지, 중국 문명을 지탱해 온 은밀한 질서를 추적한다.
본문은 여섯 개 장으로 구성된다. 첫 장은 황제에서 공산당으로 이어진 권력의 기술과 통치 코드를, 둘째 장은 사회제도와 일상에 스며든 통제 구조를 다룬다. 셋째 장은 자기 검열과 불안이 형성한 감정의 정치학을, 넷째 장은 세계와 마주한 중국의 자의식과 불협화음을 분석한다. 다섯째 장은 한자와 언어가 사유를 가두는 권력의 도구였음을, 여섯째 장은 균열과 모순 속에서 드러나는 중국의 두 얼굴을 탐구한다.
‘마작 패’로 풀어보는 중국의 은밀한 질서와 전략
중국 사회가 어떻게 권력과 복종, 일상과 질서를 교묘하게 얽어내며, 오늘의 중국을 형성했을까. 책에서는 이를 다층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중국의 지구전(持久戰) 전략’이라는 글에서도 드러난다.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한 마오쩌둥(毛澤東)은 1938년 ‘지구전을 논함(論持久戰)’이라는 글을 발표했다. 일본 침략, 소련 야욕, 세계대전 전운(戰雲) 앞에서 중국의 전략적 선택 등을 거론했다. 핵심은 역시 국민 동원에 있었다. 단기간에 승패가 갈리는 싸움을 마다하고 저변을 일반 국민 모두로 넓혀 전쟁을 오래 끌어서 승리하겠다는 의도였다. 마오쩌둥의 이 글은 중국인에게 인기를 끌었다. 국민의 희생을 무릅쓰면서 싸움에 나서려는 인구 대국 중국 특유의 전략이다. 저자가 “집과 나라를 지키자는 구호 ‘보가위국’으로 중국이 새삼 무장하는 분위기”라면서 “그로써 미·중 사이의 싸움이 오래갈 전망”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미·중 갈등이 심화한 2025년에도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의 오랜 역사에 길고 넓게 드리웠던 그늘인 여성의 전족(纏足·발을 헝겊으로 칭칭 동여매 일정한 크기로 묶어두는 일) 풍습, ‘권모(權謀)와 술수(術數)’라고 하는 중국의 오랜 사고 패턴, 옛 왕조시대의 통치 구도를 오늘날에도 이어가고 있는 중국 문명, 대중의 ‘우중화(愚衆化)’ 문제 등 중국 문명을 지탱해 온 은밀한 질서를 엿볼 수 있다.
중국의 전통놀이인 마작 패를 활용한 표지는 중국을 은유적으로 설명한다. 마작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기억과 전략, 운과 확률이 얽힌 심리전이자, 동시에 ‘관시(關係)’를다지는 사회적 행위였다. 표지의 ‘발(發)’은 경제성장, ‘중(中)’은 중국 중심주의, ‘백(白)’ 은 겉은 깨끗하지만, 속을 모르는 이중성을 상징한다. ‘흩어진 패’들은 중국을 해석할 조각이 흩어져 있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저자는 “책은 권력과 문명, 인간 사회의 보편적 문제를 성찰하게 하는 인문·정치서로 기능한다”고 설명한다.
2026 대한민국 소비트렌드 전망
트렌드 코리아 2026
김난도, 전미영, 최지혜 외 9명│미래의창│2만원│400쪽│9월 24일 발행
매해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는 ‘트렌드 코리아’의 2026년 버전이 나왔다. 디지털 생활 전반에서 클릭이 줄어드는 현상인 ‘제로클릭(Zero-Click)’, 삶을 미리 계획하며 살아가는 ‘레디코어(Ready-core)’ 세대. 10대 키워드는 인공지능(AI) 시대의 직접적 작용과 생활 방식 변화를 한 축으로 하고, 그에 대응하는 인간적인 요소의 반작용을 다른 한 축으로 한다. AI 시대에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나르시시스트와 소시오패스에 대한 심리학 교재와 같은 소설
검은 해바라기
오윤희│북레시피│1만9000원│372쪽│9월 19일 발행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이 소설은 가장 가까운 관계이자 안전망일 수 있는 가족이 때로는 가장 위험한 함정을 만드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한 소년의 가족 서사를 통해 전한다. 소년 범죄라는 사회적 이슈를 다루면서도, 법이 다루는 표면적 진실 너머에 보이지 않는 진실, 예컨대 가족의 무관심과 병적인 자기애 등의 실체를 보여준다. 가족의 균열을 치밀하게 묘사한다.
‘총 균 쇠’보다 돈이 먼저였다
머니: 인류의 역사
데이비드 맥윌리엄스│황금진 옮김│포텐업│2만8800원│448쪽│9월 25일 발행
돈을 중심으로 5000년 역사를 재해석한 책이다. 로마제국의 멸망, 유럽의 세계 지배, 네덜란드의 식민지 건설 등 역사적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돈 문제’라는 본질적 원인을 파헤친다. ‘총 균 쇠’라는 파워로 유럽은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대륙을 식민지로 삼아 전 세계를 지배했는데, 식민지 사업을 가능하게 한 건 ‘금융업’이었다. 겉으로 드러난 명분 뒤에 가려진 금융 시스템의 역할을 밝혀낸다.
‘빅 히스토리’ 창시자가 들려주는 인류의 미래 지도
빅퓨처
데이비드 크리스천│김동규 옮김│북라이프│2만3000원│448쪽│9월 15일 발행
일기예보, 주가 전망 등 일상에서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생각은 사실 미래에 관한 것이다. 사도 바울이 말한 것처럼,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게 보이는 미지의 일을 어떻게 준비할 수 있을까. 전작 ‘빅 히스토리’에서 우주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다뤘던 저자는 인류학, 생물학 등 학제 간 연구를 통해 시간과 미래의 신비를 밝히려는 인류의 발자취를 추적한 후 미래 청사진을 제공한다.
불안과 무기력, 감정 기복의 악순환을 끊는 6가지 감정 체인저
감정의 과학 SHIFT
이선 크로스│왕수민 옮김│ 웅진지식하우스│1만9500원│ 376쪽│9월 12일 발행
부정적 감정에 휩쓸리면 시야가 좁아지고 눈앞의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게 된다. 미시간대 심리학 교수인 저자는 감정을 억누르거나 싸우는 대신, 제대로 ‘전환’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최신 심리학 및 뇌과학 기반 책은 감정의 역학을 설명하고, 신체 감각, 주의력, 관계 등 6가지 도구를 활용해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를 통해 누구나 자기만의 감정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기술, 혁신 그리고 국가들의 운명
진보는 어떻게 끝나는가(How Progress Ends)
칼 베네딕트 프레이│프린스턴대 출판│35달러│552쪽│9월 16일 발행
증기기관부터 인공지능(AI) 기술 발전 등 인류 역사에서의 기술과 경제 발전이 진정한 진보와 번영을 이룬 것일까. 중국 송나라, 영국 빅토리아 시대 등 과거 기술 강국이 혁신 동력을 잃은 이유와 소련 같은 계획경제가 무너진 원인을 분석한다. 저자는 기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정체가 뒤따르며, 장기적인 성장과 혁신을 위해서는 이 둘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