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12일 중국 베이징에서 거래소와 경제 데이터를 보여주는 화면. 이날 미국과 중국은 무역 휴전을 90일 더 연장하기로 했다고 양국 정부가 공동성명을 통해 밝혔다. /EPA연합
2025년 8월 12일 중국 베이징에서 거래소와 경제 데이터를 보여주는 화면. 이날 미국과 중국은 무역 휴전을 90일 더 연장하기로 했다고 양국 정부가 공동성명을 통해 밝혔다. /EPA연합

중국 본토 대표 주가지수인 상하이종합 지수는 8월 20일 3751을 찍으며 2015년 8월 7일 3744를 기록한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기록했다. 상하이종합 지수는 다시 8월 25일 3883을 찍으며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일방적 상호 관세를 부여하면서 올 들어 주가가 가장 하락했던 4월 7일(3096)보다 25%가량 높다. 상하이종합 지수는 현재도 3800대를 오르내리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간 기술주 중심의 선전종합 지수도 4월 이후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홍콩 상장 중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로 구성된 항셍테크 지수는 올 들어 9월23일까지 41.5% 급등했다. 미국 기술주를 대표하는 나스닥 지수의 같은 기간 상승률(17%)의 두 배를 웃돈다.  

예금과 채권에서 증시로 자금 이동

올 들어 중국 증시 상승은 예금과 채권에 묶여있다가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간 가계 자금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 1월 발표된 생성 AI(Generative AI) 딥시크를 포함해 알리바바와 바이두가 자체 AI 칩과 언어 모델을 내놓으며 중국 AI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기술주에 대한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첨단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중국 당국과 기업의 움직임도 영향을 줬다. 대외적으로 중국 정부가 앞으로 무역 협상에서 개발도상국에 부여되는 특별 대우를 더 이상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미국과 긴장이 완화된 것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중국 정부의 적극적 주식 부양 정책도 힘이 되고 있다.

미국만 바라보던 국내 투자자도 다시 중국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중국과 홍콩의 ETF(Exchange Traded Fund·상장지수펀드) 주식에 투자하는 ‘중학개미’의 주식시장 매수는 올 들어 3년 만에 순매수세(매수가 매도보다 많은)로 돌아섰다. 삼성·미래에셋·신한자산운용은 6월 17일 상하이와 홍콩에 상장된 기술주에 투자하는 ETF 다섯 종목을 상장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중화권 지수와 기술주에 기반한 ETF 중 상위 1~7위는 최근 한 달 수익률이 20~40%로 나타났다. 9월 24일 종가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합성 ETF인 ‘타이거(TIGER)차이나전기차레버리지’ 수익률이 49.18%인 것을 제외하고 대부분 20% 초반대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수익률 2위와 3위인 미래에셋의 ‘TIGER차이나휴머노이드로봇’과 ‘TIGER차이나반도체FACTSET’은 각각 24.18%와 23.96% 수익률을 기록했다. 홍콩 거래소를 통해 중국 개별 종목을 매수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지난해 상하이 증시에서 주식 1억9625만달러어치, 선전 증시에서는 2억270만달러어치를 순매수했는데 올해는 9월까지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서 각각 2억4968만달러, 2억9638만달러를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투자 트라우마 여전

물론 중국 투자에 대한 트라우마로 주저하게 된다는 사람도 많다. 문제는 큰 변동성이다. 중학개미는 이미 2007년과 2015년, 2021년 중국 증시가 폭락하면서 쓴맛을 봤다. 

실제 매서운 상승세를 이어가며 투자 적기라던 차이나 ETF 수익률이 9월 초 1주일 새 무더기로 하락하는 일이 있었다. 증시가 과열 양상을 보이자, 중국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현지 주가가 급락한 게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당시 상하이종합 지수가 상승세를 멈추고 4일 연속 내림세를 보이자, 차익 시현 매물도 대거 나왔다. 차이나 ETF에 뛰어든 중학개미는 지금도 이런 현상에 당혹해하고 있다. 종목 토론방에서는 ‘주가가 롤러코스터처럼 움직여서 ETF인데 단타 종목 같다’ 같다는 의견이 상당수 쏟아졌다. 차이나 ETF의 괴리율이 크다는 점도 투자를 꺼리는 이유로 지목된다. 괴리율이란 해당 상품이 추종하는 기초 자산의 가치 대비 시장가 차이인데 괴리율이 확대되면 ETF 시장가격이 왜곡되고 기초 자산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기초 자산은 상승했는데 그 자산에 투자하는 ETF 수익률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중국 경제가 아직 회복하지 못해 불안하다는 점도 주가 지속 상승을 가로막는다. 상장 기업 이익이 계속해서 개선되지 못한 채 민간투자가 부진하고 중국 제조업 바로미터인 PMI(구매관리자지수)가 5개월째 위축 국면인 점은 악재로 작용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제조업 PMI는 지난 8월 49.4로, 5개월째 50을 밑돌았다.   

과열 조짐 있지만 성장 여력 있어

중국은 내년에 시작하는 제15차 5개년 계획을 통해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한 체질 개선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내세운 ‘신질 생산력’ 확보가 구체화되는 것이다. 미국과 무역 갈등은 당분간 계속되겠지만, 수출 우회로도 충분히 확보했다. AI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자율주행 분야에서 중국의 잠재력을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 실제로 중국 국무원은 2024년 ‘AI+이니셔티브’를 내놓으며 전 산업 AI 접목에 속도를 내고 있다. 

향후 증시로 유입될 잠재력이 있는 막대한 규모의 가계 저축도 있다. 증권가는 최소 5조위안(약 981조원)에서 최대 70조위안(약 1경3650조원)에 이르는 초과 저축(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대비 증가분)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본다. 중국 투자 전문가는 현재 반도체를 비롯해 특정 종목이나 산업에 과열 조짐이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성장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고 평가한다. 과창50 지수는 최고 수준으로 고평가되고 있지만, 알리바바와 텐센트 같은 중국 빅테크가 주도하는 항셍테크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4배로, 아직은 부담이 크지 않다. 이 때문에 미국을 대체하는 투자보다는 위험관리 차원에서 저평가된 신흥국 주식에 투자하는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수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중국 증시 상승세는 중국 정부가 주도하지만 중국이 민영기업 규제처럼 자충수를 두지 않고 있고, 글로벌 악재도 충분히 반영된 상태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2007년과 2015년, 2021년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분석했다. 이어 “주요 지수와 종목별 평가액, 일간 거래 대금, 과거 폭락에 영향을 준 신용 잔고 추이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최근 AI 열풍을 이끄는 주요 기업 실적을 꼼꼼히 챙겨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근태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