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환 하나증권 글로벌매크로전략팀 팀장 - 중국 베이징대 경제학, 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
김경환 하나증권 글로벌매크로전략팀 팀장 - 중국 베이징대 경제학, 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

“올해 중국 주식시장이 성장하는 이유는 4~5년간 경기 침체를 겪으며 구조적 위험이 낮아졌고 부동산 대신 투자처를 찾는 풍부한 자금이 유입된 덕분이다. 중국의 여러 테크 기업이 잠재력을 인정받으면서 중국판 엔비디아인 캠브리콘 같은 기업의 거래 대금이 구조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김경환 하나증권 글로벌매크로전략팀 팀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중국 주식시장이 5년간 너무 기가 눌려 있다가 정상화하는 과정에 있다고 보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김 팀장은 또 “중국 정부가 성장 모델을 전환했고 그간 태도에서 벗어나 민영기업을 지원하며 주식 부양에 힘쓰고 있다”며 “일부 주식에 쏠림이 있지만 속도 조절을 하게 되면 내년 장세도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미국을 대체한다는 개념보다 중국의 기술 잠재력을 감안하고 위험을 분산한다는 투자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지금 중국 주식에 투자할 때는 맞나.

“최근 국내 증시가 반등했지만, 많은 투자자가 여전히 미국 주식시장을 기웃거린다. 반면 신흥국 대표 주자인 중국 시장은 체제 리스크나 반시장 정책에 대한 우려로 2021년 10월 고점을 찍은 후 줄곧 침체를 겪었다. 중국의 경제 규모나 영향력에 비해 투자가 원활하지 않았다. 최근 달러 시대가 정점을 통과하고 세계가 다극화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에 집중된 투자에서 벗어나 자산 배분 측면에서 고르고 안정된 투자를 고려한다면, 저평가된 자산 측면에서 중국 주식을 담을 시기라고 본다.”

증시는 경제의 거울이라는데, 중국 경제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아 보이는데.

“중국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강력한 봉쇄 정책을 폈고, 2022년 봉쇄를 1년 연장했다가 2023년에 가서야 리오프닝을 했다. 봉쇄가 풀렸지만, 유동성 함정에 직면했다. 금리를 내려도 경기는 나아지지 않고 돈도 돌지 않았다. 기업도 투자해서 얻는 자기자본수익률(ROE), 자산수익률(ROA) 같은 수익 지표가 박살 났다. 상하이와 선전에 기업 5500개, 홍콩에도 3500개 기업이 상장돼 있는데, 이들 기업 수익성도 2021년 이후 급격히 둔화했다. 가계도 주요 자산인 부동산이 35%나 폭락하면서 수익이 악화했다. 미국 정부의 탈중국 정책까지 맞물리면서 로컬(중국 개인 투자자)과 해외 투자자 모두 빠지며 중국 증시는 ‘빈집’이 됐다.”

중국 증시에 지금 훈풍이 부는 이유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끄는 수뇌부가 2018년부터 탈부동산 정책과 함께 산업 고도화, 제조업 기술 고도화 정책을 추진한 게 성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부동산 거품과 과잉투자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때마침 이 시기 미국과 갈등이 일어나면서 기술 자립과 생산력 확대에 관심이 커졌다. 실제로 중국은 한국을 20년 동안 카피했고 비슷한 중공업 정책을 펴다가 ‘중진국의 함정’에 봉착했다. 중국은 저축률이 높은 나라인 데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돈을 쓰지 않아서 상당한 돈이 저금리 예·적금에 묶여 있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증시 부양을 하겠다며 여러 조치를 내놨다. 그런 사이 지난 1월 중국의 생성 AI 모델 ‘딥시크’가 세계를 충격에 빠뜨리는 일이 발생했다. 미국과 경쟁 구도에서 이제 ‘우리도 할 수 있다’ ‘우리도 밖에서 검증이 되는구나’ 하는 인식이 조금씩 시장에 확산했다.”

누가 지금의 투자를 주도하고 있나.

“로컬이다. 해외 투자자의 중국 투자 비율은 역대 최저가 맞다. 미국 주식 상승세를 주도했던 애플·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테슬라·아마존·알파벳·메타 등 ‘매그니피센트7(M7)’ 주식에 베팅하는 공격적 자금의 중국 투자는 여전히 10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아직 해외 투자자의 근본적 시각이 장기 자금으로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만약 내년에 로봇이든 자율주행이든 피지컬 AI 쪽이든 어느 정도의 중국 생태계가 증명되면 과거 정도 비중까지는 가져가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중국 기술주 투자 ETF 수익률을 어떻게 봐야 하나.

“지난 4월 미·중 간 무역 분쟁으로 상호 관세가 부과되면서 시장이 급락했다가 최근 하드웨어와 반도체가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앞서 딥시크 장세도 있었고 기술 자립이 화두가 되면서 최근 3개월 수익률이 극대화한 것이다. 따라서 최근 3개월로 끊어서 보면 매우 높은 수익이 나오지만, 6개월이나 1년으로 늘려서 보면 평범하거나 오히려 수익률이 낮다.”

많은 사람이 중국 투자에 불안감이 있다.

“2007년, 2015년, 2021년 중국 주식시장이 과열됐다가 폭락한 일이 있다. 중국 주식시장은 장기 추세로 오른 적이 없고 항상 요동치고 쏠렸다가 폐허가 되다 보니, 미국 주식이 안정적이고 위대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중국 주식을 고위험 중저 수익 모델로 보는 건 부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현명한 판단이라고 본다. 트라우마가 생기는 건 당연해 보인다.”

지금은 무엇이 다른가.

“주식에 대한 중국 정부와 가계의 관점이 크게 달라졌다. 2007년과 2015년은 중국 정부가 주식을 부양하려고 하는 대상이 기업이었다. 하지만 2024년 4월 발표된 중국판 밸류업 프로그램인 중국의 ‘신국 9조’는 주주 환원에 초점을 두고 있다. 기업은 자사주 매입과 적극적인 환원, 배당을 해야 하고 회계 관리나 전반적인 것을 가계 자산 증식에 맞추고 있다. 2007년과 2015년은 부동산과 수출의 심각한 과열, 장기 불황에 따라 폭락했지만, 지금은 이런 구성장 모델을 바꾼 시점이라는 차이도 있다.”

중국 투자에서 유념할 점은.

“중국은 서사와 당위성에 대한 베팅이 많고 가치에 대한 투자가 선행한다는 특징이 있다. 중국 본토와 홍콩 증시에서 TMT(테크·미디어·통신) 기업 거래 비율이 40%에 이르는데, 이들의 이익 기여는 10%가 안 된다.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처럼 이익을 내는 기업도 있지만, 그러지 못하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미국의 M7이 어마어마한 순익과 수익성을 거두며 성장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하지만 중국에는 중후장대와 제조 기업 가운데 견실한 기업이 많고 플랫폼 기업처럼 실체가 있고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는 기업도 있다.”

중국 주식에 투자할 때 주목할 위기 신호는.

“중국의 장기금리는 국내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매우 중요하다. 장기금리가 빠진다는 소식이 나오면 한국에도 악재가 될 것이다. 중국 상황이 어떤지 점검할 때는 중국 국채 10년물이나 30년물 금리를 보면 좋다.

대외적으로는 미·중 간 합의 이혼 과정을 주목해야 한다. 이미 양국은 합의 이혼 절차에 들어갔는데 중국은 미국과 사이에 중간 진영 국가 중에서 유로존과 베트남에 신경을 쓰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이 공장을 많이 지은 베트남 같은 국가가 미국 제재에 동참해서 우회 수출 물품에 관세를 30~40%씩 때리겠다고 하면 중국 처지에선 큰 재앙이다.” 

Plus Point

중국 경제·사회 발전 5개년 계획과 투자 유망 산업 변화

박근태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