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남부 흑해 연안의 도시 오데사에 본부를 둔 TAF인더스트리즈(구 TAF드론·TAF Industries)는 최근 서방 언론이 가장 주목하는 드론 기업 중 한 곳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인 2022년 설립된 이 회사는 미국 제너럴아토믹스, 중국 DJI 같은 쟁쟁한 드론 회사와 비교하면 사업 경력이 짧다. 하지만 3년이 흐른 지금은 세계가주목하는 드론 혁명의 아이콘이 됐다. 

TAF인더스트리즈가 만든 일인칭 드론(FPV)은 군인의 눈과 손이 됐고 러시아 진격을 저지하려는 노력에 희망을 안겼다. 빠른 혁신은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 초기 보조 수단에 불과했던 드론은 전장을 주도하는 핵심 전력으로 떠올랐다. 

이제는 ‘약소국의 비대칭 전력’이라고 불릴 정도로 가성비 좋은 무기 체계로 거듭났다. 

올해 35세의 청년 올렉산드르 야코벤코(Oleksandr Yakovenko) TAF인더스트리즈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그 최전선에 서 있는 인물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5월 야코벤코 CEO를 우크라이나·러시아가 벌이는 치열한 머신(드론) 전쟁의 중심에있다고 소개했다. 야코벤코 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우리는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가 아니라, 진짜 전투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다”며 “엔지니어와 전장의 군인을 연결해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빠르게 성능을 개선한 것이 회사가 성장한 비결”이라고 말했다. 

TAF인더스트리즈는 2024년에만 FPV 37만 대를 최전선 부대에 보냈다. 첫 달 월 수십 대에 불과하던 드론 생산량은 올해 들어선 월 8만 대로 늘어났다. 지금도 우크라이나 20곳에 있는 생산 시설은 폭격을 피해 두 달에 한 번씩 이사한다. 야코벤코 CEO는 “드론이 결코 만능은 아니지만, 약세인 나라가 전장의 균형을 바꾸고 전력을 증강하는 데 효과가 뛰어난 가성비 좋은 기술”이라며 “지금의 전쟁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보다는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렉산드르 야코벤코 TAF인더스트리즈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 오데사국립해양대, 키이우모힐라 경영대학원 석사, 웨이브91 설립자, 현 수프라마린 CEO,  브레이브테크 공동 창업자
올렉산드르 야코벤코 TAF인더스트리즈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 오데사국립해양대, 키이우모힐라 경영대학원 석사, 웨이브91 설립자, 현 수프라마린 CEO, 브레이브테크 공동 창업자

군용 드론 분야에서 우크라이나의 저력은 무엇인가.

“우크라이나에는 뛰어난 엔지니어와 전장을 깊이 이해하는 군인이 있다. 여기에 국가적 규모의 방위산업이 결합해서 거대한 생태계가 형성됐다. 이 생태계는 어떤 단일 기업보다 강력하며, 전국적인 혁신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전쟁의 양상을 바꿨다고 한다. 최전선에서 목격한 가장 큰 변화는.

“2022년 이전에는 FPV를 마니아의 취미나 포병과 항공 전력의 보조 수단으로 여겼다. 하지만 이제 드론은 전쟁의 속도를 바꾸고 있다. 새 모델을 설계하고 시험하며 현장에 배치해 개선하는 데 필요한 순환 주기는 수년에서 수개월로 단축됐다. 생존을 위해 강요된 가속화가 진정한 혁명이다.”

지금의 전장에서 드론의 역할은 무엇인가.

“드론은 점점 더 전투 부대의 눈과 손, 전력 투사 능력이 돼가고 있다. 전술 표적을 인식하고, 지휘관에겐 실시간 결정 능력을 제시한다. 소규모 보병 부대에 과거 포병이 제공하던 화력을 대체할 수단이 되기도 한다. 드론 수천 대를 한꺼번에 전장에 투입할 수도 있고, 개별 드론이 중요한 임무를 맡기도 한다. 최근 러시아가 운용하는 샤헤드의 공격이 증가하고 있는데, 우리는 얼마 전 하늘을 배회하는 드론을 공격하는 요격 드론을 개발했다.”

우크라이나가 드론을 전투에 쓰기로 한 배경은.

“드론이 비대칭성이 촉매제 역할을 했다. 우리는 포탄이나 항공기 수에서 러시아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드론이 위대한 균형추 역할을 했다. 400달러(약 55만6000원)짜리 FPV로 100만달러(약 13억9000만원)짜리 차량을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든 콜리브리(Kolibri) 드론이 열화상 카메라를 장착하고 러시아의 다연장 로켓 발사대 ‘TOS-1’을 향해 급강하하면서 폭발하는 영상을 봤을 것이다. 러시아는 이 로켓 발사대를 대당 약 500만달러(약 69억5000만원)에 생산한다. 더 강한 침략자로부터 자국을 지키는 나라에 드론은 단순한 전력이 아닌 영리한 전투를 가능하게 한다.”

어떻게 드론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켰나. 세계 최대 부품 공급원인 중국이 상업 드론 부품의 군사적 사용을 제한했다. 어떻게 지금도 대량생산이 가능한가.

“참호 속의 운용 장병과 실험실의 엔지니어를 직접 연결한 것이 비결이다. 매일 전장 상황을 그대로 전달했다. 전선의 장병은 전자전에서 왜 실패했고, 어떻게 살아남았으며, 어떤 공격이 성공했고 또 어떤 시도가 실패했는지, 알려줬다. 그리고 우리는 그 피드백을 즉시 반영했다. 관료주의는 없고 오직 생존해야 한다는 압박, 꼭 이기기 위해 혁신하겠다는 의지가 이룬 결과다.”

세계 최대 부품 공급원인 중국이 상업 드론 부품의 군사적 사용을 제한했다. 어떻게 지금도 대량생산이 가능한가.

“표준화다. 드론 제작 플랫폼을 단순화하고 모듈화해서 조립을 간편하게 했다. 또 단일 공급 업체에 의존하지 않았다. 여러 국가와 협력하고, 가능한 부분은 우리가 직접 만든다. 쉽지는 않지만, 다각화와 치밀한 계획으로 탄력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드론 기능과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까.

“자율성과 전자전 대응력, 통합 작전 능력이 강화되는 쪽으로 갈 것이다. 군집 드론은앞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고, 모듈형 탑재체는 각 드론의 적응력을 높여줄 것이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조준 시스템이 운용자 부담을 줄일 것이다. 전술 작전에 투입될 소형 무인정찰기부터 깊숙한 후방을 타격하는 자율 군집 드론까지 거의 모든 계층을 아우르는 드론이 등장할 것이다.”

TAF인더스트리즈는 한 달에 드론 8만 대를 생산해 전선에 보낸다. /TAF인더스트리즈
TAF인더스트리즈는 한 달에 드론 8만 대를 생산해 전선에 보낸다. /TAF인더스트리즈

러시아가 최근 대규모 드론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두 나라 드론 기술과 전략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러시아는 중앙 집중형 생산과 비교적 정교하지 않은 드론의 대량생산에 의존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혁신 속도가 빠르다. 우크라이나에선 군인과 엔지니어가 함께 개발하고, 각 부대는 독립적으로 운용하는 구조다. 또 러시아는 많이 생산하는 데 관심을 두지만 우린 더 똑똑하게 생산하고 한 번 공격에도 더 큰 피해를 주는 쪽에 중점을 둔다.”

한국에선 드론보다 포병이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드론이 만능은 아니다. 드론이 힘의 균형을 바꿀 수 있지만, 다른 무기의 필요성까지 없애지는 않는다. 포병은 지금도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결정적이다. 다만 드론 덕분에 타격의 정확도와 생존 가능성이 커졌다. 또 포탄을 무분별하게 낭비할 필요가 없게 됐다. 전차와 장갑차가 쓸모없어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기동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드론이 없다면, 포병과 기갑 모두 훨씬 더 취약해진다. 그런 점에서 대체재라기보다 증강재라는 표현이 더 맞다.” 

한국이 처한 현실을 어떻게 보나.

“한국 같은 나라는 드론전 교리(敎理)를 꼭 수립할 필요가 있다. 핵심 부품의 자체 생산능력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나의 공급망에 기대선 안 된다. 운용 장병부터 지휘관까지 드론이 이제 모든 전장에 필수 요소라는 점을 인식하게 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우크라이나는 공통점이 많다. 두 나라 모두 실존적 위협에 직면해 있으며, 공격을 억제하기 위해 기술과 동맹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실전에서 검증된 기술과 긴박함을 이해하는 파트너를 원한다면, 우크라이나가 최적이라고 본다.”

박근태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