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를 품는다. 금융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이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두나무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형식이다. 포괄적 주식 교환은 서로 다른 두 기업이 주식을 맞바꿔 한쪽이 100% 지분을 가지면서 지배구조가 형성되는 방식이다. 네이버는 9월 25일 공시를 통해 “네이버파이낸셜은 두나무와 스테이블코인, 비상장주식 거래 외에 주식교환을 포함한 다양한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고 밝혔다. 네이버파이낸셜의 두나무 인수가 완료되면, 국내 최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네이버가 본격적으로 암호화폐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두나무 주요 주주는 송치형(지분율 25.5%) 회장 겸 이사회 의장, 김형년(13.1%) 부회장, 카카오인베스트먼트(10.6%), 우리기술투자(7.2%), 한화투자증권(5.9%) 등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가 지분 약 75%(전환 우선주 포함)를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는 금융 당국 승인이 떨어지는 대로 각 사 이사회와 주총을 거쳐 포괄적 주식 교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자료= 이코노미조선 정리
/자료= 이코노미조선 정리

이해진의 리더십, 송치형이 받는다

네이버와 두나무 간 빅딜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의 제안을 송 회장이 수용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옛 전자계산공학과) 선후배 사이인 두 수장은 12살 차이다. 업계는 이 의장이 사업 확장을 넘어 자연스러운 은퇴와 후계까지 고려해 결정했을 것으로 본다. 

두 사람의 공감대 형성 이후 네이버와 두나무는 곧바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절차에 착수했다고 한다. 초기에는 네이버 본사와 두나무 간 주식 교환이 거론됐으나, 두나무가 올 초 금융정보분석원(FIU) 제재 등으로 당국의 감시 대상에 올랐고, 네이버 주주의 동요 가능성을 고려해 철회됐다. 

대안으로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활용한 단계적 통합이 제시됐다. 양측은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의 주식 교환 이후 네이버와 네이버파이낸셜의 합병을 전제로 세부 조건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를 인수하는 형식이지만, 송 회장은 네이버파이낸셜 경영을 총괄하면서 그룹 내 입지를 다질 예정이다. 송 회장은 그 뒤에 네이버와 네이버파이낸셜 간 합병 또는 추가 주식 교환으로 네이버 주식을 대거 확보할 전망이다. 이 시나리오가 완성될 경우 송 회장은 이 의장(네이버 지분 3.91% 보유)보다 더 많은 약 5%의 네이버 지분을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장이 구축한 전문경영인 중심의 오너십은 향후 송 회장 체제에서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네이버 내에서는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 김창욱 스노우·크림 대표 등이 차기 경영진으로 꼽힌다. 이후 송 회장을 중심으로 사업별 전문성을 갖춘 최고경영자(CEO)가 네이버 경영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스·빗썸 연합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경쟁

이 의장은 미래에셋증권(디지털 금융), CJ그룹(유통·콘텐츠) 등과 전략적으로 지분을 교환하는 동맹 전략을 통해 네이버 생태계를 넓혀 왔다. 이에 따라 이번 두나무와 빅딜은 네이버 동맹 전략의 최종 진화판으로 평가받는다. 이 의장이 리더십 수혈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인공지능(AI) 부상 속 네이버의 사업 전환 시기를 놓쳐선 안 된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라는 해석이다. 네이버는 창업 이후 26년간 국내 검색엔진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 왔으나, 최근 AI 열풍 속 주도권이 흔들리고 있다. 오픈AI, 구글 등 미국 테크 기업이 세계 생성 AI(Generative AI)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구글은 AI 인프라 확장에만 750억달러(약 105조원)를 투자할 예정이고, 중국은 생성 AI 딥시크 등을 통해 미국을 거세게 추격 중이다. 수많은 사용자를 기반으로 성장한 이커머스도 예전같지 않다는 평가다. 쿠팡과 경쟁은 물론이고,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발 C커머스 공세가 더해져 산업 전반의 성장성에 한계가 왔다. 이런 복합 위기에 네이버는 두나무와 연계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s·법화나 자산과 교환 비율을 고정한 암호화폐)을 새 먹거리로 삼은 모양새다. 두나무의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는 국내 코인 거래량의 약 80%를 차지하고,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페이)의 온· 오프라인 금융 결제의 연간 거래액은 80조원에 육박한다. 두나무는 지난 8월 자체 블록체인 메인넷(독립 운영 네트워크) ‘기와체인’ 을 공개하고, 이를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시사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성화하려면 발행된 코인을 법정화폐로 구매하거나, 다시 현금으로 되돌리는 온·오프 램프(On·Off Ramp) 구축이 중요하다. 두나무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업비트에서 이를 거래하며, 네이버파이낸셜이 운영하는 네이버페이의 온·오프라인 거래처에서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는 구조를 완성하는 셈이다. 네이버는 이 구조에 기반, 기존 쇼핑·콘텐츠·페이(결제)·금융 생태계에 가상 자산을 더해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글로벌 사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스테이블코인은 국경을 넘나드는 결제와 송금에 있어 빠르고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업비트 인프라를 활용해 디파이(DeFi⋅탈중앙 금융)까지 사업을 확장한다면,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포인트·상품권 같은 비활성 자산을 유동화하는 모델도 가능하다. 네이버와 두나무 연합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협력이 논의되고 있는 토스·빗썸 연합과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Plus Point

비상장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몸값 전쟁’… 기존 주주 행보는

네이버 계열로 편입되는 비상장사 두나무의 기업 가치를 약 14조원으로 시장에서 추정하고 있다. 네이버의 비상장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은 4조7000억원의 몸값이 매겨지고 있다. 두 회사는 기존 두나무 주식 1주를 네이버파이낸셜이 발생한 신주 약 2.4주(각사 주당 가격 반영 시)로 교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교환 비율에 따라 송치형 두나무 회장은 네이버파이낸셜 지분 약 19%를 보유한 단일 최대 주주에 오른다. 네이버의 네이버파이낸셜 지분은 현재 75%에서 17%대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번 인수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는 두나무 주주 간에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포괄적 주식 교환은 주총 특별 결의 대상으로, 주총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송 회장(25.5%), 김형년 부회장(13.1%) 등 경영진의 두나무 지분은 총 38.6%로, 약 27%의 우군을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두나무 측은 주요 주주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우리기술투자, 한화투자증권 등을 설득하고, 소액주주를 우군으로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두나무의 독자 상장이 불투명한 현재의 지배구조보다 네이버에 합류해 시너지 효과를 낸 뒤, 중장기적으로 상장을 시도하겠다고 주주를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나무는 반대 주주의 주식 매입(1주당 약 40만원)에 약 3조원 규모의 보유 현금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플러스 비상장 기준 두나무 주가는 2022년 7만원대까지 밀렸지만, 9월 29일 장중 41만원까지 치솟았다. 다만 두나무 측은 일정 규모 이상의 주식매수청구권이 모이면 주식 교환을 취소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 것으로 예상돼, 소액주주의 눈치 싸움이 치열할 전망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의 2대 주주인 미래에셋금융그룹(지분율 30.1%·이하 미래에셋)은 내심 불만이다. 시장에서 13조원으로 평가(NH투자증권 리포트)된 네이버파이낸셜 가치를 4조7000억원으로 통보받는 격이기 때문이다. 네이버 지분만으로도 주총 특별 결의 요건을 충족해 협상도 막혀 있다. 미래에셋은 2019년 네이버파이낸셜에 8000억원을 투자, 당시 기업 가치를 2조7000억원으로 평가했다.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추진 중인 미래에셋이 지금 가격대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다.

박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