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샤오싱에 있는 루쉰 기념관 입구. /샤오싱 루쉰구리 관광구역 공식 홈페이지
중국 샤오싱에 있는 루쉰 기념관 입구. /샤오싱 루쉰구리 관광구역 공식 홈페이지

이제는 일반적으로 꼭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기도 하지만, 우리에게 중국 사람은 술만큼이나 담배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중국 민간에 ‘연주불분가(煙酒不分家)’라는 말도 있어서 술하고 담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로 술자리나 교제의 순간에 항상 동행했다. 그런데 중국에서도 흡연에 대한 관대함이 점차 엄격함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2008년은 베이징 올림픽이 개최됐는데 외국 손님을 초대하는 마당에 장소를 가리지 않는 흡연 문화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식당에 금연석을 설치하도록 했고, 중국의 대표적인 소셜미디어(SNS)인 위챗에 저장된 이모티콘에는 원래 시가를 물고 있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2021년 초에 입에 물고 있던 시가를 조용히 내려놓았다.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한국 사람 대부분이 아는 중국 소설가이자 사상가인 루쉰이 최근에 담배 때문에 홍역을 치렀다. 중국 샤오싱에는 ‘루쉰구리(魯迅故里)’라고 하여 루쉰의 생가가 기념관으로 보존돼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데, 그 입구의 커다란 석벽에 연기가 나는 담배를 손가락에 끼고 있는 루쉰 얼굴이 조각돼 있다. 이를 본 한 열혈 여성 금연 운동가가 절강성의 관련 부서에 투서를 했다. 루쉰의 이미지가 어린이에게 흡연 충동을 일으키고 금연 운동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이 여성의 신고에 대해서 루쉰의 수많은긍정적인 이미지 중에서 하필 담배를 손가락에 끼고 있는 모습을 모티브로 벽화를 만든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를 지지하는 견해도 일부 있었지만, 루쉰 기념관은 루쉰, 역사, 예술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담배를 손가락에 끼고 있는 그의 이미지를 수정하지 않기로 했다는 발 빠른 통지를 통해 사태를 조기에 마무리 지었다.

중국의 연초전매법 제5조는 국가와 사회는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위해에 관한 선전 교육을 강화하고 공공 교통수단과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금지 또는 제한하며 청소년에게 금연을 권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세상이 변해 가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듯 최근 중국의 한 고속열차 안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등장하기도 했다.

중국의 철도안전관리조례는 열차 내 흡연 시 공안 기관은 시정을 명하고 500위안(약 9만8400원) 이상 2000위안(약 39만3400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치안관리처벌법은 흡연으로 열차에서의 질서를 해친 경우에는 경고와 200위안(약 3만9300원) 이하의 과태료에, 상황이 비교적 엄중한 경우에는 5일 이상 10일 이하의 구류와 동시에 500위안(약 9만8400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베이징 인근에는 행정수도 기능을 일부 이전해 놓은 ‘통저우’라는 곳이 있다. 그곳에 있는 엄청난 규모의 도서관의 어린이관에 가면 루쉰 이미지를 3D로 구현해 놓고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아이들의 질문에 루쉰이 답을 해 주는 장소가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3D와 AI로 오늘날 거듭난 루쉰은 분명 아이들에게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고 말해 줄 것 같고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고 있는 자기 모습을 계면쩍어할지도 모르겠다. 

중국에서 일상으로 받아들여지던 흡연의 장면들도 세월에 따라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우리가 스스로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중국의 모습도 지금은 많이 달라졌고, 앞으로는 더 크게 변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