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와 가격으로 경쟁하기는 어렵다. 이를 극복할 차세대 기술이 필요하다. 과도하게 투자된 하이니켈(고비율 니켈) 삼원계(NCM·니켈, 코발트, 망간) 생산 라인을 에너지저장장치(ESS)나 LFP 제조 시설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과잉투자와 시장 수요 저조로 어려움에 빠진 한국 이차전지 산업에 대해 장정훈 삼성증권 수석 연구위원은 이렇게 진단했다. 

한때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되던 한국 배터리 산업은 현재 큰 위기에 직면했다.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2021년 초 30% 이상이었으나, 2025년 상반기에는 16.5%까지 하락했다. 실적 역시 부진해 올 2분기 SK온은 664억원의 적자를, 삼성SDI는 397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와 대조적으로 중국 배터리 기업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CATL과 BYD는 2025년 2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37.9%, 17.8%를 각각 기록했으며, 두 회사 합산 점유율이 절반을 넘는 55.7%에 달했다. CATL은 올 2분기에만 전년 대비 34% 증가한 165억위안(약 15조506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장 수석 연구위원은 한국 배터리 3사가 위기를 돌파하려면, 중국 배터리 회사와 경쟁할 수 있는 저가 솔루션을 갖추는 동시에,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선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한국 이차전지 산업의 위기는 과잉 공급 측면에서는 시장 수요 부진, 기술 경쟁력 하락은 저가 솔루션의 부재로 설명할 수 있다”라며 “일반 전기차에 사용할 수 있는 저가 배터리 기술을 확보해야 하고, 이와 동시에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선점해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장정훈 삼성증권 수석 연구위원-
KAIST 금융공학 석사, 전 NH투자증권 델타원
세일즈 담당, 전 신영자산운용 펀드 매니저 /사진 삼성증권
장정훈 삼성증권 수석 연구위원- KAIST 금융공학 석사, 전 NH투자증권 델타원 세일즈 담당, 전 신영자산운용 펀드 매니저 /사진 삼성증권

현재 수요 둔화하고 있는 전기차용 이차전지 산업의 핵심 문제는.

“전기차 수요 둔화는 한국 이차전지의 주요 수요 지역인 유럽과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 성장률이 저하된 데 따른 것이다. 해당 지역 정책 또는 고객사 요구에 부응해 공격적 증설을 진행했지만, 수요 성장이 늦어지면서 이차전지 업체의 가동률 부진과 손익 부담으로 이어졌다. 전기차 판매 부진은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고가인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축소 등이 원인이다. 이를 극복하려는 자동차 회사의 저가 전기차 판매 전략이 LFP 배터리 수요를 높이고, 한국이 주력하던 하이니켈 NCM 수요는 낮추는 모습이다. 한국 업체도 이에 대응해 전기차용 LFP 배터리 양산을 준비하고 있지만, 문제는 중국에 고관세를 물리는 미국 시장을 제외하면 중국 LFP 배터리와 가격으로 경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해법은.

“각국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는 앞으로도 불가피해, 일반적인 중저가 전기차에 사용할 수 있는 저가 배터리 기술 확보가 필수다. 또 중국과 경쟁도 피할 수 없어,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양산 기술도 선점해야 한다. 유럽과 미국에 과도하게 투자된 전기차용 하이니켈 NCM 생산 시설을 ESS 또는 LFP 기반 제조 시설로 활용할 필요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정책이 한국 배터리 기업의 수익과 수출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대(對)중국 고관세 기조로 미국 시장 내 한국 이차전지 산업의 가격 경쟁 환경은 긍정적이다. 다만 전기차 분야에서 미국 내 높은 제조 비용 구조와 하이니켈 NCM 배터리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관세에 따른 가격 경쟁력 확보 효과를 부각하기 어렵게 한다. 반면 ESS는 전기차 시장과 다르게 한국 업체가 LFP 배터리 기반으로 미국 현지 양산을 시작했기 때문에 확실한 가격 이점을 살릴 수 있다.”

배터리 산업 침체 원인이 기업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거시 경제 둔화 등 외부 환경에 따른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최근 2년간 한국 배터리 3사의 수익성 악화는 고객사 영업 성과와 시장 경쟁에 따른 것이다. 고객사의 성과 부진은 판매 지역 보조금 축소 같은 정책 변화 탓이 컸다. 중국 배터리 업체가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유럽 완성차 시장점유율을 확대한 것도 현지 시장 경쟁 가열로 인한 국내 배터리 기업 수익성 악화를 초래했다.”

중국이 저렴한 LFP 배터리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데, 한국 기업이 NCM 배터리 중심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며 경쟁 우위를 장기간 확보할 수 있을까.

“LFP 배터리는 저렴하나, 에너지밀도가 낮아 주행거리 성능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다. 그러나 중국은 셀투팩(Cell-to-Pack·배터리팩 구조를 단순화해 에너지밀도를 높인 기술) 패키징으로 NCM 배터리와 성능 차이를 좁힐 수 있었고, NCM 수요를 일정 부분 잠식하고 있다. 한국 업체는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금의 하이니켈 NCM 이상으로 에너지밀도 개선을 이뤄야 하며, 또 한편으로는 셀투팩처럼 패키징 영역에서 양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요 둔화에도 기업은 생산 시설 확충을 위한 대규모 자본 지출(CAPEX)을 지속하고 있다. 미래 시장을 선점을 위한 전략인가, 아니면 재무 건전성을 악화할 위험인가.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 비중을 고려하면 고객사 증설 요구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CAPEX 투자는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투자자로서는 CAPEX 규모가 마이너스 현금 흐름(EBITDA-CAPEX)에도 불구하고, 재무 상 크게 흔들리지 않을 정도에서 관리되는지를 봐야 한다.”

수익성 악화가 지속하고 있는데, 프리미엄과 중저가 시장 사이에서 한국 기업은 어떤 포트폴리오 전략을 써야 할까.

“둘 다 놓칠 수 없다. 프리미엄 시장은 고성능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는 기술 리더십을 요구하며, 고성능 전기차를 브랜드 가치로 여기는 고객사의 판매 전략상 안정적 수요가 있다. 반면 중저가 시장은 전기차 대중화의 핵심으로, 수요 규모 자체가 폭발적으로 커질 잠재력이 있다. 기업의 고정비 부담을 줄이고, 생산 시설의 일정 수준 이상 가동률을 확보하기 위해 대량 수요가 발생하는 중저가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수익률은 낮더라도 규모를 확보할 수 있는 중저가 시장 진입은 생존에 필수이고, 동시에 기술 우위를 지킬 수 있는 프리미엄 시장도 유지해야 한다.”

현재 위기 속에서 신기술에 대한 투자 방향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나.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신기술에 대한 개발 초기 비용은 양산이 시작된 뒤에 대규모 수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빠르게 기술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은 필연적이기 때문에 선도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배터리 산업 위기의 본질이 ‘기업의 기술 경쟁력 하락’이 아니라 ‘시장의 과잉 공급’이라는 진단이 있다.

“한국 이차전지의 위기를 과잉 공급 측면에서는 시장 수요 둔화로, 기술 경쟁력 하락 측면에서는 저가 솔루션 부재로 설명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과잉 공급은 중국에서 시작됐는데, 중국 정부의 과잉 공급 해소 정책이 어떤 형태로 나올지 지켜봐야 한다.”

이차전지 산업이 다시 반등하기 위해선.

“현재 이차전지 산업은 수요에 비해 공급 능력이 과도한 데 따른 가동률 부진이 이유로, 전기차 수요 성장세 회복이 중요하다. 기존 생산능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타깃 고객·제품을 다양화해야 한다. 또 중국과 경쟁에서 차별화를 위한 신소재·신공정 개발과 차세대 배터리 양산에 대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박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