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세계를 이해하는세 가지 프레임
질서 없음
헬렌 톰슨│김승진 옮김│월북│2만9800원│480쪽│10월 20일 발행
‘이제는 전쟁 없이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가속화되는 시대’. 과거에는 전쟁이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이었지만, 이제는 전쟁이없어도 과잉 유동성과 신용 팽창이 인플레이션을 불러오는 시대가 됐다고 갈파한 책이다. 저자인 헬렌 톰슨 케임브리지대 정치경제학 교수는 “공공 및 민간 부채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가 1974년에서 2016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었다”면서 “브레턴우즈(달러와 금을 일정 비율로 교환해 주는 제도) 체제 붕괴 이후 세계는 어떤 통화도 금속으로 태환되지 않는 전례 없는 통화 환경이 확산됐다”고 진단한다.
인플레이션 요인이 빈번히 나타나고 막대한 부채가 경제의 양태를 구성하는 데 핵심 요인이 된 새로운 경제체제는 복잡한 정치적 함의를 갖는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책의 제목처럼 ‘질서 없음’으로 표현된다. 대혼란의 시대에 진입한 지금의 세계 모습이다.
세계 패권을 둘러싼 중국의 도전과 미국의 수성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시리아 내전에 힘을 쓰지 못하는 무능함을 보여줬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야욕을 드러내며 침략을 강행했고, 이스라엘은 최근 하마스와 1단계 휴전안에 합의했지만, 중동 국가와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 질서를 지탱해 온 자유주의 체제는 왜 흔들리는가. 무질서 증가 원인은 무엇일까. 톰슨 교수는 “소위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의 붕괴라는 맥락에서 세계 질서의 교란을 살펴보기에는 설명되지 않는 것이 더 많다”고 진단한다.
톰슨 교수는 1970년대 오일 쇼크부터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까지, 혼란한 세계를 파헤치기 위해 ‘에너지’ ‘글로벌 통화정책’ ‘민주정치’라는 세 축의 교차 관계를 들여다본다. 톰슨 교수는 현미경과 망원경이 교차하는 시선으로 현대사의 주요 사안을 보여준다.
첫 번째 요인인 ‘지정학(에너지 패권)’에서는 핵심 에너지원이 석탄에서 석유로 바뀌면서 오는 갈등을 추적한다. 석유로 인해 미국이 어떻게 패권국으로 떠올랐고, 반대로 자원이 부족했던 유럽 열강이 어떻게 중동을 각축장으로 만들었는지 추적한다.
두 번째 요인인 ‘경제(통화 패권)’에서는 1970년대 브레턴우즈 체제 붕괴와 오일 쇼크가 어떤 파장을 일으켰는지 보여준다. 이 사건은 달러 중심의 불안정한 금융 시스템을 탄생시켰고, 이러한 달러 불안정성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유럽의 통화 공동체 ‘유로’가 만들어졌다. 이 새로운 시스템은 국경 없는 자본 이동을 촉진하며 ‘메이드 인 차이나’ 시대를 열었지만, 그 안에 내재한 모순은 결국 2008년 금융 위기를 야기했다.
세 번째 요인인 ‘민주정치(국제 정치 패권)’ 에서는 에너지와 금융의 격변이 어떻게 국가 과세 능력을 약화하고 ‘경제적 국가 공동체주의’를 붕괴했는지를 보여준다. 국가가 더는 시민의 경제적 삶을 보호해 주지 못한다는 불만이 쌓이면서 엘리트에 대한 분노가 폭발했고, 이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트럼프 현상 같은 포퓰리즘과 극단 세력의 부상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고대 사학자 폴리비오스의 정체순환론(Anacyclo-sis)을 빌려, 정치 체제가 성장과 쇠퇴를 반복하며 순환하는 것처럼, 오늘날의 국제 정세 역시 이 세 요인이 작용하며 격동을 증폭시켰다고 꼬집는다.
미 제국 연구
앤서니 G. 홉킨스│한승훈 옮김│ 너머북스│5만9400원│1456쪽│ 10월 2일 발행
영국 역사학계 거장인 저자는 1450쪽이 넘는 책에서 방대한 연구로 ‘미국 예외주의’ 신화를 해체한다. 책은 미국사를 서구 제국사와 결합한다. 영국이나 프랑스처럼 제국으로 불리지도 않은 미국은 20세기 두 차례 세계대전에서 승전을 거쳐 냉전 시기 소련을 상대로 승리를 쟁취한다. 미국과 서유럽 역사는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것이 아니고, 오히려 장기간 매우 유사한 궤적을 따랐다.
금융 3000년 무엇이 반복되는가
더 루프
이희동│한스미디어│ 2만5000원│456쪽│ 9월 19일 발행
트럼프의 관세정책, 전쟁, 스테이블 코인 등장으로 인해 세계경제의 판도는 눈 깜빡할 새 변화하고 있다. 위기와 회복을 반복해 온 3000년의 금융사에서 교훈을 얻는다. 1929년 대공황은 중앙은행 역할을 정립하는 계기가 됐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는 국제적 금융 규제 협력 체계를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급변하는 흐름 속에서 어떤 위기와 기회가 싹을 틔울지 살펴본다.
위기 속 돈의 흐름을 지배하는 50가지 생존 공식
머니 트렌드 2026
김도윤 외 7명│북모먼트│ 2만6000원│436쪽│9월 25일 발행
2025년 하반기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현상은 부동산 시장구조를 좌우하는 변수로 부상했다. 비트코인 ETF 승인, 국내외 규제 강화 등으로 암호화폐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신축 선호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으며, 좋은 암호화폐는 어떻게 가려낼 수 있을까. 책에는 거시 경제부터 주식, 부동산, 암호화폐까지 2026년 한국 경제의 큰 그림을 그려낸다.
세계 최초 화폐철학과의 비밀 노트
비트코인 없는 미래는 없다
오태민 외 2명│거인의정원│ 3만1000원│368쪽│9월 19일 발행
비트코인은 국가와 개인, 제도와 시스템, 협력과 권위라는 인간 사회 본질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하나의 ‘문명사적 사건’이다. 신뢰를 제도와 권위에 위임해 온 인류는 이제 중앙 없는 신뢰, 즉 비트코인을 마주한다. 한양대 비트코인 화폐 철학과 교수와 학생의 치열한 토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새로운 자산으로서 비트코인을 넘어 신뢰와 질서의 조건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담론한다.
우리는 왜 우리의 몸을 사랑해야 하는가
머슬
보니 추이│정미진 옮김│ 흐름출판│2만1000원│368쪽│ 9월 30일 발행
인체의 주요 기관인 근육을 심층적인 시선으로 탐구한다. 근육을 사용함으로써 자기 안에 숨은 힘을 확인하며 가능성 있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 자신을 재발견할 기회를 얻는다. 저자는 근육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채집하고자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함께 운동했다. 그런 경로를 거쳐 우리 삶의 중심(코어)을 튼튼하게 지탱해주는 기관이 바로 근육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것이 한 나라를 어떻게 산산조각 냈는가
1929: 월가 대폭락의 이면 (1929: Inside the Greatest Crash in Wall Street History-and How It Shattered a Nation)
앤드루 로스 소킨│바이킹│35달러│ 592쪽│10월 14일 발행
1929년 월가 대폭락의 심장부를 소개한다. 탐욕과 인간의 어리석음이 만들어낸 시대적 붕괴를 풀어내며, 그 여파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새로 발굴된 사료와 조사를 기반으로 했다. 월가와 워싱턴의 대립, 투기 열풍에 휩싸인 투자자들, 위기 신호를 외면한 지도자들, 금융권의 몰락 그리고 ‘이번만은 다르다’는 착각의 반복을 그린다. 금융 위기를 해부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