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1일 일본 임시국회 중의원(하원) 총리 지명 선거 1차 투표에서 총 465표 중 과반(233표)을 웃돈 237표를 얻어 승리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박수를 받으며 인사하고 있다(큰 사진).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이 1885년 내각제를 도입해 이토 히로부미가 초대 총리를 맡은 이후 사상 첫 여성 총리다. 일본 총리 지명 선거는 참의원(상원)에서도 별도로 실시하지만, 결과가 다를 경우 중의원 투표를 우선시하기 때문에 다카이치 총재가 일본의 제104대 총리로 당선을 확정 지은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1961년 나라현에서 회사원 아버지와 경찰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고베대(경영수학 전공)를 졸업하고 일본 민영방송 TV아사히와 후지TV 앵커로 근무한 그는 젊은 시절에는 가와사키의 ‘Z400GP’ 오토바이를 즐겨 타고, 헤비메탈 밴드에서 드럼을 연주하기도 했다.
이후 정계에 입문해 1993년 처음으로 중의원에 당선됐고, 아베 신조 전 내각에서 과학기술·저출산 정책 등을 담당하는 특명담당대신과 총무상 등 각료직을 맡았다. 아베 전 총리의 정책 기조를 이어받아 ‘여자 아베’로도 불린다. 2014년 9월 아베 당시 총리가 도쿄 총리 공관에서 신임 각료와 기념사진을 찍던 도중 다카이치 당시 총무상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사진 2).
다카이치 총리 취임으로 시장에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아베노믹스’ 정책이 부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일본 닛케이 평균은 10월 21일 장 중 한때 사상 최초로 4만900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사진 1). 일본 경제 조타수에 해당하는 재무상 자리에도 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발탁됐다. 자민당 소속 3선 참의원인 가타야마 사츠키가 주인공이다.
강경 우익 성향의 다카이치 내각 출범으로 한일 관계의 향방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다카이치는 과거 역사·영토 문제에서 강경 발언을 쏟아냈고, 야스쿠니 신사도 정기적으로 참배했다. 하지만 ‘총리 다카이치’는 다를 것이란 의견도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일한(한일) 관계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을 희망하며 제대로 의사소통해 가겠다”고 했다. “한국 김을 정말 좋아한다. 한국 화장품도 쓰고 있고 한국 드라마도 본다”라고도 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10월 말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참석해 이재명 대통령과 처음으로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