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경제와 산업계의 시선이 10월 28일부터 나흘간 대한민국 경주로 집중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민간 경제 포럼인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CEO 서밋 2025(이하 CEO 서밋)’가 막을 올리기 때문이다. APEC 정상회의에 앞서 개최되는 이번 CEO 서밋은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 주관으로 10월 28일부터 31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된다.이번 행사에는 APEC 21개 회원국 가운데 정상급 인사 16명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1700여 명의 기업인 및 경제인이 모여 초격차 기술 경쟁과 공급망 재편, 인공지능(AI) 혁명, 에너지 대전환 등을 논의한다. APEC CEO 서밋은 각국 정상과 글로벌 기업 CEO가 직접 소통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참가 기업은 APEC 정상과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해 투자 및 협력 논의에 나설 수 있다.

최태원 총괄 지휘, 젠슨 황 초청

이번 CEO 서밋의 의장은 대한상의 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맡았다. 최 회장은 10월 28일 저녁 환영 만찬을 시작으로, 29일 개회식과 31일 폐회식, 내년 개최국인 중국으로의 의장 인수인계식까지 행사 전반을 총괄 지휘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국내 4대 그룹 총수도 모두 참석할 예정이다. 

경주를 찾는 글로벌 테크 거물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CEO다. 최 회장이 황 CEO에게 직접 초대장을 전달하면서 15년 만의 공식 방한이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황 CEO는 CEO 서밋 마지막 날인 10월 31일 CEO 서밋 기조연설을 하고 기자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AI, 로보틱스, 디지털 트윈, 자율주행 기술 등 다양한 분야와 관련된 엔비디아의 비전을 공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 CEO는 행사 기간 중 최 회장, 이재용 회장과 별도의 만남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고 있는 만큼 이번 APEC을 계기로 엔비디아와 한국 반도체 기업 간 HBM 공급 및 AI 협력 강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도 참석이 유력하며,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참석 여부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미국이 추진하는 5000억달러(약 712조원) 규모의 AI 인프라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의 주축이다. 이들과 스타게이트 참여를 발표한 이 회장, 최 회장과 AI 협력 방안 논의 장면이 펼쳐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글로벌 테크·금융·제조 거물들 대거 경주로

AI 분야 외에도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기업인이 대거 경주를 찾는다. 맷 가먼 아마존웹서비스(AWS) CEO, 사이먼 칸 구글 아시아·태평양 부사장, 사이먼 밀너 메타 부사장, 안토니 쿡 및 울리히 호만 마이크로소프트(MS) 부사장 등이 연사로 나선다. 팀 쿡 애플 CEO의 참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각국의 금융·제조·에너지 기업 경영자도 경주로 모인다. 제인 프레이저 시티그룹 CEO, 다니엘 핀토 JP모건 부회장, 호아킨 두아토 존슨앤드존슨(J&J) CEO 등 금융·바이오 분야 거물이 참석한다. 쩡위췬 CATL 회장, 리판룽 시노켐 회장, 도쿠나가 도시아키 히타치 CEO, 오모토 마사유키 마루베니 CEO 등 중국과 일본 주요 기업인도 함께할 예정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마티아스 코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등 국제기구 인사도 참여해 논의의 폭을 넓힐 예정이다. 

'Bridge, Business, Beyond' 주제로 20개 세션 진행

CEO 서밋의 주제는 ‘Bridge, Business, Beyond(3B)’다. ‘경계를 넘어 혁신적인 기업 활동을 통해 새로운 협력 관계를 구축하자’ 는 의미를 담고 있다. 3박 4일간 총 20개 세션에서 85명의 연사가 참여해 19시간 이상 집중적인 논의를 이어간다. 주요 논의 의제는 △지역 경제 통합 △AI, 디지털 전환 △지속 가능성 △금융·투자 △바이오·헬스 등 시대적 과제가 폭넓게 다뤄진다. 10월 29일에는 소버린 AI(Sovereign AI·특정 국가에 종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AI) 전략, AI 반도체 메가 인프라 프로젝트 등 글로벌 산업계의 첨예한 이슈가 논의될 예정이다. 미·중 간 경쟁이 촉발한 관세전쟁과 공급망 경쟁, 각국의 무역보호주의 강화, 에너지 대전환 등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10월 30일에는 각국 정상 연설이 진행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 29일부터 1박 2일간 방한해 CEO 서밋에 참석할 가능성이 커 이목이 집중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행보에도 관심이 간다. 대한상의는 일본 제104대 총리로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리도 공식 초청했다. 다카이치 신임 총리가 CEO 서밋에 참석할 경우 역내 경제협력을 향한 일본 의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대한상의는 이번 CEO 서밋에서 AI 윤리 규범 정립,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확대, 디지털 격차 해소 등 글로벌 어젠다가 집중 조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APEC이 단순한 경제 협의체를 넘어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7조4000억원 경제 효과, 실질적 협력 플랫폼 기대

대한상의와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의 공동 분석에 따르면, 이번 APEC의 경제 효과는 약 7조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고용 창출 효과는 2만2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이번 CEO 서밋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AI 시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대한상의는 CEO 서밋의 차별화 포인트로, 각국 정상과 글로벌 CEO 간 직접 소통 기회를 대폭 확대한 점을 꼽았다. 참가 기업은 APEC 정상·장관과 일대일 비즈니스 미팅을 통해 투자·협력 기회를 구체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공식 행사 외에도 AI·방산·조선· 디지털 자산·에너지·유통 등을 다루는 퓨처테크 포럼, K-테크 이노베이션 쇼케이스, K-뷰티·웰니스 체험관, 미술 전시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AI 분야에서는 SK그룹, 방산과 조선 분야에선 각각 한화와 HD현대가 한국 기술력을 소개하는 행사를 별도로 개최할 예정이다. 이성우 CEO 서밋 추진본부장(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 “한국 경쟁력을 알리기 위해 모든 참여자가 막판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EO 서밋이 우리 기업이 직면한 도전을 새로운 기회로 바꾸는 실질적인 협력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Plus Point

APEC CEO 서밋 2025 참석 주요 인사 및 주 일정

윤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