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택 시장은 정부 규제가 많고, 임대·임차인이 대부분 개인이다 보니 (법인은) 진출이 쉽지 않았는데, 이제부터 조금씩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본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 업체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W)의 한국 법인이 만든 투자자문사의 지소림 대표는 국내 임대 주택 시장을 낙관했다. 

지 대표는 “사실 20~30년 전에는 오피스도 임대 형태가 전세였다”며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등을 거치면서 월세로 바뀌었고, 여기서 기회를 본 BHP(현 세빌스)·CBRE· JLL 등 부동산 자문사가 국내에 진출했고, 그러면서 오피스가 수익을 창출하는 지금의 전통적인 상업용 부동산 자산으로 자리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임대주택 시장도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현재 주거 시장에서 기업형 임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30~40%인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1% 정도에 불과하다. 특유의 전세 문화와 개인 위주 거래 그리고 외국 자본에 대한 거부감 등으로 사실상 기업 진출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간 국내에서 오피스 등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 주력해 왔던 해외 큰손들이 잇달아 임대주택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최근 이런 시장에 조금씩 균열이 가는 조짐이 일고 있어서다.

지 대표를 최근 서울 중구 C&W코리아 본사에서 만났다. C&W코리아의 캐피탈마켓그룹에 있던 지 대표는 지난 3월 이 회사가 투자자문업 진출을 위해 설립한 별도 법인 C&W코리아투자자문의 수장으로 선임됐다. 기존 C&W코리아 캐피탈마켓그룹에서 실물 부동산 매입·매각 거래 위주로 자문했다면, C&W코리아투자자문에서는 상업용 부동산 개발·투자·거래 전반에 걸쳐 필요한 투자 자문을 제공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소림 C&W코리아투자자문 대표 - 연세대 주거환경학, 미국 미시간대 도시·지역계획학  석사, 전 BHP코리아·삼정KPMG·삼성물산 근무, 전 C&W코리아 캐피탈마켓그룹 이사 /사진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지소림 C&W코리아투자자문 대표 - 연세대 주거환경학, 미국 미시간대 도시·지역계획학 석사, 전 BHP코리아·삼정KPMG·삼성물산 근무, 전 C&W코리아 캐피탈마켓그룹 이사 /사진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외국계 운용사가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다른 이유가 있나.

“국내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중요하지만, 사실 글로벌 운용사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을 거치면서 상업용 부동산 중 오피스 투자 비중을 대폭 축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 나라가 아직도 일주일에 이틀은 재택근무를 이어 가고 있다. 즉 근무하는 5일 중 2일이니, 오피스 시장에서 40%의 수요가 없어졌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오피스에 투자했던 자금이 주택으로 가게 됐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오피스 시장이 나쁘진 않지만, (본사 기조가 이렇다 보니) 국내에 투자하는 글로벌 운용사도 다른 섹터를 보기 시작했다.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임대주택 등이다. 그런데 물류센터는 이미 공급이 너무 많아 투자하기 어렵고, 데이터센터는 수익률이 너무 낮은 데다 운영하는 회사 주도권이세다고 판단해, 새롭게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임대주택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보통 국내 업체와 손잡고 진출하던데.

“지금까지 한국 임대주택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운용사 대부분은 자금만 투자하는 곳이었다. 이런 기업은 한국의 법과 부동산 시장을 잘 아는 국내 운용사와 협업한다. 펀드나 리츠를 만들면 세금 혜택이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 다른 형태는 돈을 투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투자처 발굴부터 설계·개발·시공과 운영까지 하는 곳이다. 미국 최대 주거용 부동산 전문 자산 운용사 그레이스타와 호주 더리빙컴퍼니가 대표적이다. 운용 자산 규모가 790억달러(약 112조 4565억원)에 이르는 그레이스타도 한국 임대주택 시장 성장성이 높다고 보고 지난 5월 한국에 처음 사무소를 냈다.”

그렇다면 국내 투자자는 어떠한가.

“임대주택에 투자하는 곳이 없진 않았다. 일례로 신영과 싱가포르 부동산 자산 운용사 ARA가 함께 설립한 리츠가 있다. 다만 임대주택 사업자로서는 장기적인 보유가 필요하고 5~6%의 낮지만, 안정적인 수익률이 기대되다 보니 금리 상승기에는 투자자가 선호하는 상품이 아니었다. SK디앤디나 신영SLP처럼 개발 후 운영하는 임대주택 브랜드도 있지만, 확장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아무래도 코리빙(Co-living)이라는 개념이 새롭다 보니 국내 투자자의 심의를 통과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관심은 있어서 ‘어느 정도 수익률이 나오고, 고민하고 있는 리스크가 헤지(회피)되면 투자할 거야’라는 생각으로 대기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6월 24일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투자자문 지소림(왼쪽) 대표와 국내 중견 숙박 운영사 하우스사라 장호진 대표가 업무 협약을 맺으며 기념 촬영을하고 있다. /사진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6월 24일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투자자문 지소림(왼쪽) 대표와 국내 중견 숙박 운영사 하우스사라 장호진 대표가 업무 협약을 맺으며 기념 촬영을하고 있다. /사진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현재 수익률은.

“너무 초기 시장이라 수익률이 명확히 나온 건 없지만, 물류·데이터센터와 비슷하게 캡레이트(cap rate·부동산 매입 가격 대비 순 임대 소득) 4~5% 정도로 추정한다. 해외에선 이를 오피스와 임대주택 간 스프레드 차, 물류센터와 차 등을 고려해 캡레이트를 역산하는데, 우리나라는 특이하게도 오피스 시장이 좋기에 조금 애매한 상황이다.”

임대주택 시장에 투자할 때 중요한 점은.

“우선 시장에 진출할 때 들어가는 비용을 최대한 낮춰야 한다. 보통 한 건물에 100~ 150가구 정도를 많이 투자하는데, 33㎡(10평) 미만 오피스텔의 경우 2억~3억원 정도는 들여야 수익이 나올 수 있다. 그렇다 보니 근처 지가가 저렴하고 수요가 확실한 대학가 위주로 투자가 단행되고 있다. 단 신촌의 경우 이미 가격대가 높아 수익률이 나오기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엔 가산디지털단지처럼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지역도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요즘엔 아파트형 지식산업센터 등도 많아 수요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노동자수요도 스펙트럼이 넓어서 수도권이나 지방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공장 근처나 기숙사에서 먹고 자지만, 어느 정도 소득이 있는 이들은 가산디지털단지 근처 임대주택 거주가 가능하다.”

어떤 사람이 임대주택에 들어오나.

“아직은 외국인 임차인이 많다. 대학가 근처 임대주택엔 어학당을 다니는 외국인이나 안전이 중요한 여학생 등이 많이 산다. 서초동이나 여의도 같은 업무 지구 근처엔 장기 출장을 오는 외국계 회사원이 많이 사는데, 월세가 높아도 회사에서 비용 처리가 돼, 인기가 많다. 또 K-팝 인기가 높다 보니 동남아시아에서 온 연습생들이 있는데, 이런 친구들이 어머니와 함께 와서 임대주택에서 생활한다고 한다. 아예 임대주택 상가동에 피부과와 성형외과 등을 입점시켜 K-뷰티 관광하는 외국인을 겨냥한 경우도 있다.”

초기 시장을 개척하다 보면 어려운 점은.

“임대주택 시장은 저점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시발점 단계다. 최근 투자자가 은행에서 대출을 실행할 때 담당 부서에서 개념 자체를 몰라 어려움을 겪을 정도다. 전에 근무했던 일본의 경우 지방 도시에서 수요가 있을 정도로 임대주택 시장이 많이 성장했다. 사람들이 집을 꼭 사야 한다는 생각이 별로 없고, 임대인이 임차인의 신용 정보 조회를 할 수 있어 보증금을 많이 받지 않아도 되는 점, 덕분이다. 우리나라는 일단 투자자에게 임대주택에 대한 낯섦이 가시는 것에만 3년 정도는 필요할 것 같다. C&W투자자문의 경우엔 땅 소유주와 함께 코리빙하우스 개발과 운영을 하는 상품을 만들었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나.

“그동안 부동산 금융은 증권사 등 금융사에서 일하는 사람이 부동산 사업을 하는 방식이었다. 수요만 되면 투자하다 보니 실제 현장과 동떨어진 경우가 종종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너도나도 투자했다가 지금은 큰 손해를 보고 있는 해외 부동산 상품들이 대표적이다. 이제는 부동산을 기초로 한 금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투자 자문업 라이선스를 시작으로 금융 관련 라이선스를 추가 취득할 예정이다. 단기적으론 앞서 말한 전략적 상품을 통해서 많은 투자자와 기회를 매칭해 주려 한다. 무엇보다 리츠(REITs) 시장이 커져야 한다. 우리나라 투자자는 주식 투자를 한다고 하면 20~30% 수익률을 기대한다. 다른 나라 투자자와는 반대다. 리츠 수익률은 6~10% 정도라, 우리나라가 아시아에서 크고 좋은 시장인데도 도통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전세 시장이 월세 시장으로 바뀌는 것처럼 투자자의 가치관도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정민하 조선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