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의 주택가. /사진 셔터스톡
중국 상하이의 주택가. /사진 셔터스톡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5%를 밑돌며 1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미국과 관세전쟁 중에도 수출이 예상 밖의 좋은 성적을 보였지만, 살아나지 않고 있는 소비와 투자가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특히 5년 넘게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기간 부동산 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14% 가까이 줄며 눈에 띄게 위축됐다.

중국 국가통계국(NBS)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이 4.8%로 집계됐다고 10월 20일(현지시각) 밝혔다. 이는 2024년 3분기 이후 최저로, 2025년 1분기 5.4%에서 2분기 5.2%로 둔화한 뒤 2분기 연속 하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4.7%)보다 소폭 높았고,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전망치에 부합했다. 중국 정부가 제시한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5% 안팎’이다. 견고했던 상반기 덕분에 1~3분기 누적 경제성장률은 5.2%로 목표치를 웃돌았지만, 4분기 지표가 더 악화한다면 연간 목표 달성이 불투명해진다.

국가통계국은 기자회견에서 “대외 불확실성 확대, 구조조정 압력 증가 등의 복합 요인에 따른 것”이라며 “전환 과정의 ‘성장통’으로, 발전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4.8%의 성장률은 주요국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3분기 GDP 총액은 세계 3위권 국가의 연간 GDP를 초과한다”고 했다.

올라오지 못하는 소비·투자

9월 소매 매출 성장률은 8월(3.4% 증가)보다 둔화해 3% 성장에 그쳤다.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공급 대비 수요가 부진해 물가도 내림세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0.3% 하락하며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0.2% 하락)보다 큰 낙폭을 기록했다. 국가통계국은 “CPI가 하락세를 유지한 주된 원인은 기저 효과다.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핵심 CPI는 5개월 연속 상승세”라며 소비 시장이 점차 안정되고 있다고 해석했지만, 블룸버그통신은 “1970년대 말 시장 개혁 이후 최장기 물가 하락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1~3분기 누적 고정자산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0.5% 감소하며, 로이터가 집계한 예상치(0.1% 성장)를 밑돌았다. 또한 이는 2020년 이후 첫 감소세로, 핀포인트자산운용의 즈웨이장 사장은 보고서에서 “고정자산 투자 감소는 드물고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부동산 투자가 13.9% 감소하며 낙폭을 키웠다. 올해 들어 월간 부동산 투자액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 누적 기준)은 매달 감소하고 있다. 올해 초 -9%대에서 시작해 지난 9월에는 -13.9%까지 쪼그라들었다. 9월 주택 가격도 가파르게 하락했다. 신규 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0.41% 내리며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중고 주택 가격도 0.64% 내려 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수출, 산업 생산이 완충 작용

3분기 중국 경제는 주요 내수 지표가 전반적으로 악화한 반면, 수출과 산업 생산은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1~3분기 상품 수출 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했다. 앞서 10월 13일에 해관총서가 발표한 9월 수출입 현황을 보면, 9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3% 늘며 시장 기대(6% 증가)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관세전쟁 중 미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낮아진 점이 눈에 띄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9월 대미 수출액은 1년 만에 27%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아프리카 지역 수출이 56% 늘었고, 동남아시아 지역도 15% 늘었다.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의 쉬톈천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통신에 “미국은 이제 중국의 직접 수출 비중에서 10% 미만에 그친다”며 “중국 기업이 비용적인 이점을 이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고 평가했다.

9월 산업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6.5% 늘었다. 시장 예상치(5% 증가)를 뛰어넘었고, 8월 성장률(5.2%)보다도 소폭 상승했다. 1~9월 누적 기준으로 보면 전년 동기 대비 6.2% 늘었다. 산업 전반에서 생산이 꾸준히 확대된 가운데 제조업이 성장을 주도했다. 특히 자동차, 전자, 기계, 화학 등이 핵심 역할을 했다.

UBS그룹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닝장은 블룸버그에 “핵심은 경제지표 간 격차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수출과 산업 생산은예상을 상회했지만, 소매 판매와 투자 등 국내 경제는 모두 둔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4분기 경제성장은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 5% 안팎 성장이라는 목표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이를 상쇄하기 위한 새로운 부양책을 준비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국은 목표 달성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통계국은 “1~3분기 5.2% 성장으로 연간 목표의 기초가 마련됐다”며 “인공지능(AI) 등 산업의 빠른 성장으로 성장 동력이 교체되고 있고, 적극적인 재정·통화정책의 효과가 누적되고 있다. 제조, 내수, 관광·소비 관련 지표가 모두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결론적으로 연간 성장 목표는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말했다. 

Plus Point

中 공산당이 제시한 경제 돌파구
"기술 자립, 국가 안보 공고화…2035년 1인당 GDP 중진국 이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셔터스톡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셔터스톡

중국이 향후 5개년 계획의 기본 원칙과 주요 목표를 발표했다. 미국과 관세전쟁을 이어오며 기술 자립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2030년까지 자립 수준을 대폭 제고하고 국가 안보를 공고히 하는 것이 골자다. 2035년까지 1인당 GDP를 중진국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중국 공산당은 10월 23일, 나흘간 이어졌던 제20기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를 마친 뒤 공보 자료를 내고 이렇게 밝혔다. 4중전회에선 향후 5년간 중국의 정책 청사진인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이 논의됐다. 계획은 △고품질 발전 △전면적 개혁 강화 △유효한 시장과 유능한 정부 결합 △발전과 안전 공동 추진 등을 주요 원칙으로 삼는다. 이를 기반으로 달성할 목표로는 △과학기술 자립 자강 수준 대폭 제고 △고품질 발전의 뚜렷한 성과 △국가 안보 공고화 △개혁의 새로운 돌파(진전) △사회·문명 수준 향상 △인민 생활 품질 제고 △생태 문명 건설 성과 등이 제시됐다. 회의는 이를 바탕으로 “2035년까지 경제력, 과학기술력, 국방력, 국력, 국제 영향력이 크게 상승하고, 1인당 GDP가 중등 발달국(선진국문턱 단계의 중진국) 수준에 도달하며, 인민의 생활이 더욱 행복하고 사회주의 현대화가 기본적으로 실현될 것”이라고 했다. 

4중전회는 앞선 제14차 5개년 계획 기간(2021~ 2025년)의 성과에 대해 “매우 비범하고 어려운 시기였다”며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충격과 중대한 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당과 국가사업에서 새로운 성과를 달성했다. 경제력과 과학기술력, 국력이 새로운 단계로 도약했고 ‘중국식 현대화’가 견실한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이은영 조선비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