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주택 시장 과열 양상을 막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규제 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 구역)으로 지정한 것이다. 규제 지역은 10월 16일부터, 토허 구역은 10월 20일부터 규제가 시행됐다. 6·27 대출 규제와 9·7 공급 대책에 이어 4개월 만에 나온 이번 정부 세 번째 대책이다.
10·15 대책으로 불리는 이번 대책은 금액별 대출 차등화를 통해 상급지 갈아타기에 제동을 걸고, 토허 구역 지정으로 아파트 갭투자(보증금 승계) 차단에 초점을 맞췄다. 서울은 물론, 수도권 아파트값을 주도하는 과천·성남·용인·수원 등 경기 남부 벨트를 정조준했다. 마포구와 성동구, 광진구 등 한강 벨트는 물론 수도권 인기 지역도 이번 대책의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는 10·15 대책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으면 부동산 세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풍선 효과 막아라, 외곽도 허가제로 묶어
KB국민은행 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서울 아파트는 평균 6.68% 올랐다. 지역별로는 강남 3구(강남구 15.92%, 서초구 13.08%, 송파구 14.53%)와 한강 벨트(성동구 12.59%, 용산구 10.32%, 광진구 10.09%) 중심으로 급등세를 보였다. ‘똘똘한 한 채’와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가 몰린 것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도봉구(-0.11%)와 금천구(-0.45%)는 하락했다. 서울 안에서도 지역별 장세가 엇갈린 것이다. 그런데도 서울 전역을 3중 족쇄로 묶은 건 풍선 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초강수다. 하지만 노·도·강(노원· 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주민은 불만이다. “집값도 안 올랐는데, 규제 유탄을 맞았다”는 항변이 나온다. 경기도는 과천(1~9월 14.72%)과 성남 분당구(8.81%) 중심으로 급등했지만, 나머지는 1~4%대 상승률에 그쳤다. 이번 대책의 범위가 넓은 만큼 파장이 클 수 있다.
토허 구역 지정은 내년 12월 말까지다. 만약 외곽 지역 아파트 시장이 침체를 보이면 이 토허 구역에 대한 미세 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국민주택 규모인 84㎡ 아파트값이 최고 16억원을 넘는 화성 동탄신도시는 토허 구역 지정을 비켜갔다. 아파트값이 의왕시보다 비싼데 대상에서 빠져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같은 고가 오피스텔, 한남동 유엔빌리지 같은 연립주택 역시 대상에서 제외됐다. 토허 구역 지정은 사실상 아파트거래허가구역(다만 한남 더 힐과 같은 아파트 내 연립주택은 규제에 포함)에 가깝다. 만약 고급 빌라나 오피스텔이 허가 대상이 되려면 한남동이나 성북동 고급 단독주택까지 포함돼야 하는 등 복잡해 건축법상 아파트로 압축한 것으로 보인다.
주택 시장 3~6개월 조정 가능성
10·15 대책은 수요 억제 측면에서 6·27 대책에 이은 두 번째 충격 요법이다. 시장에서는 ‘갭투자 금지법’, 혹은 ‘상급지 갈아타기 금지법’으로 부른다. 토허 구역에서는 아파트를 사면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기존 토허 구역으로 묶인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 밖의 비(非)규제 지역에서 갭투자 비율은 지난 8월 기준 32.7%에 달했다. 10·15 대책으로 외지인의 갭투자가 불가능해지면서 상경 투자도 위축될 전망이다. 또 그동안 3040 세대가 ‘단계별 내 집 마련 방안’ 으로 활용했던 갭투자 후 입주 전략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갭투자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집주인 입장에서 세입자가 살고 있는 상태에서는 아파트를 거래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전반적으로 거래 회전율이 떨어질 전망이다.
또 수도권·규제 지역의 시가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주택은 주택 담보대출(주담대) 한도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각각 줄어든다. 비싼 집을 살수록 대출이 줄어들어 더 좋은 집이나 넓은 집으로 갈아타기가 어려워지는 셈이다.
10·15 대책으로 수요자가 관망세로 돌아서 시장이 전반적으로 조정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지역별로 이미 토허 구역으로 묶인 강남 3구와 용산구는 타격이 미미하지만, 비강남 한강 벨트 지역이나 서울 외곽, 경기 남부 지역은 충격파가 클 수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 가격이 급락하기보다 거래 두절 현상이 먼저 나타날 전망이다. 관망세가 장기화하면 일부 급매물이 나오면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대책은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담대를 제한한 2019년 ‘12·16 대책’과 유사한 수준의 약발이 예상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16 대책의 직접 타격을 입은 서울 동남권 실거래가 아파트 값은 2020년 1월부터 4개월간 약 3% 하락했다. 유동성이 넘치고 공급 절벽 불안 심리가 커서 이번 대책의 효과는 장기화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정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강남이나 인접 지역의 똘똘한 한 채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 서울과 경기도 인기 지역이 모두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 두 채 이상 보유할 경우 취득세만 8%를 내야 해서다. 또 규제 밖인 화성 동탄, 구리, 남양주, 고양, 인천 송도·청라 등으로 갭투자 수요가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정부가 또 다른 규제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도 발이 묶였다. 규제 지역에서 정비 사업 조합원은 지위 양도 제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10월 16일 이후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재개발은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면 지위 양도를 할 수 없다. 재건축, 재개발 조합원은 1주택자로 5년 거주, 10년 이상 보유 등 일정 요건을 충족했을 때만 예외적으로 가능하다.
청약 시장도 무게중심이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비규제 지역에선 민영주택 추첨제 물량이 전용면적 85㎡ 이하 60%, 85㎡ 초과 100%다. 하지만 규제 지역에서는 전용면적 60㎡ 이하 60%, 60~85㎡ 30%, 85㎡ 초과 20%로 각각 축소된다. 청약 가점이 높은 무주택자의 당첨 확률이 높아지는 셈이다. 또 규제 지역에선 청약 1순위는 통장 가입 기간 2년에 무주택자 혹은 1주택 가구주만 가능하며, 다주택자나 가구원은 청약이 어렵다. 또 규제 지역에서 당첨될 경우 재당첨 제한(7~10년)도 적용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최후의 카드 '세제 개편' 나올까
10·15 대책에도 부동산 시장이 진정되지 않으면 세제 개편(취득세·보유세·양도세) 등 추가 대책이 나올 수 있다. 일각에선 2026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과감한 세제 드라이브를 걸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불장’이나 ‘비이성적 과열’이 극심하다면 최후의 세제 카드는 언제든 동원될 수 있다.
매도 호가와 실거래가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호가대로 매수하는 것은 금물이다. 고강도 대책인 만큼 당분간 시장 추이를 지켜보는 게 좋다. 또 대출 문턱이 높아져 매매 계약에 앞서 은행을 찾아 대출 가능 금액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선(先)대출 확인, 후(後) 계약’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20억~30억원 이상의 고가 주택 취득 때 세무 당국이 조사할 수 있으므로 자금 출처를 명확히 밝히는 등 투명한 거래도 필요하다.
이번 규제 지역과 토허 구역에서는 1주택자의 갈아타기도 ‘선 매도, 후 매수’ 원칙을 지켜야 한다. 비인기 지역에서 인기 지역으로, 나홀로 아파트에서 대단지로 갈아탈 때 ‘선 매수, 후 매도’ 방식은 위험하다. 급한 마음에 집을 덜컥 샀다가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아 곤욕을 치를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