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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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가속화하면서 인구 절벽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 등 다수 선진국은 이미 젊은 세대 인구가 기성세대보다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한국도 얼마 전 20대 인구가 100년 만에 처음으로 70대 이상에게 추월당하는 충격적인 통계가 발표됐다. 인구구조 분석 최고 전문가인 미국의 해리 덴트(Harry Dent)는 앞으로 수년간 많은 국가가 인구구조 절벽을 맞아 경기 부양책을 내놓겠지만, 효과는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구 절벽 문제와 관련해 정부의 인위적인 정책이 생각만큼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결국 기업 등 민간 분야의 주도적인 리더십을 통한 혁신과 성장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시간이 된 셈이다. 

인구구조 변화는 기업의 현실적 경영 리스크로 등장한다. 특히 HR(인적자원)과 조직 전략에도 중대 전환점을 예고하고 있다. HR 분야 당면 과제는 당연히 인재 확보와 생산성 향상에 관한 것이다. 특히 세 가지 측면에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인력을 확보하고, 잘 활용하고 관리해 생산성을 유지하고, 이를 넘어 향상까지 갈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할 때다. 

한준기 동명대 Busan International College 교수 - 고려대, 한국외국어대 경영학 박사, 전 IGM 세계경영연구원 전임교수, 전 성균관대 글로벌 MBA 스쿨 겸임교수, 전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인사총괄임원
한준기 동명대 Busan International College 교수 - 고려대, 한국외국어대 경영학 박사, 전 IGM 세계경영연구원 전임교수, 전 성균관대 글로벌 MBA 스쿨 겸임교수, 전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인사총괄임원

인구 절벽 시대, HR 방향 전환 어떻게

첫 번째, 노동 인력 확보를 위한 전향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그 품질은 차치하더라도 일 할 수 있는 괜찮은 노동력 풀(pool)을 확보해야 한다. 노동력 확보 이슈는 사실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나, 그 정도가 더 심화하고 있다. 노동 인구 자체의 절대적 수가 부족한 것과 함께 기업의 기대 수준과 지원자 스펙(능력·경력) 간의 부조화가 주된 문제다. 특히, 중소기업에는 더욱 그렇다. 2023년 말 기준 한국 기업의 99%는 중소기업이고, 기업 근로자의 약 81%는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중소기업은 모두 ‘노동력 부족’과 ‘부조화’라는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해결할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외국인 인력과 기존 시니어 경력직 인재 풀을 좀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먼저, 국내 체류 외국인 인재의 적극적 활용에 눈을 돌려야 한다. 또 이를 넘어 더 양질의 외국인 인력 유입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최근 외국인 유학생 전용 100% 영어 수업 진행 학위 프로그램(ETP·English Taught Degree Pro-gram)이 수도권 밖 지방대에서도 점증하고 있는 현상은 긍정적이다. 이와 함께 노동시장이 이전보다 유연해진 작금의 상황에 맞춰 경력직이나 검증된 우수한 시니어 인력 풀을 기업과 시장이 나서 분야별 현실적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작업을 하루속히 이뤄내야 한다. 

두 번째, 확보된 노동력의 출구 전략을 지금부터 수립해야 한다. 외국인 인력이든 국내 경력직이든 확보만 했다고 기업의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인력 활용을 위한 구체적 준비 작업이나 노하우가 공유돼야 한다. 젊은 외국인은 압도적으로 국내 대학(유학생)을 통해 유입된다. 문제는 제대로 된 출구 전략과 이를 위한 프로그램이 거의 부재수준이다. 차원이 다른 ‘지산학(지방자치단체~산업계~학교)’ 연계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특히 학교와 기업의 관계는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기업 주도의 산학 협력 프로그램을 강화해 유학생에게 실질적인 현장 경험을 제공하고, 졸업 후 채용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전 세계에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제삼세계 국가의 우수 외국인 유학생을 조기 확보하는 방안도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과거 해외 유수의 다국적기업이 잠재력 있는 우수 인력의 유학 비용을 지원하고, 학업 종료 후 영입했던 사례나 국내 대기업이 우수 이공계 졸업생을 조기 확보했던 접근 방식을 응용하는 것이다. 

문제는 외국인 유학생 역시 대기업병(病)과 수도권 선호 현상이 강하다. 그래도 내국인 인력보다 유연하다. 기업이 직접 나서 자사 브랜드를 어필하고,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적극적 작전을 펼쳐야 한다. 국내 중소기업의 글로벌 경영 마인드 강화도 부수적 숙제다. 외국인 역시 우리 언어와 문화를 기대 수준까지 알고 있어야 하지만, 우리의 수용성도 요구된다. 

여기에 검증된 시니어 인력을 파트타임이나 하이브리드(온라인+오프라인 융합) 형태로 활용해 봄 직하다. 필자 역시 국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파트타임 형식으로 온·오프라인 기업 전략 수립, 자문, 핵심 프로젝트 수행 등의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 퇴직하거나 은퇴한 자사의 OB(올드 보이) 멤버를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들 OB는 기업 문화와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가 높아 빨리 업무에 적응하며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로 젊은 세대에게 멘토링을 제공하거나 특정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 형태의 연간 고용계약, 프로젝트 기반 계약 등 다양한 고용 형태를 통해 시니어 인력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인력난 해소뿐만 아니라 기업의 지식 자산을 보존하고 확장하는 데도 이바지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이테크를 활용한 인사 관리 및 인력 개발의 효율성 극대화의 선행이다. HR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AI) 기반 인사 정보 시스템 구축은 이제 필수다. 다국적 금융회사 C사는 이미 몇 년 전부터 구성원의 세부 경력, 전공, 근속 연수, 지난 3년간 성과 및 정성적 피드백을 종합해 조직 전체의 강점과 보완점을 분석했고 향후 어떻게 생산성을 더 높일지, 어떤 타입의 인력을 더 확보하고 영입해야 하는지를 파일럿 테스트한 적이 있다. AI를 비롯한 HR 하이테크 발전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는 요즘은 훨씬 더 정확하고 의미 있는 양질의 의사 결정 정보를 생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HR 부서는 조직의 인구구조 진단을 통해 회사 전체의 연령 분포, 세대별 직무 비중, 이직률을 정밀 분석할 필요가 있다. 특히 20~30대와 50대 이상 인력의 비중 변화를 시각화한다면 향후 5년 내 조직의 ‘인력 단절 구간(빈 구간)’이 드러날 것이다. 이는 미래를 예측한 현실적 솔루션 마련에 한 걸음 더 다가설 계기가 될 것이다. 

나아가 HR 부서는 이런 인력 부족을 보완할 ‘자동화, 디지털 전환 HR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통해 단순히 사람 뽑는 조직이 아닌, 노동력 설계자(workforce architect)로 변신해야 한다. 또 전통적인 ‘기성복’ 스타일의 역량 개발 프로그램이 아닌, 구성원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인재 육성 및 재교육이 필요하다. 가령 디지털 라이선스(digital li-cense) 제도 등을 도입, 시니어 인력의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정보를 찾고, 평가해 효과적으로 생성 및 소통할 수 있는 능력)를 끌어올리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당면한 구조 위험을 현실로 받아들일 때

더 이상 ‘어떻게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금 당장, 우리 기업은 인구 절벽이라는 거대한 도전 앞에 혁신적인 HR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제 인구 절벽은 통계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현실이 됐다. HR의 역할은 단순한 인사 관리자가 아니라, 사람과 기술, 세대와 국적을 잇는 ‘조직 생태계 설계자’로 진화해야 한다. 인구 절벽이라는 거센 파도 앞에서 기업의 지혜로운 항해를 기대해 본다. 

한준기 동명대 Busan International College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