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비인간, 그 경계를 묻다

AI는 인간을 꿈꾸는가

제임스 보일│김민경 옮김│미래의창│3만3000원│576쪽│10월 27일 발행

사진 로이터연합
사진 로이터연합

생성 AI(Generative AI) 혁명을 촉발한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최근 챗봇 내 성적인 대화나 성인 콘텐츠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표명해 논란이 일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10월 14일(현지시각) 엑스(X)를 통해 챗GPT의 새로운 버전 출시 계획을 알리며 “12월에 연령 제한 기능을 도입하면서 ‘성인 이용자는 성인답게 대하자’는 원칙에 따라 인증된 성인에게는 성애 콘텐츠(erotica) 같은 것을 허용할 것”이라고 했다. 인공지능(AI) 콘텐츠의 표현 수위에 대한 제한을 푸는 것은 이것이 인간의 감정과 대화를 공유할 수 있는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챗GPT 사용으로 감정이입을 한 부작용 사례는 종종 나타나고 있다. 8월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카노’라는 이름의 일본 여성은 AI로부터 프러포즈를 받고 결혼했다. 

AI가 성적 대화를 하고, 법률 자문을 하고, 심리 상담을 하는 시대다. 저자인 제임스 보일 듀크대 로스쿨 교수는 “AI, 인간, 기업, 동물에 이르기까지 ‘인격’의 경계를 추적하며, 우리가 어디까지를 사람으로 받아들일까”라는 물음을 던진다. 

보일 교수는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 사이에 놓인 경계선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제까지 우리는 ‘종’을 기준으로 권리를 부여해 왔다. 인간만이 법적 권리를 가질 자격이 있을까. 그러나 AI가 언어를 만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고, 스스로 존재를 주장하기 시작하면서 그 기준이 흔들리고 있다.

보일 교수는 가상의 사례들을 통해 추상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문제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고도로 진화한 AI ‘할(Hal)’은 유머를 이해하고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존재지만, 전원 버튼 하나로 꺼버릴 수 있다.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자를 결합해 만든 존재 ‘침피(Chimpy)’는 인간의 감정을 일부 이해하지만, 법적으로는 동물에 불과하다. 누군가는 “할은 그냥 똑똑한 AI일 뿐이다”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침피는 절대 사람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기준이 정당하다고 볼 수 있는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보일 교수는 “침피처럼 인간과 유사한 능력을 지닌 존재를 만들어놓고 그를 인간처럼 대우하고 존중하기만 한다면 그러한 창조 행위는 용인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책은 총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AI, 법인격을 가진 기업, 권리를 주장하는 동물 그리고 유전자 조작 생물과 혼종까지 인간과는 다르지만 충분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비인간 존재들을 아우른다. 우리는 이미 기업이라는 비인간 주체에 법적 인격을 부여하고, 특정 동물에게는 소송을 통해 ‘자유’를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중증 뇌 손상을 입은 환자, 태아, 노령 치매 환자 등 인간이지만 자기표현이 불가능한 존재에 대해서는 인격의 경계를모호하게 그어왔다. 보일 교수는 “우리의 공감 능력은 때로는 과해 기계에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심각하게 부족해 동물이나 장애인을 배제한다”며, 인격 판단에 있어공감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꼬집는다. 그에 따르면, AI든 동물이든 인간이든, 인격에 대한 판단은 순수한 이성의 영역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 감정이 얽힌 복잡한 판단의 총체다.

책은 다소 어려운 질문을 반복하면서도, 완벽한 답을 내놓지는 않는다. 저자는 우리가 마침내 범용 AI를 구현하게 되었을 때, 그개체는 진정으로 의식을 지닐 수 있을 것일지, 아니면 그저 프로그래밍된 모사품이 되는 운명에 처하고 말 것인지도 답을 내리지 않는다. AI는 인간을 꿈꾸게 될까. 이러한 물음 역시 인간만이 갖는 의문일 수도 있다.

우리는 왜 남의 말에 휘둘리는가

거짓 공감 

제나라 네렌버그│명선혜 옮김│지식의숲│1만6800원│312쪽│10월 10일 발행

심리학자인 저자는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 감정을 숨기는 사회를 비판한다. 소셜미디어의 ‘좋아요’ 문화와 직장 내 침묵을 ‘정서적 자기소외’로 규정하며, 공감 과잉이 사고의 힘을 약화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진정한 공감은 타인에게 맞추는 기술이 아니라 자신을 정직하게 표현하는 용기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또 유머, 진실한 대화가 공동체를 성숙하게 하는 힘임을 강조한다. 

트럼프 경제 패권의 미래

달러 이후의 질서 

케네스 로고프│노승영 옮김│윌북│ 2만9800원│456쪽│10월 28일 발행

달러는 안전 자산일까. 비트코인 등을 중심으로 한 암호화폐의 부상, 중국의 도전,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정치 불안 등 달러를 흔드는 요인을 짚으며, 70년간 달러가 지배적 통화로 군림한 과정을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세계 금융 시스템이 변곡점에 있다”며, 달러 이후의 글로벌 통화 질서를 전망한다. 이 책은 세계가 달러의 지배력에서 벗어나려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끝나지 않는 경제 전쟁, 미국은 어떻게 승리하고 있는가?

경제 저격수의 고백(20주년 완전판)

존 퍼킨스│김현정 옮김│민음인│2만3000원│556쪽│10월 15일 발행

저자는 1971~1980년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이란 등지에서 미국 기업과 정부의 이익을 위해 공작 활동을 하며 세계 각국의 경제를 파탄으로 이끈 경제 저격수였다. 냉전 이후의 경제 질서가 어떻게 ‘부채의 제국’을 탄생시켰는지 보여준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달러 시스템, 파나마운하 재협상 등 자신이 목격한 세계적 부의 재편 과정을 기록했다. 미·중 패권 경쟁도 조망한다. 

국경 없는 디지털 머니와 금융의 미래

그래서 스테이블코인이 뭔데? 

권용진, 권수경│어포인트│1만9800원│300쪽│10월 3일 발행

인터넷이 아마존과 구글을 탄생시켰듯, 스테이블코인 역시 블록체인 네트워크 기반의 혁신적 금융 앱과 서비스를 폭발적으로 만들어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7월 미국 연방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인 지니어스법(GENIUS Act) 통과 이후 본격화된 스테이블코인 시대를 해부했다. 미국의 제도권 진입 사례를 중심으로 향후 10년간 금융과 산업의 대전환을 전망하며, 투자와 혁신의 기회를 제시한다.

생물은 어떻게 자연 세계를 형성해 왔을까

생명의 여정 

피터 고프리스미스│이송찬 옮김│이김│ 2만2000원│432쪽│10월 1일 발행

38억 년에 걸친 지질학과 생물학의 역사를 통해 생명이 지구를 어떻게 변화시켜왔는지 보여준다. 문어·바우어새·비버 등 동물의 행동이 생태계를 바꾸듯, 인간도 농업·도시화· 산업혁명을 통해 지구를 변형시켰다고 분석한다. 인간을 자연의 파괴자가 아닌, 지구 생명사에서 환경 변화를 극대화한 존재로 해석하며, 인류의 영향력을 진화의 연장선으로 바라본다.

왜 낡은 통계는 미국 서민의 고통을 숨기는가

미국의 잘못된 계량(The Mismeasurement of America) 

진 루드윅│디스럽션북스│28달러│200쪽│9월 30일 발행

미국 정부의 경제통계가 국민의 체감 현실과 괴리되는 이유를 파헤친다. 루드윅 연구소의 데이터를 토대로 경제통계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특히 실업률·임금·물가의 낡은 기준이 현실을 왜곡해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경제성장의 수치와 달리 다수의 미국인은 더 가난해지고 있다. 저자는 ‘진짜 현실을 보여줄 새로운 지표’만이 미국 경제를 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장윤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