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6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무용단의 환대를 받으며 춤을 추고 있다(큰 사진). 트럼프 대통령의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은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구상에서 아세안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이 희토류 등 전략자원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아세안 정상회의를 통해 ‘핵심 광물’ 공급망을 직접 챙겼다. 말레이시아에는 호주 기업 라이너스가 운영하는 중국 밖 최대 희토류 가공 시설이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트럼프 순방을 계기로 말레이시아가 미국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핵심 광물·희토류 부문 개발을 가속하며, 희토류 자석 판매를 제한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태국과도 핵심 광물 거래에 합의했다.
그 대가로 트럼프 대통령은 아세안 국가의 관세 부담을 덜어줬다. 일례로 말레이시아는 반도체, 의약품 등 미국 수출 주력 상품에 ‘제로(0) 등급’ 관세를 확보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8월 말레이시아 수출품에 19%의 높은 상호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 분쟁 종식을 위한 평화협정 서명식을 주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누틴 찬위라쿨(오른쪽에서 두 번째) 태국 총리와 훈 마넷(오른쪽) 캄보디아 총리 간 휴전협정 서명을 이끌어낸 뒤 축하하고 있다. 맨 왼쪽은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사진 1). 두 나라 간 분쟁은 11세기 고대 사원 ‘프레아 비히어’ 영유권을 두고 100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아세안 역내에서 가장 오래된 갈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28일 일본 도쿄로 날아가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리와 회담한 뒤, ‘미·일 동맹의 새로운 황금기를 향하여’라는 문서에 서명했다. ‘광물 및 희토류 확보를 위한 채굴·가공 협력’에도 서명했다. 두 정상은 이어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에 있는 미 해군 기지에 정박 중인 미 항공모함 USS 조지 워싱턴호에 함께 올랐다(사진 2). 10월 29일엔 한국 경주에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CEO 서밋에 참석했다. 이날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 다음 날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각각 정상회담을 한 뒤 워싱턴으로 돌아갔다. 10월 31일부터 이틀간 열린 경주 APEC 정상회의에는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