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6·27 부동산 대책과 10·15 부동산 대책으로 고강도 대출 규제가 시작되자 이후 가족 간에 돈을 ‘빌리는 방식’인 이른바 금전대차 거래를 통해 증여세를 내지 않을 수 있는지 궁금했다. 왜냐하면 자녀가 부모로부터 주택 구입 자금을 빌리는 경우에도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로부터 자금을 차입하고 상환할 경우에 어떻게 해야 증여가 아닌 차입 거래 계약인 금전 소비대차 계약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최근 수도권 아파트값이 급격히 오르면서 부모로부터 돈을 빌려서 자녀가 집을 구하려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은행 대출 한도가 기대에 못 미치면 자금 여유가 있는 부모 등 가족에게 빌리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때 가족 간 증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데 필요한 것이 차용증이다. 차용증을 금전 소비대차 계약서 혹은 차입 거래 계약서라고도 한다. 차용증에 들어가는 기본적인 사항은 채권자, 채무자, 차용증 작성일, 채무액, 이자율, 이자와 원금의 지급 시기, 채무불이행에 대한 책임 등이다. 차용증을 작성하려면 네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금전 소비대차 계약서인 차용증을 작성하고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무이자로 계약하면 원금을 분할상환할 필요가 있다. 차용증에 따른 이자 지급 시 원천징수를 해야 하고 채무 원금을 반드시 상환해야 한다.

부모 계좌로 원리금을 지급한 금융거래 기록 남겨야

부모로부터 자금을 차용해 부동산 취득 자금으로 사용하는 경우 당해 금액을 증여로 볼 것인지 차입금으로 볼 것인지 여부에 따라 증여세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과세 당국이 가족 간 금전대차 거래를 증여세 회피를 위한 우회 수단으로 의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녀의 용돈, 교육비, 생활비를 부담하기 위해서 자녀와 금전 거래를 해도 일반적으로 증여세 부과 대상이 되지 않는다. 

성광호 세무 전문가 - 연세대 경영학, 방송통신대 법학 석사, ‘알면 돈 버는 절세의 비밀’ 저자
성광호 세무 전문가 - 연세대 경영학, 방송통신대 법학 석사, ‘알면 돈 버는 절세의 비밀’ 저자

만약 용돈, 교육비 및 생활비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부모와 자녀 사이에 금전 거래를 할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부모와 자녀 간에 금전 소비대차 계약서인 차용증만 써도 증여세 부과 대상이 아닌 차입금 계약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부모와 자녀 간의 금전 거래는 증여가 아닌 소비대차 계약인 차입금으로 인정받기가 어렵다. 부모에게 금전을 빌린 경우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해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다. 그러나 부모에게 금전을 빌리고 갚은 사실이 차용증, 이자 지급 등에 의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입증되면 정상적인 차입 거래 계약인 금전 소비대차 계약으로 인정되어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따라서 자녀 계좌에서 부모 계좌로 원금과 이자를 지급한 계좌 이체 내역 등 금융거래 기록을 남겨야 한다. 차용증대로 부모에게 이자 지급 및 원금을 상환하지 않으면 과세 관청은 가공 채무로 간주해 증여한 것으로 보아 자녀에게 증여세를 부과하고 가산세도 추징한다. 부모가 자녀로부터 지급받은 이자 및 원금을 자녀의 계좌에 입금해도 똑같이 문제가 된다. 

이메일을 보내 기록을 남기는 것도 방법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부모와 자녀 간에 금전 거래가 있을 경우 차용증을 작성하도록 규정되어 있지 않다. 부모와 자녀 간에 차용증을 작성하는 것은 일종의 요식행위일 뿐이어서 차용증이 부모와 자녀 간의 금전 거래를 객관적으로 입증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자녀가 부모와 차용증만 쓰면 과세 관청이 증여로 인정하기가 어려울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지만 부모와 자녀 간에도 차용증이 있으면 금전 거래에 대한 사실관계를 판단할 때 도움이 된다. 차용증이 없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과세 관청도 증여가 아니라고 동의할 수 있는 추가적인 무언가를 자녀가 가지고 있어야지 납세자인 자녀 입장에서 방어하기가 유리하다. 더구나 차용증에 적힌 대로 자녀가 부모에게 이자를 지급하거나 빌린 돈을 변제한 사실이 증거로서 입증된다면 과세 관청이 증여가 아니라고 계속 주장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과거에 정기적인 이자 지급이 없었다 하더라도 밀린 이자를 계좌이체를 통해한꺼번에 지급함으로써 과세 관청에 항변할 수 있는 증거를 지금이라도 만드는 게 중요하다. 

부모에게 이자 지급을 아직 안 했다면 당장 지급하는 것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게 최선이 아닌 차선의 방법이다. 주의할 점은 차용증을 부모가 자녀에게 금전을 대여해 주는 때가 아닌 사후에 작성할 경우 증빙 자료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 따라서 부모가 자녀에게 금전을 대여할 때 부모가 자녀에게 금전 대차와 관련된 내용증명을 보내거나 법무법인에서 공증을 받아두는 것이 상대적으로 입증하기가 수월하다. 왜냐하면 공증이란 해당 일자에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차용증 계약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공증 외에도 우체국 내용증명이나 차용증서 첨부용 인감증명 발급 기록도 입증 수단으로 사용하기에 좋다. 단, 차용증만 쓰고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다면 차입금이 아니라 증여로 보아 증여세가 부과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과세 관청은 원칙적으로 직계 존·비속 간의 소비대차는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과세 관청이 차입금이라는 자녀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어떻게 될까. 그때부터 과세 관청은 실제로 자녀가 이자를 지급하는지 차용증에 있는 만기에 자녀가 원금을 진짜 상환하는지 여부를 국세청 전산 시스템을 통해서 추적 관찰한다. 만약에 이자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원금이 만기에 상환되지 않는다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

/자료=성광호
/자료=성광호

부모에게 이자를 지급할 때 원천징수해야

자녀 A씨가 부모에게 지급한 이자는 비영업 대금의 이익으로 분류한다. 원칙적으로는 차입자인 A씨가 2억5000만원에 대한 이자 2500만원을 매년 부모에게 지급할 때 27.5% 원천징수를 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은행 이자를 받을 때 원천징수 세율인 15.4%보다 높은 27.5%의 원천징수 후에는 익월 10일까지 ‘원천징수 이행 상황 신고서’를 제출하고 원천징수 세액을 과세 관청에 납부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차입자인 A씨에게 원천징수 불성실 가산세가 부과될 수도 있다. 게다가 차입자인 A씨는 다음 해 2월 말까지 ‘이자소득 지급 명세서’를 과세 관청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부모와 자녀 간에 이자 지급을 하면서 27.5%의 원천징수를 하고 자녀가 원천징수 세액을 과세 관청에 신고·납부하는 것은 어렵다. 

예를 들어 차입자인 A씨가 대여자인 부모에게 이자를 지급하지 않고 증여세를 신고 및 납부하지 않았다면 편법 증여에 해당할 수도 있다. 대여자인 부모는 차입자인 자녀 A씨로부터 이자를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과세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면 탈세로 간주될 수도 있다. 따라서 A씨의 부모(대여자)는 자녀로부터 이자 지급을 받은 바로 다음 해 5월에 2500만원을 이자소득으로 해서 다른 소득에 합산한 뒤 종합과세를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 그렇게 원칙대로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실제 가족 사이의 차입 거래에 대해서 이자를 원천징수하고 받은 이자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를 신고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많을까 의문이다. 보통은 나중에 자금 출처 조사나 상속세 세무 조사 등에서 발견되면 대여자의 비영업 대금의 이익에 대해 종합소득세를 징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당연히 대여자인 부모는 과소 신고 가산세 및 납부 지연 가산세도 추가로 납부해야 할 수도 있다. 

성광호 세무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