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은 늘 힘들다. 먹을까 말까 하는 작은 결정부터 퇴직할까 말까 하는 큰 결정까지,매일 선택의 연속이다. 이 선택이 최선일까 불안하고, 둘 중 하나를 포기하자니 아깝고,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탈이다. 현명한 선택은 인생을 평안하게 하고 나를 성장하게 한다. 그런데 한 번의 선택으로 인생 전체가 흔들리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제일 나은 선택이라고 결정하지만, 그 속에는 자기를 망치는 의외의 경우가 많다. 특히 중요한 선택을 할 때 ‘병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다.
병적인 선택은 합리적이지 않고 현실감이 없으며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선택을 뜻한다. 손해 정도가 아니라 때로는 자신을 파괴하기도 한다.
누구나 선택에 실패할 수는 있다. 제일 나은 선택이지만 하늘의 뜻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작부터 누가 봐도 뻔하게 망하는 선택을 하는 사람이 있다. 왜 그럴까? 크게 세 가지 심리적인 이유가 있다.
첫째는 감정적으로 심한 불안정 상태여서 그렇다. 불안이나 우울 같은 정신적 상태에서 합리적 선택은 어렵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는 우울증 환자에게 퇴직, 이혼 등 중요한 결정을 하지 않도록 주의를 준다. 불안과 우울뿐 아니라 분노, 두려움, 죄책감 같은 감정적 집착도 실패하는 선택의 요인이 된다. ‘더 이상 어쩔 수가 없어. 끝까지 가자!’ 같은 극단적인 감정 집착이 파괴적인 선택을 하게 한다.
둘째는 무의식적인 자기 파괴 충동이다. 정신분석학자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관점에서 보면 선택은 쾌락 원칙, 즉 자기를 위한 행동이지만 무의식적으로는 죽음의 충동도 숨어 있다. 예를 들어 실연당한 여성이 마음에도 없는 남자와 결혼하는 경우다. ‘나 같은 것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하는 자학적인 무의식적인 충동의 결과다. 도박을 해서 돈을 잃어버린 사람이 ‘나는 망가져도 된다’며 전 재산을 올인하는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셋째는 자기 과신에서 비롯된 결과일 수 있다. ‘내가 하면 성공할 거야’라든가 ‘나는 옳아’ 하는 자신감을 넘은 자만감이다. 어찌 보면 과대망상이라고 보면 된다. 특히 사업을 하거나 장사를 할 때 이런 자기 과신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모두가 실패한다고 해도 나는 해낼 것이다’라는 과도한 신념도 위험한 선택의 요인이 된다.
이런 심리 상태일 때 나타나는 인지 현상이 ‘터널 비전’이다. 터널에 들어가면 주변이안 보이고 오직 한 방향만 보인다. 터널 비전의 정식 심리 용어는 ‘인지적 협소화’다. 넓은 시야로 판단하지 못하고 사고의 폭이 급격히 좁아져 한 가지 목표나 생각에만 몰두하게 되는 현상이다. 비현실적이고 비합리적이며, 타인 의견을 거부하고 위험 신호를 부정한다. 결과는 파국이다.
병적 선택을 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남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것이다. 아닐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여기저기 자문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병적 선택을 하는 사람은 눈에만 터널 비전이라는 증상이 있는 게 아니라 귀에도 이상이 생겨서 옆 사람이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듣지를 못한다. 보는 눈이 망가진 게 아니라 듣는 귀도 망가져 버린 경우다. 열린 귀만 있어도 병적인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