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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에서는 전통적으로 인간은 ‘기대 효용 이론’에 따라 가장 높은 기댓값이 예상되는 선택을 하는 ‘합리적인 행위자’라고 가정해 왔다. 기대 효용이란 각 선택이 가져올 효용(만족도)에 그 결과가 발생할 확률을 곱해 모두 더한 값이다. 예를 들어 '100% 확률로 10억원’을 받을 수 있는 A와 ‘89% 확률로 10억원, 10% 확률로 20억원, 1% 확률로 0원’을 얻게 되는 B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A는 10억원, B는 10억9000만원(10억원×0.89+20억 원×0.1+0원×0.01)의 기댓값을 갖게 되기 때문에 사람은 기대 효용이 높은 B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 연구원장 - 전 차의과학대 경영대학원 원장, 전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경제의 역설’ ‘리더의 오판’ 저자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 연구원장 - 전 차의과학대 경영대학원 원장, 전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경제의 역설’ ‘리더의 오판’ 저자

그러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모리스 알레는 이 합리성에 의문을 던졌다. 사람은 ‘손실 회피’ 성향이 강해서, B의 경우 비록 1%지만 한 푼도 받지 못할 것에 대해 과도하게 신경 쓸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알레는 실험을 통해 실제로 돈이나 보상이 걸린 상황에서, 사람은 논리와 확률 대신, 심리적인 요인, 특히 ‘확실성’을 추구하는 선택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래서 위의 사례에서는 대부분 사람이 설사 기대 효용이 낮더라도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는 A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의사 결정 방식이 기대 효용 이론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의미다. 바로 ‘알레의 역설(Allais Paradox)’이다.

알레의 역설의 핵심은 ‘확실성 효과’다. 확실성 효과는 불확실한 상황을 과도하게 회피하려는 심리가 강해서, 비합리적으로 큰 비용을 치르더라도 확실한 결과를 훨씬 더 선호한다는 인지 편향이다. 이론적 개념이지만, 금융·보험·의료 등 다양한 현실 경제와 조직 내 의사 결정에서 흔하게 관찰된다.

알레의 역설과 후속 연구인 ‘프로스펙트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이익을 보는 상황에서는 위험을 적극적으로 회피하려고 하고, 손실이 예상되면 오히려 위험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보험도 들고 복권도 산다. 큰 손실이 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하고 싶은 심리가 보험을 들게 하고, 아무리 낮은 확률이라도 큰 이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면 비합리적으로 커지는 기대감이 로또를 사게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안전한 금융기관을 찾아 원금 손실이 없을 상품에 가입도 하지만, 동시에 엄청난 위험을 무릅쓰고 가상자산이나 벤처 투자를 하는 것이다.

경영진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불확실성 속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다. 알레의 역설은 대기업 경영진의 의사 결정에서도 빈번하게 나타난다. 특히 손실 회피 심리와 결합할 때 더욱 강력한 비합리성을 초래한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에서 신규 사업을 위해 회사를 인수하려고 하는데, 대상 회사를 두 개로 압축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한 회사는 경쟁력은 낮지만, 인수 후 1년 이내 100%의 확률로 10%의 수익이 보장되고, 또 하나는 기술력이 뛰어나 기대 수익률은 높지만, 규제 이슈로 85%확률로 30%의 고수익을 달성하거나 15%의 확률로 수익이 전혀 없는 스타트업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록 기댓값은 스타트업이 높지만, 경영진은 ‘확실한 성공’이라는 심리적 안전지대 때문에 스타트업보다 일반 회사를 인수하려고 한다.

확실성 효과에 매몰된 리더는 현실과 동떨어진 의사 결정을 하고, 조직 내 혁신과 성장을 저해하기도 한다. 조금이라도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대담한 시도는 전혀 관심이 없고 과거의 성공 방식에만 집착한다. 결국 경직된 의사 결정과 변화를 거부해 새로운 기회를 놓치고, 급변하는 외부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작은 손실이라도 무조건 회피하려는 성향으로 ‘매몰 비용의 오류’에 쉽게 빠진다. 그로 인해 실패가 확실한 프로젝트나 사업에 더 큰 자원을 낭비하고, 조직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확실성은 단지 환상일 뿐이며 리스크는 기업 성장의 필수 요소다. 리더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 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