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인공지능(AI) 붐으로 미국 증시가 최고치 경신을 이어가는 가운데 ‘AI 버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 버블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거품 가능성을 인정하는 발언을 하면서 증폭됐다. 올트먼 CEO는 지난 8월 “투자자가 과도하게 흥분했느냐고? 내 의견은 ‘그렇다’이다”라며 “비이성적인 열광의 시기가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사회를 위한 가치는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달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생성 AI(Generative AI)에 투자한 기관 95%가 수익 면에서 여전히 아무런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고서를 냈다. 불과 5%만 수백만달러의 가치를 냈다는 것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0월 8일(이하 현지시각) “(AI 기업에 대한) 오늘날 가치 평가는 25년 전 인터넷 강세장에서 봤던 수준으로 향하고 있다”면서 “AI 낙관론이 시장을 촉진하고 세계경제를 지탱하는 데 도움 됐지만, 주가가 급락하면 세계 성장률이 하락하고 특히 개도국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필자는 AI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통계를 먼저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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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실제로 경제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단지 빠른 성장을 장담하는 과장 광고에 불과한 것일까. 미국 주식시장은 분명 전자의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올해 S&P500 지수 상승분의 약 4분의 3이 AI 및 기술 기업 주식에서 나왔다. 벤처캐피털 투자자 또한 마찬가지로 확신을 보이는 듯 하다. 한 추정에 따르면, AI 분야에 올해 누적으로 2000억달러(약 288조원)가 투자됐다.

따라서 우리가 ① 1990년대 닷컴(.com) 을 연상시키는 또 다른 기술 버블을 목격하고 있는 것인지, 예전처럼 버블이 터져 주가를 폭락시킬지, 애널리스트가 점점 더 자주 묻는 것은 놀랍지 않다. 그러나 ② 케임브리지대 동료인 윌리엄 제인웨이가 지적하듯, 투기적 버블조차 장기 성장을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와 혁신을 남길 수 있다.

다이앤 코일 케임브리지대 공공정책학과 교수 - 영국 옥스퍼드대 철학·정치·경제학,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석·박사, 현 베넷 공공정책 연구소 공동 소장
다이앤 코일 케임브리지대 공공정책학과 교수 - 영국 옥스퍼드대 철학·정치·경제학,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석·박사, 현 베넷 공공정책 연구소 공동 소장

AI가 이런 패턴을 반복한다면, 그 영향은 얼마나 강력할 것인가. 닷컴 붐은 몇 가지 유용한 교훈을 준다. 1990년 중후반, 디지털 기술은 미국의 생산성 성장률을 거의 두 배로 끌어올려 2.5%에 도달하게 했다. 경제학자의 예측은 다양하지만, 일부 연구는 오늘날 AI 투자 물결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비슷한 수준의 의미 있는 도약을 유발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가장 열렬한 AI 전도사는 더 나아가 임박한 ③ 인공 일반 지능(AGI)의 도래가 세상을 완전히 변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는 AI의 잠재력이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말한다. AI가 안전하게 개발된다면 생물학, 신경과학, 경제에서 획기적 발전을 이끌어 질병을 근절하고 빈곤을 완화하며 글로벌 협력을 촉진한다고 말한다.

만약 그런 풍요로운 세상이 정말로 다가오고 있다면, 설령 아주 먼 미래에 가시화한다 하더라도 이 변화가 어떻게 전개되는지추적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나의 저서 ‘진보의 척도(The Measure of Progress)’에서 설명했듯이, 전통적인 경제지표는 여전히 ‘구식’ 디지털 경제의 영향조차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다. 새롭게 등장하는 AI 기반 경제의 영향은 더 포착하지 못한다.

GDP 성장률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무리 좋게 봐도 그것은 구조적 변화의 후행 지표에 불과하다. 경제사학자는 증기기관이나 전기 같은 혁신 기술이 공식적인 통계에 반영되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으며, 그 효과가 가시화됐을 때도 해당 혁신 기술로 인한 소득 증가는 놀라울 정도로 미미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이 변혁적이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그 영향력은 기존의 측정 기준이 포착하지 못한 방식으로 나타났을 뿐이다.

AI에 관해선 가장 기본적인 사실조차 누락되거나 불완전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생성 AI는 활용 기업은 얼마나 되며, 어떤 산업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가. 그들은 어떤 목적으로 AI를 쓰는가. 마케팅, 물류, 고객 서비스 같은 영역에서는 AI가 어떻게 쓰이고 있는가, 어떤 기업이 AI 에이전트를 도입했으며, 실제로 누가 이를 활용하고 있는가.

AI에 대한 연구는 급속히 늘고 있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체계적인 데이터 수집이다. 신뢰할 수 있는 통계는 기업이 수요와 기회를 파악하는 데 도움 될 뿐 아니라, 정부가 성장을 촉진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앤트로픽과 오픈AI 같은 기술 기업도 현재의 ‘정보 공백’이 자사에 결코 도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들의 제품이 데이터에 의존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AI의 경제적 영향을 더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다면, 공적 논의는 필연적으로 일자리 종말(job-pocalypse) 가능성부터 인간과 유사한 챗봇이 초래할 심리적 효과에 이르기까지, 위험과 불안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AI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AI 발전을 위한 핵심 투입 요소인 에너지 소비, 노동시장 변화, 데이터 사용량을 반드시 추적해야 한다. 또 다른 중요한 지표는 AI 기반 서비스, 이른바 AI 에이전트 채택 정도다. 가정과 직장에서 시간 사용(time-use) 데이터도 유용할 수 있고, 산업구조 변화나 조직 설계 변화 같은 구조적 지표 역시 마찬가지다. 구조적 변화에 대한 완전한 그림을 얻는 것은 AI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을 파악하는 데 도움 될 것이다.

불행히도 현재 그러한 지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많은 통계 기관, 특히 미국의 기관은 혼란에 빠진 상태이며, 정책 입안자 대부분은 새로운 데이터와 방법론을 활용하는 데 지나치게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학계는 AI의 경제적 영향을 측정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개선하려는 열의를 보인다. 그러나 현재로서 우리는 빅토리아시대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은 처지다. 그 당시 사람은 증기기관, 철도, 전신(telegraph)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공식적인 통계보다 찰스 디킨스와 조지 엘리엇 소설을 통해 더 많이 배웠다.

Tip│

1990년대 중반 인터넷 혁명이 세계경제에 몰아치며 닷컴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기업에 대한 투자가 집중됐다. 닷컴 붐 초기에는 아마존과 이베이 같은 실체가 있는 혁신주가 랠리를 이끌었으나, 후기에는 펫츠닷컴(Pets.com), 더글로브닷컴(theGlobe.com) 등 매출 기반이 거의 없고 성장 내러티브만으로 상장하는 순수 테마주가 대거 등장했다. 이들은 상장 당일 공모가 대비 수백% 급등했지만, 대부분 상장 직후 몇 달 안에 급락했다. 2000년 3월 10일 5048.62로 고점을 찍은 나스닥은 2002년 10월 9일 1114.11까지 80% 가까이 추락했다.

윌리엄 제인웨이(William Janeway)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생산적 버블’에 대해 주장해 왔다. 제인웨이 교수는 버블은 어디에나 있으며, 모든 버블이 나쁜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진단한다. 버블이 신용으로 증폭돼 은행 시스템을 감염시킬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처럼 경제 전반이 파괴적으로 손상되지만, 혁신 기술에 대규모 자본을 공급하는 버블은 인프라를 남겨 후속 혁신의 발판이 된다는 것이다. 제인웨이 교수는 예를 들어 1820~30년대 철도 버블이 꺼지며 여러 기업이 파산했지만 철도는 여전히 유용하게 사용됐고, 1990년대 닷컴 버블도 오프라인에서 인터넷 구축을 가속했다고 분석했다.

인공지능은 제한적 인공지능(ANI), 인공 일반 지능(AGI), 초(超)인공지능(ASI) 등 세 가지 유형으로나뉜다. 약(弱)인공지능으로도 부르는 ANI는 특정임무에 특화된 AI다. 번역 AI뿐 아니라 챗GPT와 제미나이 등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AI 모델이 여기에 속한다. 강(强)인공지능으로 부르는 AGI는인간 수준의 지능으로 인간이 수행할 수 있는 모든지적 태스크를 수행하는 AI다. 현재 진정한 의미의AGI는 존재하지 않지만, 연구와 개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초인공지능으로 부르는 ASI는 인간 지능을뛰어넘어 잠재적으로 현재 인간 능력 밖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AI다.


다이앤 코일 케임브리지대 공공정책학과 교수

정리=고성민 기자

정리=김주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