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환 황남빵 대표
최진환 황남빵 대표
“한국 황남빵 맛있습니다.”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 협력체)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 한마디에 경주 황남빵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한국인은 기본이고 중국인 관광객까지 황남빵을 먹기 위해 몰려들면서 최소 3~4시간을 기다려야 할 정도다. 특히 황남빵이 그동안 ‘경주빵’이라고 알고 먹었던 것들의 원조이자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팥빵이라는 사실까지 알려지자 ‘부작용’도 나타났다. 구매한 황남빵을 비싼 가격에 되팔거나 유사 상품을 황남빵으로 속여 파는 일이 늘어난 것이다. 1939년 황남빵을 처음으로 만든 고(故) 최영화씨의 손자이자 가업을 3대(代)째 잇고 있는 최진환 대표는 “황남빵은 경주 황오동에 있는 매장 한 곳에서만 판매하며, 온라인 주문은 오직 황남빵 홈페이지에서만 가능하다”며 “소비자 피해 사례가 없도록 주의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 대표는 “전통을 지킨다는 것에만 몰두한 채 제대로 된 마케팅 안 하고 입소문에만 의지했는데,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것 같아 뿌듯하고 감사하다”며 “외교부에서 정성껏 준비한 황남빵을 시진핑 주석이 언급해 준 것만큼 큰 홍보 효과는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황남빵이 우리가 알고 먹는 경주빵인가.
“아니다. 모두 유사품이다. 1939년 할아버지가 천마총 건너편에 상호도 없이 빨간색으로 된 양철 지붕 집에서 처음 빵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상호도 없이 만들어 판매하여 손님들이 ‘빨간양철지붕집빵’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러다가 동네 사람들이 황남동에 있다 하여 황남빵으로 부르기 시작했고, 그 이름 그대로 간판을 걸고 영업해오다 고분군 개발로 현재 자리인 황오동으로 오게 됐다. 이후 유사품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전통을 지키기 위해 황남빵에 대한 상표권을 등록하였고, 이제는 유사품이 더 이상 황남빵이라는 이름을 쓸 수 없게 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수석과 중국 대표단에 200상자를 선물한 황남빵. / 최진환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수석과 중국 대표단에 200상자를 선물한 황남빵. / 최진환
유사품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황남빵은 86년째 오직 황남빵 하나만을 만들어 왔기 때문에 상호와 제품명이 같은 것이 특징이다. 상호나 제품명이 황남빵이 아니면 모두 유사품이다. 또 전 공정 수작업으로 장인이 직접 손으로 빚는다는 점과 100% 순수 국산팥을 사용해 팥소의 품질이 다른 것도 큰 차이점이다. 특히 경주 현지 농가들과 팥을 계약 재배하고, 이를 전량 사들이는 방식으로 지역 농민과 함께 성장하는 구조도 십수년간 구축해온 황남빵만의 유일무이한 ‘상생 모델’이다.”

지역과 상생을 강조하는 이유는.

“할아버지가 늘 강조한 말씀이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것’이었다. 특히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경주·포항지진,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등으로 적자를 보던 시기에도 1명의 직원도 내보내지 않고 함께 버티며 상생의 가치를 지켜온 것이 드디어 빛을 발하는 것 같아 감개무량하다.”

다른 지점은 없나.
“그렇다. 황남빵은 경주 황오동에 있는 매장 한 곳에서만 판매하며, 온라인 주문은 오직 황남빵 홈페이지에서만 가능하다. 경주역이나 동대구역에서 경주시특산품판매장으로 황남빵을 위탁 판매하는데, 딱 그 정도다.”

왜 지점을 만들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제품도 선보이면서 마케팅도 하고, 지점도 늘리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집안 어른들의 뜻은 달랐다. 변화도 필요하겠지만, 90년 가까이 전통을 지켜오면서 할아버지가 강조하신 지역사회 공헌이 무엇보다 최우선이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이다. 지금도 사람들의 입맛과 음식의 유행은 바뀔 수 있지만 전통과 상생의 가치는 영원하다고 어른들은 말씀하신다. 결국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맞았던 것 같다.”

어떻게 APEC 정상회의 공식 협찬사가 됐나.
“서울에 있는 외교부 산하 APEC 준비기획단에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황남빵을 직접 나눠줬다. 한 심사위원이 우리 빵을 먹고 ‘지금까지 경주에서 먹었던 빵은 황남빵이 아니었던 것 같다’며 놀라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지난 8월부터 APEC 부대행사 협찬을 시작했고, 전국의 APEC 홍보 푸드트럭과 미디어센터 등에 황남빵을 제공하면서 맛있다는 입소문이 났다. 이후 한 번의 심사를 더 거쳐, 10월 APEC 정상회의 주간 공식 협찬사가 됐다.”

시 주석이 “한국 황남빵 맛있습니다”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어떤 기자를 통해 시 주석이 그런 말을 했다고 처음 전해 들었다. 그땐 그냥 미디어센터 내부 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1시간도 되지 않아 각종 언론과 소셜 미디어에 해당 영상이 퍼지기 시작했고, 곧 이어 중국 대표단과 각국 정상에게 추가로 선물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우리 직원들도 함께 지켜보면서 다들 정말 뿌듯해했다. 시 주석이 언급한 이후 정말 손님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성공적인 APEC을 위해 경주의 맛과 전통을 대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준비해 왔는데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것 같아 뿌듯하고 감사하다. 시 주석이 황남빵을 언급한 것만큼 큰 홍보 효과는 없었던 것 같다. 매우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APEC 정상회의 이후 인기가 ‘대란’ 수준이라고 하던데.
“매년 추석이 정말 바쁜데, 지나면 잠시 한 숨 돌린다. 그런데 이번에는 APEC 정상회의 전부터 손님이 몰리면서 추석이 지났지만 계속 바빴다. 그러다가 정상회의 주간이 시작되면서 황남빵이 공식 협찬사로 알려지자 주문량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후 시 주석이 황남빵을 언급하면서 매출이 더욱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는 매장에서 빵을 구입하려고 해도 최소 3~4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온라인 주문은 보름 이상 걸린다.”

중국인 손님도 많이 늘었나.
“시 주석이 언급한 후 확실히 눈에 띄게 늘었다. 중국 손님들이 황남빵을 먹기 전에는 일반 만주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갓 구운 황남빵을 먹으면 다들 놀란다. 겉은 바삭한데 속은 다 먹을 때까지 촉촉하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황남빵 포장지에 영어로만 표기했는데, 중국인 손님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포장지와 제품 설명지도 중국어로 급히 제작 중이다. 중국어로 된 안내판과 중국어 가능 직원 채용도 논의 중이다.”

직원을 더 뽑거나 생산 라인을 조정하면 되지 않을까.

“황남빵은 100명의 제빵 장인이 직접 손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만든다. 100% 수작업이다. 그러다 보니 하나의 빵을 만들기 위해서는 평균 6개월은 배워야 하고, 장인으로서 제대로 된 빵을 만들기까지는 수년의 세월이 걸린다. 팥 앙금 위에 물처럼 흘러내리는 밀가루 반죽을 감싸는 방식이라 만들기가 굉장히 까다롭고 어렵다. 당장 물량을 늘리기는 힘들지만, 점진적으로 채용을 계획 중이다.”

황남빵을 전 세계가 즐기는 ‘K-디저트’로 발전시킬 계획은 없나.
“황남빵은 이번 APEC을 통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프리미엄 수제빵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팥빵이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누구나 관심 갖고 즐길 수 있는 K-디저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요 해외 지역 별 상표 등록은 이미 마쳐둔 상태다. 우선은 100% 국산팥에 전 공정 수작업이라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K-팥’ 디저트로서 세계인에게 소개하고 K-푸드의 선전에 기여할 날을 위해 열심히 달려나갈 예정이다.”
윤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