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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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을 보수적으로, 실용적으로 운영하겠다”던 이재명 정부가 정작 과거 진보 정부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을 되풀이하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훨씬 더 과격하다는 것이다.

정책의 과격함은 시장과 행위자에게 가하는 제약의 강도, 시행 속도, 사회적 합의 절차의 부재로 평가된다. 이번 조치는 세 항목 모두에서 최고 수준이다. 고위 관계자의 즉흥적 발언이 민심을 더 불안하게 했고 발표 당일 국토교통부 웹페이지는 접속 폭주로 마비됐다.

내용 면에서도 강도가 과도하다. 이미 한국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80~110%인 선진국보다 훨씬 낮은데, 이번에 40%로 더 낮췄다. 네덜란드와 노르웨이의 총부채상환비율(DTI)이 500% 수준임을 고려하면, 40%는 현금이 없으면 주택 거래를 사실상 금지한 셈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명예교수 겸 컨슈머워치 공동대표 - 서울대 산업공학, 카이스트 경영과학 석사, 미 텍사스대 경영학 박사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명예교수 겸 컨슈머워치 공동대표 - 서울대 산업공학, 카이스트 경영과학 석사, 미 텍사스대 경영학 박사

과격한 정책은 부작용이 크고 실패 확률이 높다. 주택 가격은 ‘투기꾼’이 아니라 수요·공급의 불균형과 금리·유동성 등 거시 요인이 결정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주택 가격 급등은 글로벌 양적 완화와 초저금리의 산물이었다. 윤석열 정부 시기의 안정은 반대로 긴축과 금리 인상 효과였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늘 시장의 탐욕을 탓한다.

주택은 단기간에 공급이 늘지 않아 경기 국면마다 가격이 요동친다. 다주택자의 매수는 공급 부족을 예견한 ‘추격 매수’에 가깝고 이들은 시장가격을 결정할 독점력이 없다. 더구나 다주택 보유분은 임대 공급으로 이어져서 일반 상품처럼 사재기가 불가능하다.

현재의 불안은 이미 예고된 결과다. 서울의 신규 건축 허가는 최근 몇 년간 과거 10년 평균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2020년 2500조원이던 통화량(M2·금융 지표 중에서 광의통화로 시중에 풀린 화폐 총량을 의미)은 올해 4400조원으로 팽창하는 와중에 건자재 가격 급등, 중대재해처벌법, 주52시간제 등으로 건설 비용이 치솟았고,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확산하며 재개발 경제성이 급격히 악화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재개발 규제 완화를 외면했다. 통화량 급증에 의한 자산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에 가격이 오르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갭 투자’ 역시 정치적 희생양이 됐다. 그러나 갭 투자를 가능케 한 주체는 정부다. 과도한 대출 규제가 전세 제도를 키웠고 전세금이라는 무이자 대출 덕에 다주택 갭 투자가 용이한 것이다. 원인제거 없이 원인을 제공한 정부가 시장을 탓하는 셈이다.

또 하나의 착각은 ‘가격만’ 잡으려는 정책이다. 국민소득이 늘면 주거 수준과 기대 품질도 높아진다. 지하방, 노후 아파트가 외면받는 이유는 시장이 자연스럽게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외곽의 값싼 택지를 아무리 공급해도 통근과 보육에 유리한 인기 지역의 수요를 대체할 수 없다.

주택 시장은 복합 시스템이다. 금융·규제·기대·품질이 얽혀 움직인다. 시장의 조정 메커니즘을 무시한 정책이 성공한 사례는 없다. 가격을 일시적으로 눌러도 내수와 투자 심리를 함께 식히는 부작용만 남는다. 빈사 상태의 내수 부진에 부동산 산업에 겨울을 가져오는 비용은 결국 국민이 그리고 기업이 지게 된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명예교수 겸 컨슈머워치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