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일 제주시 중산간 지역에 자리한 제주 엘리시안 컨트리클럽.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차가운 바람이 코스를 휘감았다. 한두 클럽의 거리 차이를 만드는 파도를 닮은 바람이 끊임없이 공의 궤적을 바꾸는 날이었다. 전인지는 마지막 날 버디 4개, 보기 1개로 3타를 줄여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S-OIL 챔피언십을 공동 14위로 마쳤다. 예전의 명성을 고려하면 만족스러운 성적은 아니지만, 전날보다 6계단 상승하며 마무리한 그의 표정은 담담했다. 전성기의 콤팩트한 스윙과 여유 있는 경기 운영 능력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평을 받았다.
전인지는 이 대회와 인연이 깊다. 2013년 KLPGA투어에 데뷔한 그는 2014년과 2015년 이 대회에서 2연패를 차지하면서 강자로 자리잡았다.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전인지는 가방에서 작은 수첩을 하나 꺼냈다. 2014년 이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을 때 사용한 야디지북이었다. 그는 “아버지가 그동안 얼마나 소중하게 보관했는지 어제 쓰던 것 같다”고 했다. 수첩 첫 장에 적힌 네 줄의 문장은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욕심내지 않고 게임 플랜 지키기!
1. 스코어 계산하지 않기
2. 남 의식하지 않기
3. 되면 좋고 아님 말고~
넣고 싶을수록 하던 대로!!
비우려고 하니 즐거움이 찾아왔다
화양연화(花樣年華)는 꽃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말한다. 전인지는 10년 전, 세계 여자 골프의 가장 경이로운 꽃이었다. 2013년 한국 여자오픈에서 프로 첫 우승을 차지한 전인지는 2015년 US 여자오픈과 일본 여자오픈을 차지하며 한국·미국·일본의 내셔널 타이틀을 석권했다. 2015년에는 일본의 월드 레이디스 살롱파스컵과 한국의 하이트 진로 챔피언십도 우승해, 한 해 3개국 메이저 우승이라는 금자탑도 쌓았다. 그리고 LPGA투어 데뷔 첫해인 2016년, LPGA투어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21언더파 263타의 기록으로 남녀 프로골프 메이저 최저타 기록을 세우며 정상에 올랐다. 그해 신인상과 최저타수상을 받았다.
전인지는 LPGA투어 4승 중 3승을 메이저에서 차지하는 등 프로 통산 15승 중 메이저가 8차례(LPGA 3승, KLPGA 4승, JLPGA 1승)인 ‘메이저 퀸’이다. 2018년 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긴 부진을 겪다 2022년 메이저 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다시 우승컵을 들었다.
이후 정상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2023년 CME 포인트 순위 75위, 2024년 128위, 올해 103위까지 밀렸다. 전인지는 지난해 6월 US 여자오픈을 마친 뒤 시즌을 중단했다. 선수가 시즌 중에 활동을 중단하는 건 쉽지 않다. 전인지는 이 기간을 골프에 대해 더 진지한 생각과 계획을 가지는 전환점으로 삼기로 했다. 그는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되니 골프에서 더 도전해보고 싶은 것이 많아졌다. 동시에 잘하고 싶고 열심히 하는데 몸이 아프다 보니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아서 의욕이 떨어졌다. 골프를 진심으로 오래 하고 싶다면 그 타이밍에 쉬면서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이 대회와 인연이 깊다. 2013년 KLPGA투어에 데뷔한 그는 2014년과 2015년 이 대회에서 2연패를 차지하면서 강자로 자리잡았다.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전인지는 가방에서 작은 수첩을 하나 꺼냈다. 2014년 이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을 때 사용한 야디지북이었다. 그는 “아버지가 그동안 얼마나 소중하게 보관했는지 어제 쓰던 것 같다”고 했다. 수첩 첫 장에 적힌 네 줄의 문장은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욕심내지 않고 게임 플랜 지키기!
1. 스코어 계산하지 않기
2. 남 의식하지 않기
3. 되면 좋고 아님 말고~
넣고 싶을수록 하던 대로!!
비우려고 하니 즐거움이 찾아왔다
화양연화(花樣年華)는 꽃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말한다. 전인지는 10년 전, 세계 여자 골프의 가장 경이로운 꽃이었다. 2013년 한국 여자오픈에서 프로 첫 우승을 차지한 전인지는 2015년 US 여자오픈과 일본 여자오픈을 차지하며 한국·미국·일본의 내셔널 타이틀을 석권했다. 2015년에는 일본의 월드 레이디스 살롱파스컵과 한국의 하이트 진로 챔피언십도 우승해, 한 해 3개국 메이저 우승이라는 금자탑도 쌓았다. 그리고 LPGA투어 데뷔 첫해인 2016년, LPGA투어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21언더파 263타의 기록으로 남녀 프로골프 메이저 최저타 기록을 세우며 정상에 올랐다. 그해 신인상과 최저타수상을 받았다.
전인지는 LPGA투어 4승 중 3승을 메이저에서 차지하는 등 프로 통산 15승 중 메이저가 8차례(LPGA 3승, KLPGA 4승, JLPGA 1승)인 ‘메이저 퀸’이다. 2018년 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긴 부진을 겪다 2022년 메이저 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다시 우승컵을 들었다.
이후 정상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2023년 CME 포인트 순위 75위, 2024년 128위, 올해 103위까지 밀렸다. 전인지는 지난해 6월 US 여자오픈을 마친 뒤 시즌을 중단했다. 선수가 시즌 중에 활동을 중단하는 건 쉽지 않다. 전인지는 이 기간을 골프에 대해 더 진지한 생각과 계획을 가지는 전환점으로 삼기로 했다. 그는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되니 골프에서 더 도전해보고 싶은 것이 많아졌다. 동시에 잘하고 싶고 열심히 하는데 몸이 아프다 보니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아서 의욕이 떨어졌다. 골프를 진심으로 오래 하고 싶다면 그 타이밍에 쉬면서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큰 변화를 시도했다. 오래 배우던 스윙 코치를 떠나 김송희 코치와 지난해부터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고, 고교 시절 멘털 트레이너였던 조수경 박사를 찾았다. 조수경 박사는 수영 박태환, 체조 양학선, 리듬체조 손연재 등 다양한 종목의 스타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심리 상담을 맡았던 국내 스포츠 멘털 트레이닝의 권위자다. 전인지는 “고등학생 시절 의지했던 조수경 박사를 다시 만나 심리상담을 받았다”며 “채우려고 노력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비우는 연습을 하면서 몸과 마음이 달라졌다”고 했다. “골프가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노력에 비해 성과가 나오지 않아 지쳐 있었다. 비우려고 하니 자연스럽게 즐거움이 찾아왔고, 밝은 방향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스윙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김송희 프로는 박인비, 신지애, 최나연 등과 1988년생 동갑 친구다. 파워풀한 샷과 재능으로 ‘제2의 소렌스탐’이라 불렸지만, 마지막 순간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LPGA에서 고된 시간을 견뎠던 선수였다. ‘준우승 전문가’로 불렸던 그는 은퇴 후 연세대에서 스포츠심리를 공부하며 자신을 다시 세웠고, 이제는 코치로서 후배들의 마음과 스윙을 함께 돌본다.
김송희 프로의 말이다. “지난해 (전)인지는 비거리를 잃지 않으려 지면 반력을 과하게 사용하려고 시도했다. 백스윙에서 앉았다가 임팩트에서 일어나는 ‘힘으로 때리는’ 동작을 반복하다 보니 허리에 부담을 주고 정타율까지 떨어졌다. 신체 능력 범위 안에서 부드럽게 휘두르는 스윙으로 돌아가는 일에 집중했다.” 상체 힘을 빼고, 중심을 안정시키고, 회전과 리듬으로 클럽을 보내는 구조를 천천히 다시 짰다. 허리 통증이 줄면서 비거리는 서서히 돌아왔다. 1년 동안 전인지는 조급해하지 않고 작은 변화를 쌓아갔다. 전인지는 “이제는 라운드를 마쳐도 통증이 없고 비거리도 점점 늘고 있다”고 했다.
전인지는 전성기 시절에도 부상과 악성 댓글에 시달리며 적잖은 마음 고생을 했다.
전인지는 “작년 US 여자오픈은 내가 2015년 우승했던 랭커스터에서 열려 그 대회까지만 버티자는 마음이 컸다. 대회가 끝나니 허무한 감정이 몰려와서 무엇보다 목표 설정이 중요했다. ‘언제까지 골프를 하자’를 정하지 말고 내가 건강한 정신과 몸으로 즐겁게 해나갈 수 있을 때, 그때까지 골프를 계속하면 된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전인지는 올 시즌 총 17개 대회에 출전해 12회 컷 통과를 했다. 톱 10은 없었다. 상금 순위는 77위(약 33만달러)였다. 전인지는 “전체적으로 균형을 되찾아가는 해였다”고 자평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 한 걸음 남았다
전인지의 별명이자 그의 팬클럽 이름인 ‘하늘을 나는 덤보(디즈니 애니메이션 코끼리 캐릭터)’처럼 많은 팬이 그의 재기를 응원하러 제주로 날아왔다. 전인지는 팬의 요청에 수시로 사진 촬영에 응하며 밝게 웃었다. “한국 대회에 출전하면서 표정이 많이 좋아진 게 눈에 보인다고 많은 사람이 얘기한다”고 했다.
한 살 위 김세영의 우승도 좋은 자극제다. 김세영은 10월 19일 전남 해남에서 끝난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5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전인지는 “세영 언니의 우승을 보면서 ‘나도 아직 할 수 있다’ ‘아직 기회가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확실한 동기부여가 됐다”고 강조했다.
전인지는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US 여자오픈(2015년), 에비앙 챔피언십(2016년), KPMG 여자 PGA 챔피언십(2022년)을 제패한 그는 셰브론 챔피언십이나 AIG 여자오픈(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 4대 메이저를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그는 “욕심 같아서는 빨리 우승도 하고 싶고, 커리어 그랜드슬램도 하고 싶지만 어떤 과정으로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힘들게,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신이 나는 발걸음으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싶다고 했다. 30대를 골프 인생의 새로운 화양연화로 삼겠다는 다짐이다.
스윙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김송희 프로는 박인비, 신지애, 최나연 등과 1988년생 동갑 친구다. 파워풀한 샷과 재능으로 ‘제2의 소렌스탐’이라 불렸지만, 마지막 순간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LPGA에서 고된 시간을 견뎠던 선수였다. ‘준우승 전문가’로 불렸던 그는 은퇴 후 연세대에서 스포츠심리를 공부하며 자신을 다시 세웠고, 이제는 코치로서 후배들의 마음과 스윙을 함께 돌본다.
김송희 프로의 말이다. “지난해 (전)인지는 비거리를 잃지 않으려 지면 반력을 과하게 사용하려고 시도했다. 백스윙에서 앉았다가 임팩트에서 일어나는 ‘힘으로 때리는’ 동작을 반복하다 보니 허리에 부담을 주고 정타율까지 떨어졌다. 신체 능력 범위 안에서 부드럽게 휘두르는 스윙으로 돌아가는 일에 집중했다.” 상체 힘을 빼고, 중심을 안정시키고, 회전과 리듬으로 클럽을 보내는 구조를 천천히 다시 짰다. 허리 통증이 줄면서 비거리는 서서히 돌아왔다. 1년 동안 전인지는 조급해하지 않고 작은 변화를 쌓아갔다. 전인지는 “이제는 라운드를 마쳐도 통증이 없고 비거리도 점점 늘고 있다”고 했다.
전인지는 전성기 시절에도 부상과 악성 댓글에 시달리며 적잖은 마음 고생을 했다.
전인지는 “작년 US 여자오픈은 내가 2015년 우승했던 랭커스터에서 열려 그 대회까지만 버티자는 마음이 컸다. 대회가 끝나니 허무한 감정이 몰려와서 무엇보다 목표 설정이 중요했다. ‘언제까지 골프를 하자’를 정하지 말고 내가 건강한 정신과 몸으로 즐겁게 해나갈 수 있을 때, 그때까지 골프를 계속하면 된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전인지는 올 시즌 총 17개 대회에 출전해 12회 컷 통과를 했다. 톱 10은 없었다. 상금 순위는 77위(약 33만달러)였다. 전인지는 “전체적으로 균형을 되찾아가는 해였다”고 자평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 한 걸음 남았다
전인지의 별명이자 그의 팬클럽 이름인 ‘하늘을 나는 덤보(디즈니 애니메이션 코끼리 캐릭터)’처럼 많은 팬이 그의 재기를 응원하러 제주로 날아왔다. 전인지는 팬의 요청에 수시로 사진 촬영에 응하며 밝게 웃었다. “한국 대회에 출전하면서 표정이 많이 좋아진 게 눈에 보인다고 많은 사람이 얘기한다”고 했다.
한 살 위 김세영의 우승도 좋은 자극제다. 김세영은 10월 19일 전남 해남에서 끝난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5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전인지는 “세영 언니의 우승을 보면서 ‘나도 아직 할 수 있다’ ‘아직 기회가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확실한 동기부여가 됐다”고 강조했다.
전인지는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US 여자오픈(2015년), 에비앙 챔피언십(2016년), KPMG 여자 PGA 챔피언십(2022년)을 제패한 그는 셰브론 챔피언십이나 AIG 여자오픈(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 4대 메이저를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그는 “욕심 같아서는 빨리 우승도 하고 싶고, 커리어 그랜드슬램도 하고 싶지만 어떤 과정으로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힘들게,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신이 나는 발걸음으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싶다고 했다. 30대를 골프 인생의 새로운 화양연화로 삼겠다는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