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재작년 한 공연장으로 향하던 날만 떠올리면 심장이 조여오며 호흡이 가빠진다. 오케스트라와 협연이 예정돼 있었고, 그날은 연주 전 전체 리허설이 있는 날이었다. 평소보다 넉넉하게 시간을 계산해 나섰지만 갑작스럽게 폭우가 쏟아지고, 앞에는 교통사고까지 났다. 내가 몰던 차도 접촉 사고가 나면서 도착 예정 시간은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었다. 큰 사고는 아니었기에 금세 수습할 수 있었지만, 앞의 대형 추돌 사고로 도로는 완전히 마비됐다. 내비게이션 앱은 여러 우회로를 제시했지만, 방향을 바꿀 때마다 길은 더 막혔다.지휘자와 80명의 단원이 무대에서 리허설을 기다리고 있을 시간이 다가왔다. 무대 위 덩그러니 놓인 피아노를 떠올리자,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고, 머리는 하얘졌다. 순간 나를 원망했고, 세상까지 원망했다. 공연장 측에서 걸려 오는 전화를 받으며 “금방 도착합니다, 10분 뒤에 도착합니다, 아니 15분 뒤에 도착합니다”라고 목을 쥐어짜며 말했지만, 길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차는 멈춰 있었지만 내 안의 시간은 역방향으로 달리고 있었다. 그날 내가 느낀 ‘급함’은 단순히 이동 속도가 아니라, 마음이 앞질러 달려가는 감정의 속도였다.결국 리허설엔 한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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