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는 유럽에서 창업하기 가장 쉬운 나라다. 필요한 양식만 작성하면 1시간 안에 가능한 경우도 많다. 꼭 필요한 과정만 거치도록 복잡한 의사 결정 체계를 단순화했다. 한국이 배울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미카엘 헴니티 빈터(Mikael Hemniti Winther) 신임 주한 덴마크 대사는 북유럽에서 손꼽히는 아시아 전문가다. 태국·미얀마·캄보디아·방글라데시·이라크 주재 덴마크 대사를 역임했고(태국·미얀마·캄보디아 대사는 겸임), 2025년 8월 한국에 오기 전까지 3년 동안 중국 상하이 주재 덴마크 총영사를 지냈다. 아시아 국가에서 보낸 기간이 21년이나 된다. 

빈터 대사는 자타공인 ‘현지 밀착형 외교관’이기도 하다. 다수 국가의 무역대표부가 하는 해외 진출 자국 기업 지원 역할을 덴마크 경우에는 대사관(외교부)이 맡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사 본인의 남다른 호기심과 열정 때문이기도 하다. 휴일에는 종종 스쿠터로 거리를 달리며 평범한 한국인의 일상생활과 거리 풍경을 머리와 가슴에 담는다. 인터뷰 도중에 글로벌 해운사 머스크와 완구 기업 레고, 비만 치료제 위고비로 유명한 제약 대기업 노보 노디스크 등 자국 기업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목소리가 커지면서 바싹 다가와 앉는다. 9월 29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출하면서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한 빈터 대사를 최근 서울 중구 주한덴마크대사관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카엘 헴니티 빈터 - 주한 덴마크 대사, 코펜하겐 경영대학원(MBA), 전 주상하이 덴마크 총영사, 전 주태국 덴마크 대사, 전 주이라크 덴마크 대사 /사진 이용성 기자
미카엘 헴니티 빈터 - 주한 덴마크 대사, 코펜하겐 경영대학원(MBA), 전 주상하이 덴마크 총영사, 전 주태국 덴마크 대사, 전 주이라크 덴마크 대사 /사진 이용성 기자

신임 대사로서 소감과 각오는.

“한국과 덴마크는 비슷한 점이 많다. 그래서 ‘형제의 나라’에 온 것 같다. 두 나라 모두 반도 국가이고, 강대국(덴마크의 경우에는 독일과 영국 등)에 둘러싸여 있다. 덴마크도 이웃 국가가 언제나 친절했던 건 아니기 때문에 늘 새로운 기회를 찾아 항해를 떠나고 먼저 다가가야 했다. 한국과 덴마크는 이미 에너지와 조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교류하고 있다. 하지만 협력을 강화하고 확대할 여지 또한 크다. 양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최대한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한국과 덴마크의 경제협력, 어떤 분야가 특히 유망할까.

“핵심 중의 핵심은 ‘친환경 녹색 전환’이다.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산업 시설이나 제품, 장비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덴마크는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소비 절감, 탄소 저감 등 분야에서 성공한 나라 중 하나다. CIP와 댄포스 등 해당 분야의 덴마크 기업이 전 세계에서 맹활약 중이다. 한국이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길 원한다면, 덴마크는 매우 이상적인 파트너가 될 것이다. 제약·바이오도 협력이 유망한 분야 중 하나다. 위고비를 만드는 노보 노디스크가 덴마크 기업이란 걸 모르는 이가 의외로 많다.” 

CIP는 전 세계 기관투자자 자금 약 320억유로(약 53조8176억원)를 운용하는 투자 개발사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17개국에서 약 50개의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댄포스는 한국을 포함해 21개국에서 100여 개의 생산 시설을 운영하며 4만2000여 명의 임직원을 거느린 에너지·자동화 솔루션 기업이다. EP100(사업장에서 에너지 효율을 30% 이상 개선), RE100(사업장 내 에너지를 100%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EV100(사업장 내에서 전기차만 운행) 등 세 가지 친환경 운동에 모두 참여한 최초의 에너지 기업이기도 하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도 댄포스의 ‘HVAC(난방·환기·공기 조절) 솔루션’이 적용돼 있다. 위고비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노보 노디스크의 지난 3분기 매출은 2024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203억5000만덴마크크로네(약 4조6192억원)를 기록했다. 

덴마크도 한때는 환경오염이 극심했다고 들었다.

“석탄 등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던 때가 있었다. 자연히 온갖 종류의 공해가 많이 발생했다. 1970년대 첫 석유파동을 계기로 덴마크 정부가 오염 물질 배출 단속을 강화하려 했는데 산업계의 반발이 심했다. 그래도 정부가 중심을 잡으면서 밀고 나가니까 친환경 기술혁신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정책 결정 과정에 기업을 끌어들인 것도 도움이 됐다. 물론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었고 때로는 실수도 저질렀지만, 그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실수로부터 배우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시장·투자처로서 덴마크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덴마크는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과 육로로 연결된 유일한 스칸디나비아 국가다. 바다 건너 영국과도 가깝다. 코펜하겐 국제공항이 북유럽의 핵심 허브 공항으로 자리매김한 것도 지리적인 이점과 무관하지 않다. 덴마크는 또한 유럽에서 창업하기 가장 쉬운 나라다. 필요한 양식만 작성하면 1시간 안에 가능한 경우도 많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의 니하운(Nyhavn) 항구. /사진 셔터스톡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의 니하운(Nyhavn) 항구. /사진 셔터스톡

북유럽 대표 항공사인 스칸디나비아항공(SAS)은 11월 13일부터 인천~코펜하겐 노선을 주 4회(월·수·금·일요일) 일정으로 운항 중이다. 2026년 6월에는 주 6회까지 운항을 확대할 예정이다. 취항 1년 안에 주당 운항 편수를 6회로 확대하는 것은 SAS 본사에서도 보기 드문 경우로,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설명이다. SAS는 코펜하겐공항을글로벌 허브로, 오슬로와 스톡홀름을 주요 거점으로 유럽·미주·아시아 전역의 135개 목적지를 운항 중이다.

비결이 뭔가.

“꼭 필요한 과정만 거치도록 복잡한 의사 결정 체계를 단순화했다. 한국이 배울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국에 처음 와서 차량을 등록하는 과정도 내 기준에선 너무 복잡했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절차라 하더라도 때로는 꼭 필요한지, 쓸모 있는지, 목적에 부합하는지, 다른 방법으로 할 수는 없는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행복 지수 조사에서도 덴마크는 늘 최상위권이다.

“그렇다고 국민이 늘 만면에 미소를 띠고 기분이 들떠서 지내는 건 아니다(웃음). 웰빙을 창출하기 위해 각자가 많이 노력한다는 뜻에 가깝다. 가족, 친구와 보내는 시간이 소중하므로 일상 여러 영역의 ‘균형을 늘 의식하며 생활한다는 뜻도 될 수 있다. 그렇게 살면 업무 효율성이 높아져서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월빙리서치센터가 지난 3월 발표한 2025년 세계 행복 보고서에서 핀란드와 덴마크가 각각 가장 행복한 나라 1,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58위로, 베트남(46위), 태국(49위)보다 순위가 낮았다. 

덴마크라고 심각한 사회문제가 없진 않을 텐데.

“젊은이가 조선소나 농장, 공장에서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 한국과 비슷하다. 공장에서 일해도 잘 차려입고 컴퓨터와 아이패드를 통해 업무를 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도 그렇다. 그래서 노동력이 부족하다. 다른 나라에 비해 행복하다고 해도 우울증 확산과 고령화에 따른 여러 문제를 덴마크도 똑같이 경험하고 있다.” 

덴마크 진출 한국인을 위해 문화 차이 관련 조언 부탁한다.

“차이에 대해 너무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간으로서 친절함의 미덕과 개방의 중요성 등 어디를 가도 공통점이 더 많기 때문이다. 한국이 위계질서가 상대적으로 강하고, 테이블 매너 등 세부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한국에서도 외국인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경우는 드물지 않나. 한 가지 팁을 주자면, 덴마크에서는 첫 대면에 바로 사업 이야기부터 하는 경우가 많다. 덴마크 사람은 스몰토크(일상에 관한 가벼운 대화)에 능하지 않다. 사회적인 신뢰도와 투명성이 높아서 굳이 주변을 많이 살필 필요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용성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