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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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지난 8월 의류 상품 거래를 중개하는 ‘무신사 유즈드’ 를 출범했다. 고객이 무신사 측에 팔고 싶은 옷을 보내면 상품 촬영과 게시물 작성, 상품 세탁과 발송 등을 무신사가 대행해 준다.

중고 의류 거래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개인 간 거래(C2C) 플랫폼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엔 백화점과 패션 대기업도 시장에 합류하는 추세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실속형 소비가 부상한 것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취향을 기반으로 한 가치 소비가 선호되는 것도 한몫했다. 

무신사 유즈드는 출범 직후 2주간 입고 신청자 1만 명, 누적 입고 6만여 점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다. 무신사에 따르면, 10월 기준 무신사 유즈드 거래액은 전월 대비 세 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상품 등록 수는 67%, 상품 구매 회원 수는 2.5배 증가했다. 회원이 1인당 구매한 평균 가격은 약 2만7600원으로, 판매된 상품의 최초 공식 판매가 대비 평균 할인율이 73%에 달했다. 무신사 유즈드를 통한 거래의 정산 대금은 고객 ‘무신사머니’ 계좌에 입금된다. 이른바 C2B2C(소비자가 기업을 통해 다른 소비자에게 물품을 파는 방식)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유니클로나 자라, H&M 등 무신사에 입점하지 않은 브랜드의 중고품도 무신사 유즈드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현재는 의류만 취급하지만, 차후 신발, 가방 등으로 품목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했다.

패션 전문 기업 LF도 지난 9월 중고 비즈니스 전문 스타트업 마들렌메모리와 손잡고 리세일(재판매) 서비스 ‘엘리마켓’을 열었다. 닥스, 헤지스, 마에스트로, 바네사브루노 등 LF의 15개 브랜드 중고 상품을 거래할 수 있다. 무신사 유드즈처럼 소비자가 판매 신청을 하면 회사가 수거, 검수, 매입가 산정부터 재판매까지 전 과정을 진행하고, LF몰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엘리워드’로 보상해 준다. 이외에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오엘오(OLO) 릴레이 마켓’을, F&F는 ‘디스커버리 리마켓’이라는 중고 거래 서비스를 각각 운영 중이다. 

콧대 높은 백화점도 중고 의류 판매에 뛰어들었다. 롯데백화점은 ‘리얼스 그린 리워드’,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바이백 서비스’라는 명칭으로 백화점 고객으로부터 중고 의류를 수거해 시세에 맞는 금액을 백화점 포인트로 돌려주는 서비스를 시행한다. 

1 현대백화점은 지난 7월 중고 의류 보상 서비스 ‘더현대 바이백 서비스’를 출시했다. /사진 현대백화점 
2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2022년부터 자사 브랜드 전용 중고 거래 플랫폼 ‘오엘오 릴레이 마켓’을 운영 중이다. 사진은 ‘코오롱스포츠’ 문정직영점에 설치된 중고 상품 수거함. /사진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1 현대백화점은 지난 7월 중고 의류 보상 서비스 ‘더현대 바이백 서비스’를 출시했다. /사진 현대백화점
2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2022년부터 자사 브랜드 전용 중고 거래 플랫폼 ‘오엘오 릴레이 마켓’을 운영 중이다. 사진은 ‘코오롱스포츠’ 문정직영점에 설치된 중고 상품 수거함. /사진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국내 중고 의류 시장 올해 43조원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중고 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원에서 2023년 26조원, 2025년 43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이 중 5조원 정도가 의류 중고 거래에서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

초창기 국내 중고 거래 시장은 중고나라, 당근 등 중고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플랫폼이 중심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전통적인유통 기업의 시장 참여가 늘어나는 이유는 브랜드보다 취향과 가치,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Z 세대(1997~2010년생)를 중심으로 중고 거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서다. 

시장조사 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13~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8%는 중고 의류 거래 경험이 있었다. 나이대별로는 20대가 68%로 가장 많았고, 이어 30대(62%), 40대(59%), 50대(51%)순으로 중고 의류 거래를 경험했다. 응답자 약 62%는 ‘요즘 사람들은 중고 의류(패션)를 익숙하게 받아들인다’고 답했다. 

중고 의류 구매 이유로는 ‘저렴한 가격’을 꼽은 이가 57%로 가장 많았다. 중고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합리적인 소비(38.7%)이고, 새 상품을 구매하기엔 부담이 된다(32.0%)는 응답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20대를 중심으로 희소가치 높은 한정판과 인기 상품을 찾기 위해 중고 의류를 구매하는 경향을 보였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측은 “희소성과 개인 취향을 중시하는 이들 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유통 기업으로서는 중고 거래 서비스는 플랫폼 체류 시간을 늘리고 젊은 고객을 록인(묶어 두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이점이 있다. 이에 대부분 기업은 중고 의류 거래에 따른 수익금을 자사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는 머니나 포인트로 적립해 줘 고객이 새 상품을 구매하도록 독려한다. 중고 거래가 고객 이탈을 방지하고 브랜드와 관계를강화하는 매개체가 되는 셈이다.

중고 거래하는 Z 세대 ‘합리적 가치 소비’

K-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고 플랫폼을 통해 한국 패션 상품을 역직구하는 해외 소비자도 등장했다.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2023년 7월 출범한 글로벌 몰 ‘번장 글로벌’은 서비스 출범 후 1년 만에 이용자가 131% 증가했다. 처음엔 K-팝 스타와 관련된 굿즈(기념품) 거래가 주로 이뤄졌으나, 최근에는 젠틀몬스터, 마뗑킴, 마르디메크르디, 이미스 등 K-팝 패션 브랜드 상품 거래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한국 고유의 패션 지식재산(IP)이 글로벌 리커머스(recommerce·보유하거나 사용하던 물건을 재거래하는 것) 시장 수요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며 “K-패션 브랜드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리커머스 시장에서도 가치와 생명력을 인정받는 단계에 도달했다” 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도 중고 의류 시장 전망은 낙관적이다. 미국 중고 의류 재판매 플랫폼 ‘스레드업(ThredUp)’은 세계 중고 의류 시장이 2029년까지 3670억달러(약 53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글로벌 의류 시장 성장률보다 2.7배 빠른 속도다. 미국의 경우 중고 의류 시장이 연평균 9% 성장해, 2029년까지 740억달러(약 108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관련 기업 실적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스레드업의 2025년 3분기 매출은 8220만달러(약 1204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증가했다. 이 회사는 앞서 1분기와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10%, 16% 증가한 바 있다. 3분기 활성 구매자 수는 157만 명으로 전년 대비 26% 늘었고, 신규 구매자 성장률은 54%에 달했다. 구매자 증가와 함께 주문도 161만 건으로 37% 늘었다. 미국 중고 명품 재판매 플랫폼 ‘더리얼리얼(TheRealReal)’의 3분기 매출은 1억7400만달러(약 2552억원)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거래액(GMV)은 5억2000만달러(7627억원)로 20% 늘었다. 

김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