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창고(self storage) 서비스는 도심 내 건물 등에 개인이 물품을 저장할 수 있는 다양한 규모의 공간을 빌려주고 정기적으로 사용료를 받는 것을 뜻한다. 사용자로서는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물품을 외부에 안전하게 보관하면서 주거 공간을 보다 유연하고 넓게 활용할 수 있고, 투자자(임대인)로서는 유휴 공간을 수익형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어 새로운 부동산 수익원으로 잠재력이 크다.
전 세계적으로 도시화 심화, 주거 공간 협소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확산, 1인 가구 증가라는 구조적 변화에 따라 공유 창고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영역으로 관심받고 있다. 전 세계 공유 창고 시장 규모는 2025년 기준 수백억달러로 추정된다. 북미가 시장의 약 48%를 점유하고 있으며, 유럽· 아시아가 그 뒤를 잇는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상대적으로 젊은 시장이지만, 향후 연평균 6~7%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국내시장 역시 이 같은 글로벌 트렌드 연장선상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2018년 서울을 중심으로 확장하며 30여 개에 불과했던 공유 창고 시장은 현재 전국 기준 300~400여 개로 추정된다. 서울 및 수도권의 높은 주거 비용과 좁은 평균 주거 면적 그리고 캠핑, 골프 등 부피가 큰 취미용품을 가진 젊은 성인 고객층 수요, 와인과 미술품 등 전문적인 보관 서비스 필요성이 생기면서 나타난 결과다.
공유 창고는 과거 ‘창고시설’로 분류, 도심 내 운영에 제약이 컸다. 하지만 최근 건축법에 ‘공유보관시설’ 항목이 신설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로 인해 법적인 용도가 명확해졌고, 안정적인 사업 환경이 조성되면서 향후 관련 사업의 확장 기조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상업용 부동산 투자자 참여는 아직 제한적이나, 올해 국민연금이 출자한 코어플랫폼펀드 내 뉴이코노믹섹터에 공유 창고가 포함되면서, 향후 국내외 자산운용사의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
성숙기에 접어든 유럽 공유 창고 시장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시장 규모가 큰 유럽의 경우, 글로벌 거시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최근 CBRE가 발행한 ‘2025년 유럽 공유 창고 산업 보고서’를 보면, 유럽의 공유 창고 시장은 총 1만571개의 지점과 1770만m²의 저장 공간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영국·프랑스·스페인·독일 상위 4개국이 지점 68%, 저장 공간 75%를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영국은 유럽 공유 창고 저장 공간 34.5%를 점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유럽 경제는 소비 주도의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속도는 다소 느리며,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최근 2년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5%를 밑돌았다.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 등 글로벌 리스크 요소는 유럽 경제 전망에 하방 위험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지난 1년간 유럽 공유 창고 산업은 여기에 더해 정치적 불확실성과 주택 시장 둔화 등의 영향으로 수요 증가세가 이전보다 둔화하면서, 전 세계 시장에서 유럽 평균 점유율은 0.8% 하락했다. 그러나 1㎡당 매출은 유럽 전역에서 평균 5.4%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스페인·포르투갈·핀란드·폴란드가 5% 이상 점유율 증가를 기록했다.
2025년 유럽 공유 창고 시장은 투자 거래량이 기록적이었던 2024년(거래액 12억유로) 대비 일시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나, 운영사의 견고한 수익성과 사모펀드(PE) 재진입, 북미와 중동 자본 유입 등 구조적인 성장 동력은 여전히 강하게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이후에는 대출 유동성 회복 기대가 커진 영향으로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공유 창고 부문은 대체 투자 섹터 중 4순위로 선호도가 높아지는 등 대출 기관의 관심이 증가했다. 대출 기관 약 80%가 2025년에 부동산 대출을 늘릴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주택 시장과 기업의 투자 심리가 살아난다면, 연기된 대규모 거래가 재개되면서 2026~2027년에는 투자 규모가 10억유로(약 1조6700억원)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중국·인도, 새로운 개척지로 부상
공유 창고 시장은 과거 리츠(REITs)나 금융기관 중심 투자가 주를 이뤘는데, 2025년 상반기에는 누적 거래량 약 60%를 PE가 차지하며 성장을 주도했다. PE 투자자는 일반적으로 17% 이상의 목표 IRR(내부수익률)을 추구하는 밸류애드(Value-add) 전략을 선호한다. 또한, 북미와 중동 자본이 유럽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북미와 중동 투자자는 유럽 공유 창고를 장기적인 임대료 성장과 자본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신흥 고성장 시장으로 보고 있다.
공유 창고가 독자적인 핵심 자산으로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호주 시장도 유럽과 비슷한 점이 있다. 호주 시장은 2017년만 해도 소수의 공유 창고 사업자가 이끌었지만, 2020년 이후 인수 대상으로 매력이 커지면서 제도권 자본 유입이 본격화하며 공유 창고 시장이 전환기를 맞이했다. 이후 시장은 지속적인 수요를 바탕으로 성장했으며, 글로벌 대형 PE와 아시아 기반 자본을 포함한 신규 투자자가 우리 돈 수천억원 규모의 기록적인 포트폴리오 거래를 통해 시장에 진입했다.
기존 호주 로컬 운영사는 물론, 역외 기관 자본이 기존 운영사와 파트너십을 통해 진입하는 전략도 눈에 띄게 늘었다. 또한, 공유 창고 리츠 설립은 시장 성숙도를 높였다. 2025년 상반기에는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를 포함한 기관이 대규모 인수를 단행했고, 단일 자산 거래에서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며10억달러 이상 거래액을 기록하는 등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 같은 변화는 공유 창고가 독자적인 핵심 자산으로 완전히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아시아·태평양 공유 창고 시장은 아직 상대적으로 미성숙하나, 지속적인 기관 자본이 유입되며 성장이 좀 더 가시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호주·홍콩·일본·싱가포르 같은 핵심 관문 도시가 선두를 달리며 높은 점유율과 지속적인 임대료 성장을 나타내고 있고, 인도와 중국 역시 성장 잠재력이 큰 새로운 개척지로 부상하고 있으나 아직 규제 문제 등으로 초기 개발 단계에 있다.
아시아·태평양 공유 창고 시장이 제공하는 매력적인 투자 제안에 대한 기관 투자자의 관심은 점차 커지고 있으며, 운영사는 기존 자산 인수 및 신규 시설 개발을 위한 자본 투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PE 및 국부 펀드와 합작 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공유 창고 관련 인지도와 사용량 증가 그리고 기술 발전의 결합은 아시아·태평양 공유 창고 시장의 성장을 가속하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