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욱 - 두산건설 상무, 두산건설 위브 골프단 단장, 2002 아시안게임 골프 대표팀 코치(단체전 금) /사진 민학수
오세욱 - 두산건설 상무, 두산건설 위브 골프단 단장, 2002 아시안게임 골프 대표팀 코치(단체전 금) /사진 민학수

기업 골프단은 한국 골프의 큰 특징 가운데 하나다. 두 명 이상의 선수를 후원하는 국내 기업이 50여 개에 이른다. 해외 기업의 선수 후원이 선수 개별 마케팅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 달리 국내 기업은 골프 선수단을 만들어 지원 시스템을 갖춘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국내 시즌을 앞두고 골프단 대항전을 연다.

국내 기업이 골프에 투자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골프는 ‘신뢰·품격·지속성’을 상징하는 스포츠로, 기업은 골프단 운영과 대회 후원을 통해 안정적이고 품격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가장 빠르게 구축할 수 있다. 또한 골프 소비층은 건설·금융·모빌리티 등 고가 산업의 핵심 VIP 고객군과 겹치기 때문에, 골프는 자연스럽게 고객 접점이 형성되는 효율적인 마케팅 플랫폼이 된다. 여기에 골프는 선수 개인의 성장과 도전 서사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종목이어서 기업은 선수의 이야기와 브랜드 정체성을 감성적으로 연결할 수 있고, 대회 영상·브이로그·클럽하우스 콘텐츠 등은 소셜미디어(SNS)에서 고급스럽게 확장되기 쉬워 콘텐츠 전략 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두산건설은 출범 3년째로 역사가 길지 않은데도 골프단 운영을 단순 후원이 아닌 브랜드 가치의 실천으로 보고 있다. 1부와 2부를 함께 지원하며 성장 사다리를 연결하고, 선수 선발에서도 기술보다 태도와 루틴을 우선한다. 두산건설의 주거 브랜드 ‘위브’의 다섯 가지 핵심 가치(Have·Live·Love·Save· Solve)를 선수 개성과 플레이 철학과 매칭해 팬과 소통한다. 이를 통해 팀 문화, 브랜드 가치, 선수 성장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운영 모델을 구축했다.

두산건설은 2023년 임희정, 박결, 유현주, 유효주 등 정상급 선수와 함께 당시 아마추어였던 김민솔을 영입해 ‘두산건설 위브 골프단’을 창단했다. 골프단 운영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이끈 국가대표팀 코치 출신의 오세욱 상무가 단장을 맡았다. 당시 선수였던 임성아 프로가 PR팀에서 선수단 지원 역할을 맡고 있다.한국과 미국에서 아마추어 골프 선수로 활동한 오 단장은 미국에서 스포츠 교육을 전공하고 귀국 후 지도자 생활을 한 이론과 실기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다.

그는 아마추어와 3부, 2부, 1부로 이어지는 성장 사다리를 하나의 생태계로 묶어야 한국 골프계 전체가 단단해진다고 보았다. 그를 영입한 두산건설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실제 운영에서도 이 철학이 실험처럼 반영됐다. 지난해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 직후 같은 코스에서 드림투어 대회를 열어 2부 선수가 1부의 그린 스피드와 세팅, 진행을 그대로체험하게 한 것이 대표적이었다. 1부와 2부 투어 사이 간극을 줄이려는 시도였다.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은 회사 홍보를 위한 대회임에도 갤러리의 경기 관람 환경을 위해 별도 홍보 입간판을 최소화하는 운영 방식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초기에는 성적이 더디 나왔다. 두 시즌 동안 트로피가 없자 실망도 있었다. 그러나 팀은 서두르지 않았다. 기존 선수 전원을 유지하고 박혜준, 이율린을 영입하여 7명 체제로 확장했다. 일본에서 활약 중인 베테랑 신지애와는 서브 후원 계약을 맺었다.

지난 5월 신지애가 일본 메이저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먼저 우승을 신고했다.

이어 박혜준이 7월 KLPGA 롯데오픈에서 73번째 출전 만에 첫 우승을 거두었다. “가족처럼 서로를 챙기고 믿어주는 팀 분위기가 자신을 믿게 해주었다”고 그는 말했다. 8월에는 드림투어에서 뛰던 김민솔이 추천 선수로 참여한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고, 이어 10월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2부 투어 4승에 1부투어 2승을 더한 한 시즌 6승이었다. 10월 상상인·한경 와우넷 오픈에서는 이율린이 5차 연장 끝에 데뷔 81번째 대회 만에 첫 우승을 기록했다.

1 미국 대학 시절 골프부 기념사진. 왼쪽이 오세욱 상무. /사진 오세욱 
2 이율린(가운데)이 10월 상상인·한경 와우넷 오픈에서 5차 연장 끝에 데뷔 81번째 대회 만에 첫 우승을 기록했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두산건설 위브 골프단. 왼쪽부터 오세욱 상무, 임희정, 유효주, 박혜준, 김민솔, 임성아. /사진 두산건설
1 미국 대학 시절 골프부 기념사진. 왼쪽이 오세욱 상무. /사진 오세욱
2 이율린(가운데)이 10월 상상인·한경 와우넷 오픈에서 5차 연장 끝에 데뷔 81번째 대회 만에 첫 우승을 기록했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두산건설 위브 골프단. 왼쪽부터 오세욱 상무, 임희정, 유효주, 박혜준, 김민솔, 임성아. /사진 두산건설

기량 못지않게 태도를 중시하는 선수단

서울 강남구 두산건설 홍보실에서 만난 상무는 상담 요청 전화를 수시로 받았다. “욕심내지 말고 편하게 치는 게 중요하다. 어드레스는 너무 숙이지 말고, 지나가게 친다고 생각해.” KLPGA 시드전에 도전하는 선수의 전화였다. 그는 “과정보다는 결과만 보려 할 때 리듬이 무너진다. 루틴 유지가 결국 성적을 만든다”고 말했다.

오 단장은 대한골프협회 경기위원장을 지낸 부친 영향으로 중학교 2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1988년 미국 유학 후 대학 골프부에서 팀 중심, 데이터 기반 골프를 경험했고, 이후 샌디에이고 골프 아카데미에서 정규 과정을 수료했다. 귀국 후 청소년 아카데미를 운영하다 1999년 대한골프협회 요청으로 상비군 코치를 맡았고,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이끌었다. 이후 2003~2004년 미국 퓨처스투어에 동행하며 운전·코칭·식사 준비까지 도맡으며 프로 투어의 현실을 체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선수 선발 기준은 무엇인가.

“기술적인 완성도보다는 태도와 동기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본다. 언행이 일치하는지, 태도 속에 진짜 간절함이 보이는지가 결국 성장의 출발점이다. 그 간절함에 올바른 동기를 더하면 성취로 이어진다.”

올해 생애 첫 우승자를 세 명이나 배출했다.

“우승 직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우승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는 것이다. 지금까지 해온 루틴과 과정에 집중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결국 우승으로 이어진다.”

한국 여자 골프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주니어 육성 프로그램부터 2부투어, KLPGA투어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2부투어의 환경과 경쟁력이 올라가면 한국 골프의 기초 체력도 단단해진다.”

골프는 대표적인 개인 스포츠로 알려져 있다. 두산건설 위브 골프단의 팀 분위기가 경기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겉으로 보기에는 개인이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종목이지만, 실제 프로 투어 생활은 혼자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매우 크다. 이동, 적응, 시즌 운영, 컨디션 관리 등에서 동료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선수는 에너지를 얻는다. 두산건설은 선수가 서로의 루틴과 준비 방식을 자연스럽게 공유하도록 했다. 특정 선수의 우승 경험과 과정은 곧 팀 전체의 자산이 되고, 이는 개인의 경기력으로 되돌아온다. 함께 훈련하며 성장하는 분위기가 유지될 때 팀의 평균 경기력은 분명하게상승한다.”

두산건설은 단순 후원이 아니라 한국 골프 문화 자체를 바꾸는 시도를 한다고 평가된다. 어떤 방향을 지향하고 있는가.

“두산건설은 ‘기업이 앞에 나서고 선수는 뒤에 서는 구조’를 지양한다. 대회에서도 브랜드 노출보다 관람 환경과 경기 집중도를 우선한다. 선수는 경기력으로 평가받고, 팬은 골프 그 자체를 즐기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또한 1부와 2부투어를 동일 코스에서 연결해 운영함으로써 성장 사다리를 실제로 작동시키고 있다. 이 구조는 단기 성과보다 한국 골프의 기초 체력을 강하게 하는 데 가치를 둔다. 장기적으로는 선수, 기업, 팬이 함께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형성하는 모델을 구축하려 한다.” 


민학수 스포츠전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