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부동산(CRE) 투자자는 전통적으로 △오피스 △산업 시설 △리테일 △아파트 등 네 가지 핵심 부동산 유형에 속하는 고품질 자산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왔다. 이러한 자산군은 임대 수익의 지속적인 성장과 자산 가치 상승, 낮은 변동성이라는 강점을 기반으로 안정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이 같은 핵심 자산 중심의 투자만으로도 충분히 목표 수익을 달성할 수 있었고, 위험 대비 수익률 기준으로 주식이나 국채보다 나은 성과를 내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데이터센터, 통신탑, 생명과학 연구 시설, 의료 인프라, 셀프 스토리지(창고), 임대용 단독주택, 노인 복지시설, 학생 기숙사 등 새로운 유형의 ‘대체 부동산(Alternative Property)’이 부상하면서 전통적 포트폴리오 구성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상업용 부동산 업계의 주요 리더가 은퇴 시기를 맞으면서, 차세대 리더는 새로운 시장 환경에 맞는 투자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딜로이트 금융서비스센터(Deloitte Center for Financial Services)는 향후 10년간 대체 부동산 자산 가치가 연평균 15% 증가해, 전체 상업용 부동산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약 40%에서 2034년에는 70%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상업용 부동산 투자 패러다임이 전통적 자산 중심에서 대체 자산 중심으로 근본적 전환을 맞이하게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대체 자산 최근 10년 평균 수익률, 전통 부동산 추월
대체 부동산의 성장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2000년 670억달러(약 98조원)에 불과했던 대체 부동산 자산 규모는 2024년 6000억달러(약 876조원)를 돌파하며 연평균 10%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대체 자산의 평균 수익률은 11.6%로, 전통적 부동산 유형의 6.2%를 크게 상회했다.
이 같은 흐름은 부동산투자신탁(리츠· REITs)이 주도했다. 리츠는 대체 자산 비중을 2000년 26%에서 2024년 50% 이상으로 확대하며 부동산 자산 다각화를 이끌었다. 반면 사모 부동산 시장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접근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부동산신탁협회(NCREIF)의 개방형 펀드 벤치마크인 ODCE(Open End Diversified Core Equity) 지수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일부 대체 자산 수요를 반영해 지수 구성에 포함했지만, 여전히 오피스, 산업 시설, 리테일, 아파트 등 핵심 자산이 총가치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금리와 공실률이 모두 높은 상황에서 핵심 부동산 자산은 구조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특히 가치 하락이 우려되는 노후 자산에 자본이 묶여 있어 투자 효율성이 낮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투자자는 대체 자산으로 전환을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자금 여력이 있는 사모펀드는 기존 리츠나 운영 플랫폼, 관련 자산을 직접 인수하며 시장 재편에 나서고 있다.
2022년에는 미국 내 4대 공공 학생 기숙사 운영사 중 마지막 남은 ‘아메리칸 캠퍼스 커뮤니티스(ACC·American Campus Com-munities)’가 민영화됐다. 그보다 앞서 그레이스타(Greystar)는 교육 시설, 학생 기숙사 전문 리츠인 EdR(Education Realty Trust)을, 해리슨 스트리트(Harrison Street)는 캠퍼스 크레스트(Campus Crest)를, ACC는 GMH 커뮤니티스(학생 기숙사 및 주택 커뮤니티 개발사)를 각각 인수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단기 트렌드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의 신호로 읽힌다. 인공지능(AI)과 5세대(5G) 통신 기술 발전으로 데이터센터와 통신 탑에 대한 투자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2040년까지 미국 내 75세 이상 인구가 4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노인 복지시설과 생명과학 연구 시설에 대한 수요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 주택 비용 부담으로 인해 셀프 스토리지와 고품질 조립식 주택 단지에 대한 투자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세대교체발 '포트폴리오 전환의 시대'
딜로이트의 2025년 상업용 부동산 조사에 따르면, 40세 이하 임원은 향후 가장 큰 투자 기회를 제공할 부동산 분야로 ‘대체 자산’을 꼽은 비율이 40세 이상 임원보다 약 10% 더 높았다. 상업용 부동산 리더의 약 60%가 향후 10년 내 은퇴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차세대 리더가 시장 주도권을 잡게 되면 대체 자산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이 한층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포트폴리오 내 자본을 핵심 자산에서 대체 자산으로 이동시키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리 고점 국면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탓에 대규모 전략 변경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5년 딜로이트 조사에서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리더의 90%가 “향후 부동산 거래, 대출, 펀더멘털이 개선될 것”이라고 응답한 만큼, 시장 안정세가 확인되면 자산 재배분이 빠르게 진행될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투자자 동향을 보면, 대체 자산 중에서도 ‘디지털 경제(데이터센터·통신 인프라)’와 ‘헬스케어’ 부문이 상업용 부동산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4년 말까지 액티브 자산운용사가 가장 활발히 자금을 재배분한 분야가 바로 이 두 부문이며, 2025년 조사에서도 디지털 경제 관련 자산이 ‘가장 유망한 투자 및 보유 자산군’ 2위로 꼽혔다.
대체 자산 전환 위해 전문성 갖춘 '합작 벤처' 필요
상업용 부동산 투자자와 소유주는 포트폴리오를 신흥 섹터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다음의 전략적 고려가 필요하다.
첫째, 적극적 운용과 경험 많은 파트너와 파트너십이다. 대체 자산은 산업 특성, 규제 환경, 운영 방식이 복잡하다. 따라서 전문성을 갖춘 파트너와 합작 벤처를 만들어 경험이 부족한 투자자도 성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 둘째, 지역별 수급 불균형 파악이다. 자산 가용성은 지역별로 상이하며 일부 지역은 자산 부족이나 규제 장벽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의 경우 에너지 공급과 비용이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셋째, 자산 배분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최근 대체 자산이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지만,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기보다 장기 성장성과 리스크 완화 관점에서 자산을 배분 해야 한다. 넷째, 대체 자산과 핵심 자산간 균형이다. 대체 자산 비중을 늘린다고 해서 기존 핵심 자산을 전면 배제할 필요는 없다. 핵심 자산과 대체 자산을 적절히 병행해 보유해야 변동성을 완화하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 대체 자산은 전통적 상업용 부동산의 중심이었던 핵심 자산에 비해 미성숙한 분야다. 이를 주류 자산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파트너·리더 간 협력이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