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AP연합·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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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MLB) 월드 시리즈에서 LA(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2023년 말 오타니 쇼헤이(大谷翔平)가 LA 다저스에 합류한 뒤 2024년과 2025년 연달아 월드 시리즈를 제패한 것이다. 

이번 MLB 포스트시즌 전체를 통틀어 단연 백미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4차전이었다. 이 경기에 투수 오타니(姓)는 6이닝 무실점 10탈삼진을 기록했고, 타자 쇼헤이(名)는 3타수 3안타 3홈런을 기록했다. 오픈AI의 채팅형 인공지능(AI) 챗GPT에 이 기록의 확률을 물어봤는데, 통계적으로 전무후무한 수준이라며 수백만 분의 1에서 수억분의 1 정도라고 했다. 

이선호 -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팀장, 감정평가사, 전 대림산업·노무라이화자산운용 근무
이선호 -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팀장, 감정평가사, 전 대림산업·노무라이화자산운용 근무

무엇이 이토록 위대한 선수를 만들었을까. 재능과 가치관, 습관, 인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터인데, 무엇을 하든 오타니의 생각과 행동을 본보기로 한다면 올바르고 행복한 삶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견지에서 오타니로부터 배우는 부동산 투자법을 고민해 봤다. 

투타 겸업의 공간 전략

프로야구의 세계에서 이도류(二刀流·투타 겸업을 이르는 일본식 표현)는 만화에나 나올 법한 얘기다. 오타니 역시 고교에서 프로로 입단할 때쯤, 투수에만 집중하려고 했다.

그러나 당시 홋카이도 닛폰햄 파이터즈의 구리야마 히데키(栗山英樹) 감독(현 닛폰햄 최고야구책임자)은 탁월한 안목으로, 야구계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타니의 투타 겸업을 지지하며 성장시켰다. 결국, 일본에서 갈고닦은 투타 실력은 MLB에서도 대성공을 거뒀고, 오타니는 LA 다저스와 10년 7억달러(약 1조200억원)라는 프로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의 자유계약(FA) 대박을 터뜨린다. 

이를 부동산에 적용하면, 오타니의 투타 겸업은 복합적이고, 유연한 공간 활용 전략을 통해 공간 효용성을 최대한 끌어올린 사례로 볼 수 있다. 1회 초는 투수, 1회 말은 타자를 하듯 부동산 공간을 밤낮을 달리해 ‘카페(주간)+호프·바(야간)’ 조합이나, ‘주차장(주간)+야외 극장, 마켓(야간)’ ‘서점(주간)+ 숙박(야간)’ 등으로 공간 효용성을 높일 수 있다. 또 평일과 주말을 달리해 ‘촬영 스튜디오(평일)+웨딩, 돌잔치(주말)’나 ‘카페(평일)+파티룸, 팝업 스토어(주말)’로 일주일 내내 안정적인 매출을 창출하기도 한다. 때로는 계절도 고려할 수 있는데, 같은 공간을 ‘워터파크(여름)+스케이트, 눈썰매장(겨울)’이나 ‘루프탑 라운지(여름)+온실 카페(겨울)’ 등으로 변신할 수 있다. 

방어의 투수, 공격의 타자처럼 임대(방어형 자산)와 개발(공격형 자산)을 모두 도모할 부동산에 적용하는 일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오래된 대단지 소형 아파트를 매입해 월세를 장기간 받다가, 재건축 시기가 도래하면 땅값이 오르는 개발형 자산으로 전환하는 식이다. 빌딩도 유사하게 적용할 수 있는데, 통임대 노후 빌딩을 매입한 뒤 임대 운영하다가 임대 만기 시점에 세입자와 협의해 임대료를 상향해 계약 기간을 연장하거나, 임차인이 퇴거할 경우 명도에 힘들이지 않고, 인허가를 받은 후 개발하는 방법이 있다. 2025년 시행하고 있는 서울시 소규모 건축물 용적률 한시적 완화 제도를 이용하면 개발 자산으로서 매력을 높일 수 있기도 하다.

흔들리지 않는 투자 기준과 실행력

오타니에게 영향을 준 은사로는 앞서 닛폰햄의 구리야마 감독이 있고, 이와 더불어 고교 시절(하나마키히가시고교)의 사사키 히로시(佐々木宏) 감독이 있다. 사사키 감독은 고교 1년생인 오타니에게 인생 목표와 이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짤 수 있게 ‘만다라 차트’를 전수했다. 만다라 차트는 일본 경영 컨설턴트 마쓰무라 야스오가 개발한 사고 기법으로,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체계적인 실행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다. 

당시 오타니는 드래프트(프로 지명) 1순위를 따내기 위해 최종 목표를 수립하고, 몸만들기·스피드·컨트롤·멘털 등 8가지 세부 목표와 각각의 실행 계획 8개를 적은 만다라 차트를 작성하고, 그에 따라 야구 실력을 키웠다. 2012년 일본 프로야구(NPB) 신인 드래프트에서 8개 구단이 오타니를 1 순위로 지명했으며, 이후 그는 MLB 진출과 월드 시리즈 두 번 우승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목표를 세워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오타니가 이렇게 목표를 세우고 이뤄낸 근저에는 그만의 독서법과 철저한 습관 형성이 있다. 오타니는 자기 계발서와 스포츠 과학, 음식 관련 서적을 즐겨 읽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 분야에서 수십 권을 섭렵해 여러 관점을 비교하고, 자기만의 기준을 세운 뒤, 매일 실천해 습관이 되게 한다. 결국 그가 확신을 가지고 목표를 수립한 뒤 실행 계획을 짤 수 있는 건, 사실 자신를 잘 성찰하고, 자기가 좋아하면서 가장 잘 맞는 건강 단련법과 가치관 등을 올바르게 정립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도 마찬가지다. 본인의 투자 기준을 정립하고, 매일 실행할 수 있는 습관이 배게 해야 한다. 책을 익히는 것뿐만 아니라, 전문가·인플루언서·자산가의 실패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본인의 투자 원칙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그 원칙에 맞는 일상의 작은 실천을 축적해 나가야 자신 있게 실전 투자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평소 현장 조사, 매물 동향 체크, 시세 분석, 정책과 법제 모니터링, 세금 공부 습관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만 무분별한 정보가 나만의 투자 기준으로 걸러져 내가 이해하고, 확신할 수 있는 지식으로 변환될 것이다. 또 이런 지식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투자 실행에 나설 수 있다. 

오타니가 쓰레기를 줍듯, 투자자는 사람을 줍는다

오타니의 훌륭한 인성은 어린 시절 부모의 가르침에 바탕을 두지만, MLB에 와서도 여전히 좋은 모습을 보인다. 평정심과 절제된 언행, 예의 바름과 배려의 모습을 자주 보이는데, 볼보이와 친구처럼 웃으며 대화하고 심판 이름을 부르며 인사한다. 또 상대 선수의 유니폼에 묻은 흙을 털어주는가 하면, 경기 전 쓰레기를 줍는다. 오타니는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선수로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National Baseball Hall of Fame and Mu-seum)에 이미 예약된 듯하다. 대면 활동이 기본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투자 활동도 사람을 만나 관계를 맺고 협의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밖에 없다. 특히 각기 다른 부동산의 개별 특성으로 매매·임대차 과정에서 당사자 간 이해관계 충돌이 빈번하고, 각 분야 전문가(금융·세무·법률·중개·평가 등)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많다. 원만한계약 체결이나 전문가의 진정성 있는 의견을 듣기 위해서는 평소에 그들과 진실한 관계를 맺어놔야 한다. 예컨대 개발이나 매매를 위한 임차인 퇴거 협조나 인접 부동산 소유자의 인허가 협조라든지, 다주택자 양도 순서에 따른 세금 절감이라든지 그들로부터 도움받을 일이 생각보다 많다. 혹시 아는가. 부동산 현장 답사 가서 쓰레기를 줍다가 관리인이 그 건물의 숨겨진 하자를 알려줄지.

이선호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