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엔개발계획(UNDP) 인간개발보고서(Human Development Report)는 선진국과 비교해 신흥 경제국 국민이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신기술에 더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조사를 발표했다. 2024년 11월~2025년 1월 세계 21개국 2만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설문 조사에서 신흥 경제국 응답자의 3분의 2가 “향후 1년 내 교육·건강·일(노동) 영역에서 AI가 일자리, 생산성, 서비스 접근성을 개선할 것”이라고 답했다.
신흥 경제국은 고소득 선진국과 저소득 개발도상국 사이에 있는 중간 소득 국가로, 빠른 경제성장과 산업화·시장 개방을 거치며 경제구조와 제도를 전환하고 있는 국가다. 대표적으로 인도·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 나이지리아·이집트·남아프리카공화국·케냐 등 아프리카 국가, 브라질·멕시코· 칠레 등 라틴아메리카 국가가 포함된다.
반면, 선진국에서는 AI의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더 두드러졌다. 절반이 넘는 선진국 소속 응답자들은 AI 도입이 자동화와 대체로 이어져 노동시장 혼란과 일자리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선진국에서는 일자리 감소나 노동시장 혼란 같은 우려가 중심이지만, 신흥국에서는 오히려 AI를 통해 경제 다각화와 삶의 접근성 개선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실제로 카자흐스탄 등 신흥 경제국이 기존 자원 산업 중심 경제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격적으로 AI 정책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2024년 ‘AI 발전 콘셉트(2024~2029)’를 채택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 AI 플랫폼(Na-tional AI Platform)을 출범시켰다. 중앙 집중형 데이터·연산 인프라를 구축해 공공기관과 기업이 AI 서비스를 시험·도입하도록 지원하고 정부 부처 전반에 걸쳐 AI 활용을 추진 중이다. 정부 포털의 AI 챗봇(eGov AI)이 수백만 건의 민원을 처리하고 전자 청원 시스템에 도입된 AI가 대량 민원을 분류하는 등 행정·시민 서비스 영역에서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필자는 “미국·중국 등 대규모 AI 인프라를 보유한 국가뿐만 아니라, 오픈 소스 모델과 데이터 인프라 확산 덕분에 신흥 경제국도 맞춤형 AI 솔루션을 신속하게 도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이를 통해 금융, 행정, 교육,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비스 접근성과 포용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그는 이어 “인도의 통합결제인터페이스(UPI) 사례와 같이 AI는 금융뿐 아니라 의료·학습 지원까지 광범위하게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며 “AI가 내수 시장 혁신, 기업 생산성 개선, 인적 자본 축적 등 질적 도약의 기회가 되는 만큼, 신흥 경제국이 AI를 활용해 성장의 질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AI 산업의 최전선에는 미국과 중국이 서 있다. 이들은 막대한 자본과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갖춘 국가다. 대규모 모델을 직접 설계하고 학습하는 데는 엄청난 비용과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AI 혁명은 모델 구축에만 국한되지않는다. 이미 공개된 모델을 특정 나라·산업· 기업의 상황에 맞게 활용하고 필요한 기능을 미세 조정해 배포하는 활동 역시 AI 가치 사슬의 핵심이다. 이 단계는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 하고, ① 오픈 소스 모델의 확산 덕분에 진입 장벽도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신흥 경제국도 자체적인 거대 언어 모델(LLM)이 없어도, 일정 수준의 데이터 인프라만 갖추면 AI를 통해 금융 포용, 행정 효율화, 교육·의료 서비스 개선에 즉시 AI를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기본 인프라가 전제돼야 한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 광범위한 모바일 인터넷 보급, 합리적인 데이터 요금제가 필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이동성과 신뢰 확보’다. AI 서비스는 개인과 기업의 금융 거래, 교육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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