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돈의 가치 속에서 부를 지켜라
인플레이션의 습격
마크 블라이스, 니콜로 프라카롤리│서정아 옮김│21세기북스│2만2000원│ 352쪽│11월 21일 발행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밥상 물가’가 압박을 받고 있다. 맥도날드 메뉴의 평균 가격은 2019~2024년 5년 사이에 40% 올랐다. 그런데 월급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4%를 기록하며 1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2.6%)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6∼7월 2%대를 기록했다가 8월 1.7%로 떨어진 후 9월에 2.1%로 반등했다. 하지만 월급보다 물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도 손해를 보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누군가는 돈을 번다. 인플레이션이 어떤 이에게는 기회이고 어떤 이에게는 위기로 다가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정치경제학자 마크 블라이스와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 니콜로 프라카롤리는 책에서 인플레이션이 단순한 물가 상승이 아니라 권력과 분배를 둘러싼 정치 문제임을 역설한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가격 통제 정책, 헝가리 실패하고 스페인은 성공한 이유

최근 인플레이션 현상은 2020년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띤다. 예컨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 인플레이션은 통화량이 과도하게 늘어나 생긴 현상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에 기준금리 인상으로 수요를 억누르는 정책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제어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저자들은 이와 관련해 과거와는 다른 ‘인플레이션 2.0 시대’가 도래한 것으로 본다. 그 과정에서 하이퍼인플레이션의 실체를 역사적 사례로 검증하며 불필요한 공포를 걷어내고 왜 경제학자들이 이번 인플레이션을 예측하지 못했는지를 1970년대 경제학의 ‘정착된 역사’를 통해 추적한다. 1980년대 이후 40년간 세계는 저물가·저금리·저성장의 시대를 살았다. 세계화와 기술 발전은 물가를 안정시켰고, 인플레이션은 과거의 유물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나타난 인플레이션은 통화량 증가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그보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재편, 노동시장 변화, 지정학적 갈등 등 복잡하게 얽힌 구조적 전환의 징후로 보는 것이 맞다. 

저자들은 통화 중심 접근의 한계를 지적한다. 가격 통제 시도는 여러 국가에서 있었다. 예를 들어 헝가리는 2022년 7월 근원 인플레이션율이 17%를 넘어서면서 2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대응책으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식품, 연료, 에너지 요금에 가격 상한제를 도입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경제학자들의 경고대로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정부는 가격 통제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스페인에서는 정부가 주택 임대료와 난방용 가스 가격에 상한선을 도입했다. 임대료의 경우에는 2022년 기준, 2% 이상 올릴 수 없도록 제한했고, 나아가 민간 기업 이익률에 상한선을 설정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현재 스페인은 헝가리와 달리 낮은 인플레이션을 기록 중이다. 차이를 만든 건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였다. 헝가리는 에너지 소비가 가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스페인보다 크다. 저자들은 “두 나라 정책 성과 차이가 전적으로 스페인의 현명한 통제와 헝가리의 어리석은 통제라고 볼 수만은 없다”면서 “가격 통제 효과는 그 나라의 거시 경제정책 조합, 소득수준을 비롯한 다양한 요인에서 좌우될 수 있다”고 봤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한 가지 전술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물가를 낮추고자 경기 침체를 유도하는 기준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 고통을 약자에게 전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30년 동안 이어진 저(低)인플레이션 시대는 끝났다. 저자들은 미래가 어떻게 전개되든, 인플레이션이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그것을 이용하지 못하면 어떤 식으로든 이용당하는 쪽이 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인플레이션은 모두를 패자로 만드는 것은 아니며, 누군가는 반드시 승자가 되기 때문이다. 달라진 시대와 부합하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새로운 교본이다.

모든 자본은 AI를 향하고 있다
최재붕의 글로벌 AI 트렌드
최재붕│쌤앤파커스│1만8500원│248쪽│11월 19일 발행

미·중 인공지능(AI)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의 ‘AI 3강’ 진입 가능성을 진단한다. AI 산업의 본질은 자본과 권력의 재편에 있다. 책은 엔비디아가 옵티머스와 코스모스를 앞세워 로봇 시대의 표준을 장악하려는 독점 전략, TSMC와 승부에 나선 삼성의 반도체 공급망 전쟁 등을 통해 AI 자본주의의 새로운 좌표를 제시한다. 한국이 AI 시대에 주도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근거도 제시한다.

평생 공부머리를 결정짓는 뇌 성장 수업
공부 뇌는 만들어진다
노규식│웅진지식하우스│1만9000원│284쪽│11월 10일 발행

미·중 인공지능(AI)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의 ‘AI 3강’ 진입 가능성을 진단한다. AI 산업의 본질은 자본과 권력의 재편에 있다. 책은 엔비디아가 옵티머스와 코스모스를 앞세워 로봇 시대의 표준을 장악하려는 독점 전략, TSMC와 승부에 나선 삼성의 반도체 공급망 전쟁 등을 통해 AI 자본주의의 새로운 좌표를 제시한다. 한국이 AI 시대에 주도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근거도 제시한다.

카미노에 새겨진 도시와 건축 이야기
길 위의 건축가들
신만석│미다스북스│ 2만9000원│376쪽│11월 6일 발행

40여 년 건축 설계를 해온 저자가 배낭을 메고 길 위에서 만난 것을 기록했다. 건축가는 공간을 설계하지만, 그 공간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건 사람이다. 책은 저자가 스페인 북부 순례길 ‘카미노 데 산티아고(카미노)’를 다니며 기록한 인문 건축 기행서다. 카미노를 따라 바스크의 문턱 엉다이·이룬에서 출발해 대서양 항구도시를 건축가의 눈으로 읽고, 순례자의 발로 이해한다.

너와 내가 동등하게 만나기 위한 정치학
거짓말 게임
조무원│민음사│1만8000원│232쪽│11월 7일 발행

인간은 과시하는 존재다. 과시의 전쟁터에서 우리가 얼굴을 맞대고 살아갈 수 있는 건 우리 모두 가면을 쓴 존재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젊은 정치학자인 저자는 트럼프식 정치 발언과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헌법재판소의 판결 등 정치 이슈를 면밀히 분석했고, 오늘날 정치의 위기가 ‘실패로 끝난 자기 과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당신 안에 있는 위대한 지성을 깨워라
고유지능
앵거스 플레처│김효정 옮김│인플루엔셜│2만1000원│392쪽│10월 29일 발행

AI가 무수히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시대가 왔지만 사람은 여전히 결정을 두려워하고, 때로 방향을 잃는다. 인지과학자인 저자는 그 원인을 인간이 사용해온 또 하나의 지능인 ‘고유지능’에서 찾는다. 원시시대부터 인간이 생존을 위해 길러온 원천적 사고 능력이다. 책은 고유지능이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삶의 중요한 선택 앞에 선 사람에게 실질적 도구가 된다.

지속 가능한 조직을 구축하는 청사진
신뢰의 일곱 가지 규칙(The Seven Rules of Trust: A Blueprint for Building Things That Last)
지미 웨일스, 댄 가드너│크라운 커런시│30달러│240쪽│10월 28일 발행

위키피디아 창업자인 지미 웨일스와 언론인 출신 작가인 댄 가드너가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구축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위키피디아가 세계 최대 지식 인프라로 자리 잡은 배경을 ‘신뢰의 규칙’에서 찾는다. 익명의 참여자가 어떻게 타인의 기여로 구축한 정보를 훼손하지 않고, 예의를 지키며, 공동 목표에 헌신할 수 있었는지 그 기반이 된 구조를 사회적인 맥락과 함께 풀어낸다.  

장윤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