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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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6일 오후 홍콩 북부 타이포(大埔) 지역의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건물이 불길과 연기에 휩싸였다. 한 남성이 건물에 자기 아내가 갇혀 있다며 구조를 호소하고 있다(큰 사진). 홍콩 당국은 11월 28일 현재, 이번 화재로 최소 83명이 사망했으며, 병원으로 옮겨진 부상자 76명 중 12명이 위중하다고 밝혔다. 실종자 수는 당초 200여명으로 추정됐으나, 수색·구조 작업이 완료되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화재 발생 이후 소재 파악이 안 된 인원이 많고 고층 건물에서 탈출하지 못한 주민이 있어 인명 피해는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화재는 홍콩에서 17년 만에 발생한 5급 대형 화재이자,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 두 번째 초대형 화재로 기록됐다. 홍콩에서 5급 대형 화재가 발생한건 4명이 사망하고 55명이 다친 2008년 몽콕 나이트클럽 화재 이후 처음이다. 

/사진1 블룸버그, 사진2 AFP연합
/사진1 블룸버그, 사진2 AFP연합

화재가 발생한 곳은 1983년에 지어진 노후 아파트 단지로, 31층짜리 건물 8개 동으로 이뤄졌다. 2000가구, 4800여 명이 거주하고, 대부분 중·저소득층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화재는 11월 26일 오후 2시 52분(현지시각) 발생했다. 불은 8개 동 가운데 7개 동으로 번졌고, 소방 당국은 관광버스를 투입해 주민을 대피시키는 한편, 인근 도로를 통제하고 소방차 128대와 구급차 57대를 배치해 진화에 나섰다(사진 1). 인근 학교 건물 등은 임시 대피소로 개방돼, 약 900명이 수용됐다. 임시 대피소 입구에 긴급 구호품이 쌓여있다(사진 2). 

홍콩 행정 수반인 존 리 행정 장관은 11월 27일 새벽 “현장의 화재는 통제됐다”면서 “화재를 진압하고 갇힌 주민을 구조하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했다.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는 1년 넘게 대규모 보수 공사 중이라 여러 건물에 비계(鷹架)가 설치돼 있었다. 외벽에 설치된 대나무 비계와 공사용 안전망으로 불이 번지면서 대형 불기둥이 치솟았다. 홍콩 정부는 올해 초 안전 문제로 공공사업에서 대나무 비계 사용 금지를 단계적으로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일부 주민은 “화재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았다면서 한밤중이었다면 피해가 더 컸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홍콩 경찰은 11월 27일 새벽 아파트 공사를 맡은 건설사 이사 2명과 엔지니어링 컨설턴트 1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했다. 건물 보수 작업에서 창문을 밀봉하기 위해 사용한 보호망, 필름, 스티로폼 소재가 관련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화재가 급속도로 확산했을 수 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이용성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