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이 하나 달린 전설 속 동물이 유니콘(unicorn)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4794원)를 넘는 스타트업을 일컫는 ‘유니콘’은 희귀하고 경이로운 존재였다. 그러나 인공지능(AI) 혁명 시대의 경제 발전 속도는 우리의 상상력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뿔이 10개 달린 ‘데카콘(Decacorn·100억달러)’이 등장하더니 1000억달러(약148조원)의 ‘헥토콘(Hectocorn)’을 거쳐서 이제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같은 빅테크가 1조달러(약 1479조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킬로콘(Kilocorn)’ 시대를 열었다.머리에 달린 뿔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거대 기업의 폭발적 진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제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업가치 10조달러(약 1경4790조원)에 달하는 ‘미리아콘(Myriacorn)’의 탄생을 바라보고 있다. 10조달러는 어지간한 선진국의 GDP (국내총생산)를 합친 것보다 큰 규모다.
도대체 무엇이 기업을 국가보다 더 거대한 존재로 만들고 있는가. 해답은 바로 AI와 ‘무한 협업’을 통한 초융합에 있다.
여기에 ‘초융합’이라는 날개가 더해진다. 이제 단일 산업만으로는 미리아콘이 될 수 없다. 자동차 회사가 에너지 기업이 되고, 검색 회사가 바이오 기업이 되며, 유통 회사가 우주산업에 뛰어든다.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지점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무한 협업이다.
과거의 경쟁자와 손을 잡고, 이종 산업과 데이터를 공유하며, 국경을 넘어 기술을 섞는다. 내 기술, 내 영토만 고집해서는 이 거대한 융합의 파도에 올라탈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조만간 등장할 미리아콘은 특정 물건을 파는 회사가 아니다. AI를 두뇌로, 무한 협업을 신경망 삼아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는 ‘플랫폼 그 자체’가 될 것이다. 인류의 수명을 연장하고, 기후 위기를 해결하며, 우주로 생활권을 확장하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이들 미리아콘에 의해 주도될 가능성이 크다.
유니콘을 꿈꾸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제 인류는 ‘AI와 협업’이라는 강력한 엔진을 장착하고 킬로콘을 넘어 미리아콘을 향해 질주하는 초거대 기업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자본의 팽창이 아니다. 문명 시스템이 ‘국가 중심’에서 ‘초거대 기업과 기술 중심’으로 재편되는 거대한 변곡점이다. 우리는 이 거인들과 어떻게 공존하고 협업할 것인가. 이것이 미리아콘 시대를 맞이한 우리에게 던져진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최근 테슬라 이사회가 일론 머스크에게 10년 후 1조달러를 주는 대규모 성과 보상안을 의결했다. 우리 돈으로 1400조원이 넘는 금액이다. 경제 전문가도 상상하지 못한 거액이다. 일반인은 동그라미가 몇 개 붙는지조차 헷갈릴 정도다. 1,400,000,000,000,000원.
이 돈은 봉급으로 주는 보수가 아니라, 경영 성과가 달성될 때 지급되는 성과 보상금이다. 머스크는 성과 달성에 자신만만하다. 10년 후면 미리아콘이 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제 매년 10%씩 성장하는 기업은 결국 도태될 것이다. 매년 두 배, 세 배, 열 배로 커지는 ‘X경영’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X는 곱하기 부호이자, 협업 부호다. 어떤 기업이든 AI 혁명과 함께 도래한 신경영에 필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최고경영자(CEO)가 뿔이 몇 개 달린 동물을 꿈꾸고 있는지를 보면, 그 기업의 운명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