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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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생성 AI(Generative AI) 챗GPT가 등장한 이래, 전 세계 자본시장은 ‘인공지능(AI)’이라는 단어 하나에 요동치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는 천장을 모르고 치솟고, 빅테크는 분기당 수백조원 단위의 자본 지출 경쟁을 벌인다. 1880년대 미국 철도 투자 붐 이후 최대 규모라는 천문학적 머니 게임 속에서, 경영자의 마음은 급하다. ‘우리도 당장 뭐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기회를 놓치거나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증후군이 기업 현장을 지배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냉정히 돌아보자. 숨 쉴 틈 없이 쏟아지는 AI 신제품과 장밋빛 뉴스 뒤편에는 ‘AI 거품’에 대한 자본시장의 우려가 공존한다. 더 성능 좋은 모델을 만들기 위해 연 400%씩 사이즈를 키우는 치킨게임 속에서 기업의 현금은 말라가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은 이제 AI의 효용과 한계에 대해 현실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물론 AI는 진화했다. 초기 ‘확률적 앵무새’ 라는 비아냥을 듣던 생성 AI는 이제 ‘생각의 사슬’을 통해 스스로 오류를 검증하는 추론 능력을 갖추며 ‘사색가’로 변모하고 있다. 지식 검색을 넘어 복잡한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에이전트(agent)’로 진화도 눈앞에 와 있다. 

이병태 - 카이스트 경영대 명예교수 겸 컨슈머워치 공동대표, 서울대 산업공학,
카이스트 경영과학 석사, 미 텍사스대 경영학 박사
이병태 - 카이스트 경영대 명예교수 겸 컨슈머워치 공동대표, 서울대 산업공학, 카이스트 경영과학 석사, 미 텍사스대 경영학 박사
그러나 이 진화가 곧 인간 지능을 넘어서는 ‘초지능(super intelligence)’이나 ‘인공 일반 지능(AGI)’의 도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환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그럴듯한 거짓말을 태연하게 하는 AI를 기업 핵심 업무에 전면적으로 도입하기란 어렵다. AGI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인 장기 기억, 자율적 목표 설정, 자기 수정 능력 등은 아직 초보 단계다. 업계가 AGI 대신 ‘AI 에이전트’나 ‘피지컬 AI(Physi-cal AI·자율주행차나 로봇 등 물리적 형태가 있는 AI)’로 유행어를 바꾸며 응용 분야로 눈을 돌린 것은 이러한 기술적 한계를 자인한 셈이다.

실제 기업 성적표는 냉혹하다.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핵심 업무 프로세스에 AI가 도입된 비율은 6%에 불과하다. 맥킨지 역시 생성 AI를 도입한 기업 80% 이상이 실질적인 재무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지적했다. 딥러닝 기반의 AI는 상관관계는 잘 찾지만, 인과관계 설명에는 취약하며, 학습 범위를 벗어난 새로운 현상은 예측하지 못한다.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경영 환경에서 예측 정확도나 오류 확률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도구를 전적으로 신뢰할 경영자는 많지 않다.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AI 에이전트와 피지컬 AI 역시 갈 길이 멀다. 업무를 잘게 쪼개 여러 에이전트에 맡긴다는 구상은 그들 간충돌과 조합의 복잡성 탓에 ‘일관 프로세스’ 를 대체하기 어렵다.

피지컬 AI는 AI의 비약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물리적 부문의 한계로 인해 진전은 매우 더딜 것이다. 테슬라의 자율주행차처럼 물리적 부문의 재설계를 최소화할 시 피지컬 AI 도입이 쉽지만, 구글처럼 자동차에 라이다(LIDAR) 센서를 대거 달아야 하는 경우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처럼 유연한 손발을 만들어야 하는 경우는 물리적 컴포넌트의 원가와 기술 요인이 발목을 잡는다. 

엔비디아의 축제가 곧 당신 회사의 축제는 아니다. AI 성능은 분명 향상되고 있고 적용 영역도 점진적으로 넓어지겠지만, 지금 업계가 외치는 ‘혁명’은 단기간에 완성될 수 없다.그것이 경영학 그루인 피터 드러커가 ‘불연속의 시대’라는 책에서 밝힌 역사적 경험이다. 지금 경영자에게 필요한 것은 조급함이 아닌 평정심이다. 기술의 현주소를 직시하고, 우리 기업의 고유 업무와 AI 기술 간 적합성을 꼼꼼히 따져가는 ‘점진적 실험’의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명예교수 겸 컨슈머워치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