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설명) 황금철 교수가 자체 개발한 골프공 엠텔리를 보여주고 있다. 공의 절단면은 중심이 정교하게 맞는 공의 단면을 보여준다. /사진 민학수
지름 4.3㎝, 무게 45g의 골프공은 지구와 닮았다. 지구가 핵·맨틀·지각으로 구성되듯, 현대 골프공도 에너지를 저장하는 코어와 탄성을 조절하는 중간층 그리고 스핀과 내구성을 담당하는 커버라는 3층 구조가 기본이다. 스윙의 힘은 코어에서 압축·팽창되고, 중간층과 커버의 딤플을 지나 공기 흐름 속에서 하나의 탄도와 회전으로 완성된다. 이 층이 정확히 중심을 공유해야 제조사가 설계한이상적인 구질이 나온다.
하지만 어느 한 겹이라도 중심에서 벗어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레이어가 한쪽으로 치우치면 무게중심이 틀어지고, 공은 자이로가 흔들린 팽이처럼 미세하게 떨리며 회전한다. 같은 스윙이라도 예기치 않은 휘어짐과 거리 손실이 생기는 이유다. 더구나 공이 OB나 해저드로 사라지면 원인을 확인할 방법이 없어 대부분은 ‘내 스윙 탓’으로 결론이 난다.
이 보이지 않는 영역을 정면으로 파고든 사람이 있다.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황금철 교수. 군사용 레이다와 통신 장비를 연구해 온 전자파 응용기기 전문가로, 자연스럽게 비파괴 검사 기술에도 관심이 깊었다. 그러던 중 2010년대 말 세계적 브랜드의 골프공에서 심각한 편심(偏心)이 발견됐다는 기사를 접하며 “전자파로 내부 구조를 정량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떠올렸다. 편심이란 물체의 중심이 한쪽으로 치우친 상태를 말한다.
엠텔리는 남녀 투어 선수가 사용하는 시합용 골프공을 검사해 10만 개가 넘는 실제 데이터를 축적했다. 브랜드별·공장별 편심 경향까지 파악할 수 있을 만큼 데이터 폭도 넓어졌다. 이 데이터는 ‘세계 상위 10% 균일도’ 를 목표로 한 자체 브랜드 공 생산으로 이어졌고, 제조 단계에서부터 편심을 차단할 수 있는 대량 자동 검사 장비 개발로 확장됐다.
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 R&A는 10개 항목으로 공인구를 검사하지만, 내부 균일도는 평가하지 않는다. 미국의 한 브랜드 조사에 따르면, 1㎜의 편심만 있어도 12m 거리 어프로치에서 좌우 편차가 두 배 이상 늘어난다고 한다. 쇼트 게임에서 시작된 문제는 아이언, 드라이버로 갈수록 더 커지고, 그린을 제외하곤 공을 만질 수 없다는 규칙을 고려하면 ‘공 자체의 일관성’은 곧 ‘스코어의 기반’이 된다.
황 교수는 10년 전 골프를 시작해 언더파를 치는 실력자가 됐다. 한 번 관심을 가지면 무섭게 파고드는 성격 덕분이다. 용평CC에서 기록한 3언더파가 ‘라베(Life Best Score)’ 이고, KLPGA 대회가 열리는 베어즈베스트 청라의 대회 코스에서도 1언더파를 기록했다. 그는 “클럽에 맞고 날아가는 공을 볼 때마다 ‘정말 내가 친 대로 날아가는 걸까’라는 의문이 떠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2 골프공을 잘라보면 오른쪽처럼 공의 코어나 맨틀 두께가 균일하지 않은 편심볼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민학수
나에게 맞는 골프공을 어떻게 고르면 되나. 볼 피팅이 필요한가.
“2피스 볼은 설린 커버 특성상 스핀양이 적고 공의 구름이 많아 핀이 그린 앞쪽에 꽂혀 있을 때 공략이 어렵다. 안정적인 스코어를 위해선 우레탄 커버의 3피스 이상을 쓰는 것이 더 유리하다. 다만 피스 수보다 중요한 건 한 모델을 꾸준히 사용하며 스핀·탄도·런의 패턴을 몸으로 익히는 일관성이다. 타이거 우즈가 ‘공을 바꾸면 모든 클럽을 다시 익혀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골프공의 선택은 일관성에 절대적이다. 과거 스윙공 스피드 기반 볼 피팅이 유행했지만, 최근 우레탄 공은 대부분 85 이상 경도로 설계돼 웬만한 스피드에서는 비거리 차이가 거의 없다. 관건은 공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 공의 특성을 정확히 아는 것이다.”
2피스·3피스·4피스·5피스 공, 각각 어떻게 다른가.
“2피스는 폴리부타디엔 코어와 설린 커버로 구성된 단순 구조로, 스핀이 적지만 가격이 저렴하다. 3피스 이상은 우레탄 커버와 설린계 맨틀층을 사용해 스핀 컨트롤이 뛰어나고 롱 게임에서 과도한 백스핀을 줄여준다. 3~5피스 간 비거리 차이는 크지 않으며, 피스 수에 따라 타구감과 탄도가 달라지므로 자신의 샷 스타일에 맞춰 선택하면 된다.”
USGA는 2028년부터 골프공의 비거리 제한 규정을 실시한다. 골프공의 미래는 어떻게 달라질까.
“지난 20여 년간 우레탄 커버, 딤플 설계, 반발계수 향상으로 골프공 성능은 꾸준히 발전해 왔다. 공인구라 해도 브랜드·모델별로 스핀·탄도·비거리가 다르고, 규정 안에서 ‘더 멀리 가는 공’이 등장하면 형평성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 이런 배경에서 USGA가 비거리 제한 규정을 확정했고 2028년 1월 1일부터 엘리트 선수들에 대해 규제를 한다. 하지만 같은 브랜드의 같은 모델 공이라도 공의 내부 구조는 다를 수 있다. 이러면 비거리 차이도 생기게 된다. 공인구와 비공인구를 실제 대회에서 어떻게 식별할 것인지는 여전히 기술적 과제다. 결국 공의 외형만으로 성능을 판단할 수 없기에, 앞으로는 내부 구조와 편심 여부를 정확히 측정하는 기술이 공정성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비거리 규제가 시행되면 일반 아마추어는 오히려 비공인 장타구를 선호할 가능성도 크다.”
프로 선수에게 맞는 골프공은 무엇인가. 협업 과정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면.
“선수에게 중요한 건 단순 온그린이 아니라 버디를 노릴 수 있는 곳, 핀에 가깝게 공을세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예측 가능하고 편심이 최소화된 공이 필수다. 우리는 2023년부터 투어 선수의 공을 검사·선별해 제공하고 있으며 KLPGA·KPGA뿐 아니라 해외 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도 활용한다.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 선수가 이 서비스를 ‘대외비로 해달라’고 요청한다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한 투어에서 좋은 공을 어떻게 골라내는지 자체가 전략이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비전과 경쟁력을 어떻게 보나.
“엠텔리는 골프공 내부 편심을 전자파로 정량 측정하는 독보적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미국·유럽·일본·중국·대만에 관련 특허를 등록했다. 브랜드별로 편심볼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 않은 과제다.이 기술은 완제품뿐 아니라 제조 과정의 코어·맨틀 단계에서도 균일도를 검사할 수 있어 편심볼을 생산 단계에서 차단할 수 있다. 자체 브랜드 공은 모든 제품을 볼사이트로 검사해 기준 이하만 선별하기 때문에 가격이 다소 높지만, 내년부터는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가격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이 기술을 글로벌 제조사에 보급해 골프공 품질 관리의 새로운 표준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