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록 올림픽'이라 불리는 국제기록관리협의회(ICA) 총회가 10월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인터내셔널컨벤션센터(CCIB)에서 열렸다. 전 세계 100여 개국 이상의 국가기록원 관계자와 민간 기록 전문가 등 2000여 명이 참가했다. /사진 ICA
'세계 기록 올림픽'이라 불리는 국제기록관리협의회(ICA) 총회가 10월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인터내셔널컨벤션센터(CCIB)에서 열렸다. 전 세계 100여 개국 이상의 국가기록원 관계자와 민간 기록 전문가 등 2000여 명이 참가했다. /사진 ICA

“인공지능(AI)을 적용한 ‘디지털 아카이브(Digital Archive·디지털 기록 보관)’는 세계 기록 보존·관리 산업의 새로운 성장 기회다. 하지만 에너지 사용 증가로 인한 환경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미래 지속 가능한 ‘그린 아카이빙(청정 기록 보관)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 10월 28일(이하 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인터내셔널컨벤션센터(CCIB)에서 열린 ‘국제기록관리협의회(ICA) 바르셀로나 2025’ 총회 현장. 세계 각국의 국가기록원과 문화부 관계자, 기록 전문가 등 2000여 명이 바르셀로나 ICA 총회에 모였다.

‘세계 기록 올림픽’이라 불리는 ICA는 기록 관리 분야 세계 최대 규모의 행사이자 유네스코 산하 3대 문화총회 중 하나다. 1948년에 설립된 ICA는 4년마다 총회를 연다. 올해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과거를 알고 미래를 창조한다’를 주제로 열렸다. 개회식에서 조세 커프스 ICA 회장은 “우리 사회가 기록되고 보존되지 않는다면, 정의와 민주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기록 보관은 지구 공동체의 창의성과 다양성 그리고 민주 사회 신뢰의 기반이 된다”고 말했다. 스페인 카탈루냐주 정부의 조르디 마르티 문화부 대표는 “기억을 보존하는 방식은 우리의 집단 정체성을 정의할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기후 위기 속 ‘그린 아카이빙’ 화두 부상

올해 ICA 총회에는 북미, 유럽,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등 100여 개국 이상의 정부 국가기록원 담당자와 세계 기록 관리 기업 관계자가 참가했다. 

이번 총회의 화두는 ‘지속 가능한 기록 보존’이었다. AI 기반 디지털 아카이브 확산으로 에너지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그린 아카이빙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프랑스 기록 관리 기업 인포텔 소프트웨어의 모건 아티아스 헤드는 “기록의 디지털화가 에너지 소비를 늘리고 있다”며 “자원 절약형 보존 체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기후변화가 기록 유산에 미치는 영향도 논의됐다. 브라질 국립기록보관소 관계자는 “폭우로 기록물이 손상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기후 위기에 대응한 물리적 보존 기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1 ICA 총회에 참가한 최영신 바이오미스트테크놀로지 대표. /사진 박용선 기자 2 바이오미스트테크놀로지의 기록물 친환경 소독 장비 '바이오 마스터'. /사진 바이오미스트테크놀로지
1 ICA 총회에 참가한 최영신 바이오미스트테크놀로지 대표. /사진 박용선 기자
2 바이오미스트테크놀로지의 기록물 친환경 소독 장비 '바이오 마스터'. /사진 바이오미스트테크놀로지

ICA 총회에는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바이오미스트테크놀로지(이하 바이오미스트)’가 참가했다. 천연 소독제로 국가 기록물, 문화재 등을 소독하는 장비 ‘바이오 마스터’ 를 선보였다. 이 장비는 허브 정유에서 추출한 식물성 약제를 사용해 고문서는 물론 가죽, 철, 목재 등을 소재로 한 국가 문화유산을 소독한다.

바이오미스트의 부스는 사람이 넘쳐났다. 이 회사 최영신 대표의 설명에 총회 현장에있던 폴란드, 브라질, 오만 등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연신 “굿! 굿!”을 외쳐댔다. “기존 문화재 소독은 인체에 해로운 화학물질을 사용해 문화재 관리자가 방독면을 써야 했다. 하지만 바이오 마스터는 인체와 환경에 무해한 천연 소독 시스템으로 누구나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1995년 최영신 대표가 설립한 이 회사는 국내 최초로 식물에서 추출한 성분을 이용한 천연 살충제, 천연 항균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2000년대 초 한국 국가기록원의 기술 지원을 받아 한국기계연구원, 충남대 농업과학연구소와 천연 성분 기반 기록물 소독 장비 ‘바이오 마스터’를 개발했다.

바이오미스트, 해외시장 공략 박차

바이오 마스터는 기존 기업이 사용했던 발암성 화학물질 메틸브로마이드(MB)나 에틸렌옥사이드(EO)를 대체한 친환경 소독 시스템으로, 국제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유해 물질을 완전히 배제했다. 또한 정밀 열 제어 기반 기화 시스템과 감압, 상압 제어 기술을 적용해 소독 성분이 기록물 내부까지 균일하게 침투하도록 설계했다. 바이오미스트는 평균 20시간에서 최대 3주까지 걸리던 기존 소독 공정을 5시간으로 대폭 줄인 ‘바이오 마스터 X’도 올해 ICA 총회에서 처음 공개했다.

바이오미스트는 국내는 물론 일본, 말레이시아, UAE, 오만, 리투아니아 등의 국가기록원과 문화부 등에 바이오 마스터를 공급하고 있다. 이번 ICA 총회에서 폴란드 현지 기업과 폴란드를 포함한 동유럽 4개국과 에이전시 계약도 체결했다.

최 대표는 “디지털 아카이브만큼 원본 기록물의 가치와 보존 관리도 중요해지고 있다”며 “바이오미스트의 친환경 소독 시스템을 무기로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ICA 총회는 디지털 기술이 기록 산업의 미래를 여는 동시에 새로운 과제를 던졌다는 평가다. 메르세 크로사스 바르셀로나 슈퍼컴퓨팅센터 데이터 과학자는 “AI가 잘못된 메타데이터를 생성할 위험도 있다”며 “기록 관리 분야에서 법적·윤리적 기준을 세워 AI 기술을 단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Plus Point

[Interview] 제2 도약 꿈꾸는 최유나 바이오미스트 대표
"천연 소독제로 세계 문화유산 지킨다"

/사진 남강호 조선일보 기자
/사진 남강호 조선일보 기자

2세 경영인 최유나 바이오미스트 공동대표는 부친인 최영신 대표를 이어 제2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성장 동력은 ‘친환경’과 ‘글로벌’이다. 

최 공동대표는 미국에서 학부 과정을 마친 해외파다. 10년 이상 외국에서 생활했고 귀국 후 유통 업체에서 해외 영업 등을 맡았다. 이후 2017년 바이오미스트에 입사해 경영 기획, 전략, 신사업 개발 등을 담당했고 현재 해외 사업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최 대표는 11월 5일 조선비즈와 만나 “기존 문화재 소독은 인체에 해로운 화학물질을 사용해 문화재 관리자가 방독면을 써야 했다”며 “하지만 바이오 마스터는 인체와 환경에 무해한 천연 소독 시스템으로 누구나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국가 기록물·문화재 천연 소독 장비 바이오 마스터를 전 세계를 상대로 수출하고 있다. 그는 “바이오미스트가 성장하기 위해선 보다 시장이 큰 해외 문화 강국을 공략해야 한다”며 “우리가 지닌 친환경 소독 기술이라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평균 20시간 걸리던 기존 소독 공정을 5시간으로 대폭 줄인 바이오 마스터 X를 출시했다. 국제 공인 시험 기관 등으로부터 소독 효과, 재질 안전성, 인체 안전성 등에 대한 검증을 완료했다.

최 대표는 바이오 마스터 X를 바탕으로 세계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0월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ICA 2025에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참가해 바이오 마스터 X를 소개했다.

그는 “ICA 바르셀로나 2025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며 “오만 정부에 바이오 마스터 X 첫 수출을 확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폴란드 현지 기업과 폴란드를 포함한 동유럽 네 개 국가 에이전시 계약도 체결했다”고 했다. 

최 대표는 “한국의 친환경 소독 기술로 유럽과 미주 시장의 기록 관리 문화를 변화시키겠다”며 “폴란드를 시작으로 현지 대리점 체계를 구축해 본격적인 수출 확대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버지가 강조하며 회사 DNA로 자리 잡은 ‘기술과 품질의 정직함’이 해외시장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박용선 조선비즈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