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정상급 국제 행사는 단순한 연례 일정이 아니라,
표류하는 세계가 어디로 흐르는지 알려주는 중요한 방향타가 될 것이다. /사진 셔터스톡
2026년 정상급 국제 행사는 단순한 연례 일정이 아니라, 표류하는 세계가 어디로 흐르는지 알려주는 중요한 방향타가 될 것이다. /사진 셔터스톡

2025년 글로벌 경제는 폭풍 속의 한 해를 보냈다. 1월 20일(이하 현지시각)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 세계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교역 질서를 뿌리부터 뒤흔들었다. 2026년 세계경제는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위태로움 속에서 혼란과 무질서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될 것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계속되고 있으며, 그에 따른 경제제재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026년은 패권의 소멸과 영향권 중심의 세계 고착화, 강대국 간 거래와 일방주의, 중심 없이 이리저리 휩쓸리는 중견국 연합, 기후 위기, 감염병, 사이버 범죄 등 신흥 안보 문제에 대한 약한 공감대, 구조화된 국제경제의 취약성, 비국가 행위자의 리스크가 가져오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 등 혼란의 양상을 보일 것이다. 

국제 행사로 읽는 2026년 세계의 흐름

2026년 1월 스위스에서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은 매년 그해의 주요 이슈를 논의하는 담론의 장으로 기능해 왔다. 2026년에는 인공지능(AI) 거버넌스와 기술 패권 경쟁이 2026년의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AI와 모빌리티 전환이 산업 지형을 재편시키고 글로벌 공급망이 분리되는 가운데, 미국·유럽·중국이 각기 다른 규제의 틀을 제안하면서 향후 기업의 시장 전략을 결정짓는 규범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다보스는 이 규범 경쟁의 단면을 거칠게 보여줄 것이다. 

김흥종 - 아산정책연구원
객원 선임연구위원, 서울대 경제학 학·석·박사, 옥스퍼드대 명예 펠로,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KIEP) 원장
김흥종 - 아산정책연구원 객원 선임연구위원, 서울대 경제학 학·석·박사, 옥스퍼드대 명예 펠로,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KIEP) 원장
2026년 3월 26~29일 카메룬의 야운데에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제14차 통상장관회의(MC14)가 개최된다. 기능이 마비된 WTO 상소 기구 문제를 정상화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계속되겠지만, 트럼프 정부의 의도적인 무시로 MC14에 대한 기대는 낮은 편이다. 형식적 다자주의 재확인이나 규범의 틀을 지키려는 최소한의 시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의미가 없지는 않다. 디지털 무역 규범, 개도국 특혜, 보조금, 환경, 배출 규제 등 자동차, 배터리 및 철강 교역을 둘러싼 문제가 논의되고 관세전쟁 과정에서 점검해야 할규범을 논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2026년 4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이 예정되어 있다.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미· 중 정상회담은 관계 안정화를 표방하되, 실질적으로는 영향권 조정과 무역 및 안보 갈등 구조를 완화하고 양국 간 대치 구조를 재설계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이번 방중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종결, 대만해협 관리, 북핵 문제와 한반도 정세, 아시아 공급망 분리 등 핵심 현안을 조율하는 기회가 된다. 

2026년 6월 14~16일, 프랑스 에비앙에서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프랑스가 주최하는 이번 G7은 유럽 방위 문제가 논란이 될 것이며 AI 및 디지털 규범의 표준화를 논의할 것이다. AI 기반 자율주행, 스마트 모빌리티, 로봇, SDV(Software De-fined Vehicle·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산업 규제가 G7에서 일정 수준 가이드라인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기후 전환, 에너지 안보, 우크라이나 지원 이슈가 다루어지며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확대, 수소 및 전기차 표준 경쟁 등이 부각될 것이다.

2026년 8~9월,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SCO는 중앙아시아 이슈가 집중적으로 논의되는 플랫폼이다. 2026년은 에너지, 물류, 광물, 인프라 협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중국·러시아·중앙아시아 간 새로운 경제블록 형성에 관심을 두고 비서구권 시장에서 지정학적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2026년 10월경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정상회의가 인도 주최로 개최된다. 브릭스 정상회의는 이미 사실상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다. 2026년 회의는 그 성격이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후, 금융, 인프라, 보건, 디지털 등 개도국 어젠다를 논의하면서, 신개발은행(NDB)을 중심으로 대규모 프로젝트가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대체결제 통화, 신흥 시장 인프라 투자, 지역별 공급망 다변화 등에서 어떤 논의가 진행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6년 9월 뉴욕에서는 제81차 유엔(UN) 총회가 개최된다. 이 회의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간 점검이 핵심이지만, 실제 논의에서는 기후 금융, 개도국 지원, 분쟁 해결이 더 중심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유엔 기구의 영향력은 약화하고 있으나, ESG(환경· 사회·지배구조)나 지속 가능 경영에 대한 글로벌 요구는 오히려 강화되는 추세다.

2026년 11월 3일에 치러지는 미국의 중간선거는 트럼프 2기 정부의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핵심 이슈는 인플레이션과 경제와 함께, 이민·총기·낙태 등 사회적 쟁점 그리고 민주주의의 안정성이 주요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서 통상 정책 기조, 산업 보조금 정책, 관세 및 비관세 규제, 에너지와 기후 정책이 크게 영향받을 가능성이 있다.

2026년 11월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개최되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31)는 기후 금융과 규제 강화의 분기점이 될 것이다. 기후 금융 확대와 탄소 중립 목표 상향이 중점 논의될 전망이다. 특히 튀르키예 개최, 호주의 협상 주재라는 이례적 구조는 선진국·개도국 간 조정의 새로운 방식을 시험하는 자리가 된다.

마지막으로 미국이 2026년 12월 14~15일 플로리다주에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G20 의장국 정상회의를 직접 주재한다는 점에서 2026년은 의미가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디지털 무역 규범, 글로벌 금융 규제, 기후 금융 논의가 핵심이 될 것이다. 한국은 북미·중국·아세안 3축 공급망, 배터리·부품 조달, AI·데이터 관련 규제 등에서 주요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상황 판단과 전략적 선택으로 대비해야

2026년 정상급 국제 행사는 “규범의 와해와 영향권의 부상 속에서, 선택과 준비가 전략의 핵심”이라는 점을 다시 일깨워 준다. 공급망 분리 가속에 대비한 이중화 전략, 정치· 규제 리스크 관리 체계의 고도화, AI·디지털· 기후 규범의 변화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글로벌 사우스 시장 전략, 기후, 에너지, 모빌리티 전환의 가속화 대응 등 여러 이슈에서 2026년 국제 행사는 그 복잡성을 읽어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도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이 지도 위에서 우리 좌표를 정확히 파악하고 변화의 흐름을 능동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김흥종 아산정책연구원 객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