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가 찢어진 느낌은 없었는데요…, 그냥 좀 아프길래 병원에 왔어요.”
회전근개 파열로 병원에 오는 환자가 자주 하는 말이다. 회전근개는 어깨를 움직이고 안정시키는 네 개의 힘줄이다. 급성으로 파열될 때는 ‘뚝’ 소리와 함께 즉각적인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중장년층에게서는 이런 뚜렷한 외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면서 힘줄의 탄력과 강도가 서서히 떨어지고, 혈액순환이 감소하면서 힘줄은 조금씩 닳고 약해진다. 이 과정이 조용히 진행되기 때문에 특별히 다친 기억이 없어도 ‘나도 모르게’ 파열되기 쉽다. 초기에는 옷을 입을 때 살짝 찌릿하거나 밤에 누우면 쑤시는 정도지만, 파열 범위가 넓어지면 통증이 심해지고 팔을 드는 동작이 제한된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잘 알려진 이야기다. 그런데 진료실에서는 종종 예상 밖의 상황이 나타난다.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어보니 힘줄이 꽤 많이 찢어졌습니다. 그런데 저는 수술을 당장 해야 할 만큼 아프진 않은데요?”
많은 사람은 “사진에서 심하면 수술이 답이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MRI에서 보이는 파열의 크기와 통증 그리고 생활의 불편함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파열 범위가 넓어도 일상생활이 가능한 사람이 있고,반대로 파열 범위가 좁아도 밤에 통증 때문에 아파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는 통증이 힘줄의 손상뿐 아니라 염증, 주변 근육의 보상 여부, 통증 민감도 등 여러 요소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진료실에서는 또 다른 질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지금은 참을 만한데, 수술을 미루면 어깨가 더 망가지는 건가요?”
물론 미루면 안 되는 상황도 있다. 하지만 많은 환자는 통증과 기능, 나이, 생활 패턴을 고려했을 때 우선 비수술적 치료로 지켜볼 여지가 충분하다. 어깨를 아예 안 쓰고 가만히 두는 것이 능사는 아니며, 통증이 심해지지 않는 범위에서 안전하게 사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파열 범위가 좁을 때는 염증 조절, 체외충격파, 프롤로 주사 등의 보존 치료를 통해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언제 수술을 결정해야 할까. 여기에는 검사 결과 못지않게 환자의 생활 환경과 활동 수준이 중요하다. 외과의는 수술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환자의 기능 회복’을 우선한다. 예를 들어 통증은 심하지 않지만 팔을 머리 위로 거의 쓰지 않는 사람인지, 아이를 자주 안아야 하는 부모인지, 골프·테니스·헬스를 지속하고 싶은지, 일정 기간 일을 쉬거나 줄일 수 있는 여건인지에 따라 결론은 달라진다.
특히 퇴행성 파열은 범위가 상당히 넓어도 주변 근육이 보상하며 기능이 유지되는 경우가 많아 무조건 수술을 권하지 않는다. 다만급성 외상으로 힘줄이 끊어진 경우, 팔을 들기 힘들 정도의 근력 소실이 있는 경우, 혹은 젊은 층에서 파열 범위가 빠르게 넓어질 위험이 있는 경우처럼 수술을 늦추면 안 되는 상황도 분명 있다.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최종 선택은 환자 본인의 몫이다. 다만 환자가 알아두면 좋은 사실이 있다. 파열 범위가 좁을수록 선택지는 더 넓고 수술이 필요하더라도 방법이 단순해지며 회복도 비교적 수월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회전근개 파열은 스스로 잘 붙지 않는 구조적 특성이 있어,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더 찢어지거나, 무심코 무리한 동작을 반복하면서 손상이 심해지는 경우가 흔하다. 어깨 통증이 ‘그럭저럭 참을 만하다’고 느껴지더라도, 한번쯤은 정확한 진단과 상담을 통해 현재 상태를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