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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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손해보험사(이하 보험사)는 지난 1년간 보험료 인상을 통해 수익성을 일부 회복했다. 그러나 보험료 인상만으로는 장기 지속할 수 있는 성공 전략이라고 보기 어렵다. 지난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사전 리스크(위험) 관리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됐다. 주택 내구성을 강화하고 전력망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했다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 사후에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이 일상에서 마주치는 위험으로부터 신변과 자산을 보호할 수 있게 돕는 장치도 점차 보편화하고 있다. 스마트 홈 기기뿐 아니라 자동 누수 감지 및 차단 시스템 같은 간단한 장치만으로도 손해보험 청구 건수가 최대 93%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셸 캐넌 - 딜로이트 금융서비스센터 리서치 매니저, 미국 빙햄튼대 심리학
미셸 캐넌 - 딜로이트 금융서비스센터 리서치 매니저, 미국 빙햄튼대 심리학
보험사는 피해 발생 후 회복을 지원할 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사건을 사전에 대비하도록 돕는 데 가장 적합한 조직이다. 이미 위험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대응해 온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 위험 예방 전략 수립을 주도할 수 있다. 여기에 생성 AI(Generative AI)부터 사물인터넷(IoT)에 이르는 기술 발전이 더해지며 여러 산업에서 손실 예측과 예방 기법이 한층 정교해지고 있다. 일부 보험사는 리스크 관리 서비스, 데이터 공유, 화이트 라벨 파트너십(한 기업이 제품·서비스를 제작한 후, 다른 기업이 이를 자체 브랜드로 판매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지만, 이를 수익으로 연결한 사례는 드물다. 보험 청구 감소 효과를 기대하며 무상으로 제공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그런데 예측·예방 서비스에 대한 고객 수요가 커지고 대체 서비스 시장이 성숙하면서, 이 분야의 수수료 기반 비즈니스가 보험사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딜로이트는 미국 보험사의수수료 기반 수익이 2023년 216억달러(약 31조6829억원)에서 2030년 495억달러(약 72조6066억원)로 증가하며 연평균 12.5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손해보험사, 보험료 중심 모델 탈피해야

고객은 자산을 보호하고 피해 규모를 줄이기 위한 위험관리 체계의 필요성을 깨달아 가고 있다. 따라서 보험사는 사고 발생 이후의 평가와 보험료 산정에 집중해 온 기존 모델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간 보험료를 중심으로만 수익원을 창출했던 오래된 모델을 넘어설 때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보험사 수익의 대부분은 보험료와 투자 수익에서 나온다. 기타 서비스 수익이 있더라도 총수익의 3%를 넘기기 어려운 구조다. 고객 손실을 예측·예방하는 서비스로 의미 있는 수익을 내는 보험사는 극소수이며 관련 프로그램을 중단하거나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서비스 수익이 본격적으로 증가한다면, 업계는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보험사가 보유한 전문성과 데이터는 사회적으로 더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 잠재력이 크다. 

기술 발전으로 위험 양상이 복잡해지고 피해 규모도 커지는 만큼, 정교한 예측·예방 서비스는 손해보험의 핵심 수익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수수료 기반 서비스’ 성장 위한 새로운 접근법 필요

이 변화에 대응하려면 손해보험 비즈니스모델에 상당한 조정이 필요하다. 예컨대 주택 방수 장치처럼 피해 규모가 작은 위험 요소에 대해서는 무료 또는 저비용 서비스만으로도 보험 청구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예방 조치의 경우 보험사와 고객이 비용과 편익을 함께 나누는 구조가 필요하다. 미국 플로리다주처럼 지붕·셔터 고정, 차고문 보강 등 허리케인 대비 시설을 도입한 고객에게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기존 위험관리·손실 통제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도 서비스 수익 증가에 도움이 된다. 보험사는 통상 자사 가입자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일부 중개업자처럼 비(非)가입자에게도 독립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글로벌 보험 중개 및 위험관리 서비스 회사 ‘아서 J. 갤러거 앤드 컴퍼니’는 위험관리서비스 수익의 93%를 중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고객에게서 얻는다. 또한 경쟁사와 데이터 공유, 서비스 협업 등을 통해 고객 관계를 강화하고 수수료 수익이나 보험료 증대도 기대할 수 있다.

보험사는 예측·예방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운영 모델도 모색하고 있다. 다양한 파트너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위험 예방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손해보험 회사 ‘AXA XL’은 30여 개의 테크 기업과 협력해 건설 분야 위험을 줄이고 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처브그룹은 2023년 ‘위험관리 및 복원력 서비스’를 출범해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고 있다.

개인 고객이 직면한 위험 양상도 점차 복잡해지고 있다. 자율주행차 사고, 빈번해지는 자연재해 등으로 언더라이팅(underwrit-ing·보험사가 가입자의 위험을 평가해 가입 여부, 보험료, 조건을 결정하는 절차)과 포트폴리오 관리가 더욱 까다로워졌다. 하지만 기술 발전 덕분에 보험사는 개인 고객의 손실을 대규모로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다양한 성공 사례도 이미 있다. 일부 보험사는 민간 방재 업체와 협력해 ‘산불 방재 서비스’를 제공하며 산불 대비와 사고 시 대응을 돕는다. 예방 노력은 더 확대될 수 있다. 2024년 딜로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주택을 건축 기준에 맞게 개조하는 데 33억5000만달러(약 4조9138억원)를 투자하면 2030년까지 370억달러(약 54조2716억원)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

물론 주택 건설 시 내구성 강화를 위한 비용은 보험사가 단독으로 부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유료 서비스 형태로 내구성 높은 자재 선택, 시공 업체 검증, 신기술 도입 등을 지원한다면, 보험사와 고객이 비용과 피해 감소 효과를 공유할 수 있다.

예측·예방 비즈니스, 손해보험사의 미래 핵심 전략

손실 예방은 고객과 보험사 모두에게 이익이다. 복잡한 위험 요인이 얽혀 있는 오늘날, 보험사는 수익성과 고객 니즈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예측 및 예방’ 모델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 변화의 속도가 중요한 만큼 늦게 움직이면 보험 중개업자나 테크 기업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중개업자는 방대한 데이터와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유력한 경쟁자이며, 테크 기업도 위험관리 플랫폼 구축을 통해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때로는 이들과 제휴나 공동 서비스 제공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

보험료 중심의 과거 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미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과 대체 데이터 소스를 활용해 다양한 유료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미셸 캐넌 딜로이트 금융서비스센터 리서치 매니저